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이 지난 11월 14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4번째 에디션을 발간하고 ‘미쉐린 가이드 2020’에 선정된 레스토랑을 공개했다. 올해는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별을 받은 31곳 중 10곳이 요리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강조한 ‘이노베이티브(Innovative)’ 레스토랑이다. 한국의 맛과 멋을 대표하던 한식당을 제치고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레스토랑이 주목 받았다는 평가다.
‘미쉐린 가이드 2020’에는 2개의 2스타 레스토랑과 7개의 1스타 레스토랑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웬달 풀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미쉐린의 평가원들은 보석 같은 레스토랑들을 찾아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다니며 해가 갈수록 퀄리티 높은 요리들을 발견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며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미식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레스토랑 등 새로운 요리 스타일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얻었다”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라연’ ‘가온’ 올해도 최고 등급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시작으로 줄곧 3스타를 받아온 서울 신라호텔의 ‘라연’과 광주요 그룹의 ‘가온’은 올해도 최고 등급을 유지했다. 지난해 1스타였던 ‘모수’는 1년 만에 2스타로 격상됐고, 올해 첫 평가에 오른 ‘임프레션’은 곧바로 2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새롭게 1스타를 받은 곳은 ‘오프레’ ‘보트르메종’ ‘피에르 가니에르’ ‘떼레노’ ‘묘미’ ‘에빗’ ‘온지음’ 등 총 7곳이다. 지난해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26곳. 올해는 31곳으로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꼽힌 3스타 2곳, ‘요리가 훌륭해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인 2스타가 7곳,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인 1스타 22곳이 명단에 올랐다. 지난해 1스타였던 ‘발우공양’ ‘이종국 104’ ‘진진’ 등 3곳은 올해 제외됐다.
첫 에디션 발간 이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전통적인 강호였던 한식의 기세는 올해 한풀 꺾였다. 그 자리에 퓨전 등 새로운 요리로 승부하는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별을 받은 레스토랑 중 2스타를 받은 ‘모수’와 ‘임프레션’ ‘묘미’ ‘에빗’ 등 약 1/3가량이 이노베이티브 레스토랑이다.
‘가온’의 전복찜
‘모수’는 안성재 셰프가 제철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임프레션’은 뉴욕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을 경험한 서현민 셰프가 현대적 요리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곳이다. 장진모 셰프가 이끄는 ‘묘미’는 창의성이 가미된 한식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에빗’은 호주 출신의 조지프 리저우드 셰프가 직접 채취한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1스타 레스토랑에는 7개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합류했다. 그 중 새롭게 선정된 ‘오프레’ ‘보트르메종’ ‘피에르 가니에르’는 프랑스 요리를 다시금 주목받게 했다. 보트르메종과 피에르 가니에르는 최근 리노베이션과 이전을 통해 다시 문을 연 곳이다. 또 다른 신성인 ‘떼레노’는 신승환 셰프가 직접 가꾼 채소와 허브를 바탕으로 섬세한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전통 한식 문화 연구소이자 레스토랑인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전통 한식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 이번에 ‘품’의 노영희 셰프,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와 함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여성 셰프 명단에 포함됐다.
▶60곳의 빕 구르망도 눈여겨볼 명소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는 건강한 음식과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내추럴 와인 등 미식을 위한 레스토랑의 관심과 노력을 소개하는 한편, 60개의 ‘빕 구르망(Bib Gourmand)’ 레스토랑도 소개하고 있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대(~4만5000원)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다.
이번엔 강남 도산대로에 자리한 태국음식전문점 ‘소이연남마오’, 이태원에서 태국인 오너와 3명의 태국 출신 셰프가 정통 태국음식을 선보이는 ‘어메이징 타이’, 마음·고기·국수·식당을 뜻하는 한자를 조합해 다양한 면요리를 선보이는 ‘정육면체(情肉麵體)’, 박상현 셰프의 논현동 우동전문점 ‘우동’이 새롭게 선정됐다.
한식당 ‘라연’(위), ‘라연’의 신선로
▶레스토랑 선정의 공정성 논란 되풀이
한편 미쉐린 가이드 서울 선정에 앞서 올해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2014년 윤경숙 ‘윤가명가’ 대표에게 미쉐린 관계자로 알려진 미국인 어니스트 싱어가 매년 5000만원 이상의 컨설팅 비용과 평가원들의 항공·호텔료를 부담하면 별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라연’과 ‘가온’, ‘비채나’도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통해 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쉐린 측은 “미쉐린 가이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라며 “결코 부정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쉐린 가이드 2020을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웬달 풀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레스토랑 평가에 있어서 평가원 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평가원들의 독립성을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