밤낮없이 소변이 마려워지는 계절이다. 쌀쌀한 날씨에 땀을 적게 흘리는 원인이 크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횟수나 정도가 심하다면 요실금을 의심해 봐야한다. 기침을 하거나 방귀를 뀔 때 나도 모르게 가끔 소변이 찔끔 새어나온다면 초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다. 남성 요실금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남성 요실금 환자는 2015년 4114명에서 2018년 5711명으로 약 39% 증가했다. 숫자 자체는 많지 않지만 병원을 찾지 않은 잠재적인 환자나, 배뇨 관련 진단명으로 분류된 환자까지 감안하면 환자 규모는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급격히 약해진 소변줄기 전립선비대증 의심해 봐야
출산 등이 요실금 주원인인 여성과 달리 남성은 노화로 인한 방광·요도 괄약근 약화, 전립선비대증 발생이 주원인이다. 전립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화의 일부로 점차 커지고 이로 인해서 수도꼭지가 잠기듯이 소변줄기가 약해진다. 소변줄기가 약해지거나, 소변을 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소변이 마렵거나, 혹은 밤에 자다가 소변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소변을 봐야 하는 등의 증상이 바로 전립선비대증의 대표 증상들이다. 통증이 크게 없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방치하기가 쉽다.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립선비대를 우습게 보면 병을 크게 키우는 셈이다.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다면 방광과 콩팥이 손상을 입을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요독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제때 치료가 꼭 필요하다.
전립선비대증 치료로는 약물요법과 수술이 있다. 증상과 비대해진 전립선의 크기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 전립선비대가 경미한 경우는 알파차단제나 항남성호르몬제를 사용한 약물요법이 시도된다. 그러나 이는 임시적 방법이고 커진 전립선을 줄이지는 못한다. 전립선비대가 심하거나 약물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전승현 경희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는 무흉터 수술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요도를 통해서 내시경으로 수술을 하는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흉터가 전혀 없고, 환자는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배꼽 아래만 감각이 없어지는 척추마취로도 가능하며 전체 전립선비대증의 90% 이상이 이 방법으로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성생활·음주 자제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 줄여야
요실금은 증상에 따라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으로 나눌 수 있다. 복압성 요실금은 복부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소변이 새어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요도 주변 인대 손상으로 요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변비가 매우 심할 때도 관찰된다. 절박성 요실금은 갑자기 강한 요의감을 느끼거나, 소변을 보기 전 참지 못하고 배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뇌혈관질환, 척수손상, 요로감염 등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요실금과 같은 증상을 배뇨장애라 통칭한다.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는 대표적으로 한약, 침, 뜸 치료가 있으며, 중료(中髎)와 회양(會陽) 혈자리에 대한 자극 요법이 있다.
이병철 경희대한방병원 신장내분비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방광, 요도 및 골반저 근육 등이 신경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해당부위를 자극하면 배뇨관련 신경과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장애를 완화할 수 있다”며 “ 뻐근한 느낌이 들 정도로 2~3초간 지그시 눌렀다 떼기를 반복하거나 저주파 치료기를 붙여 자극을 주는 형태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수분을 한꺼번에 다량 섭취하거나, 소변을 너무 오래 참거나, 장시간 승차, 그리고 음주를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성생활은 방광 근육을 약해지게 하거나 전립선에 충혈 또는 부종을 가져와 배뇨가 완전히 막힐 수 있다. 또한 감기약, 고혈압약, 신경안정제 복용 후에도 배뇨 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선주 경희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요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과체중은 방광을 압박해 요실금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평소에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과 적절한 수분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고, 골반 근육 체조로 방광과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