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관광위원회 소속 CEO들이 봄 관광주간을 맞아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 20선을 추천했다. 관광 산업을 대표하는 10개 기업과 협회 대표들이 선정한 주요 명소는 도보여행, 비경탐방, 생태체험, 출사여행, 전통·역사 체험 등 총 5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비단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대한민국의 대표 여행지를 소개한다.
느림의 미학, 여유와 사색
일상이 버거운 현대인에게 사색(思索)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여행지는 어떤 곳일까. 옛 구도자들이 득도를 위해 걸었다는 ‘선재길’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잇는 약 9㎞의 숲길이다. 걷는 구간이 대부분 평지여서 트래킹 난이도가 낮다. 사색의 포인트는 단연 울창한 전나무다. 숲 사이를 거닐다보면 저절로 명상에 빠질 만큼 초록빛 물결이 장관이다. 덕분에 사계절 내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바닷가 트래킹을 즐기고 싶다면 남해 바래길이 제격이다. 편백 휴양림, 몽돌해변 등 남해안 절경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10개 코스, 총 120㎞로 구성된 도보 여행지다.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가 있는 구운몽 길을 거닐다보면 일상의 고민이 한바탕 꿈처럼 사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선재길은 깨달음의 길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찾아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갖곤 하죠.” -성영목 조선호텔 대표이사
“바래길을 걸으며, 남해의 따사로운 봄볕 속 느림의 미학에 취해보세요.”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보성녹차밭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비경과 마주하다
강원도는 지형이 험해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 많다. 오히려 그래서 곳곳에 비경이 숨어 있다. 화천에 위치한 곡운구곡은 조선시대 학자 김수증이 꼽은 아홉 가지 절경을 일컫는다. 9곡 중 3곡에 해당하는 신녀협은 곡운구곡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나다. 오랜 세월 깎여나간 기암괴석과 짙푸른 에메랄드 빛 계곡물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기차로 강원도 산세를 감상하려면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를 추천한다. 영주-분천-철암을 왕복하며 중부 내륙의 협곡을 누비는데, 승부역, 양원역 등 기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마을의 숨은 경치가 이색적이다. 분천역 먹거리장터에 들러 지역 특산 음식까지 맛본다면 말 그대로 이보다 흥겨울 수 없는 일석이조 여행길이다.
“조선의 학자가 경치에 취해 일생을 보냈다는 곡운구곡, 화천의 절경이라 할 만합니다.” -권오상 한진관광 사장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자동차 여행이 가져다줄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을 품고 있습니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연과 생태 속 생명이 살아 숨 쉰다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생태 체험 공간은 단연 전남 순천만과 제주의 걸매생태공원이다.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지정된 순천만은 한국의 조류 중 절반가량이 머물다 가는 생물의 보고(寶庫)다. 제주 천지연 폭포 상류의 솜반천에는 170여 종의 자생 식물과 야생초를 관찰할 수 있는 걸매생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 천지연 난대림지대 등 친환경 생물자원을 품은 이 공원은 ‘생태복원우수사례’로 지정되기도 했다.
“생태의 보고, 순천만에서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 걸매생태공원을 추천합니다.”
-송홍섭 파르나스호텔 대표이사
뷰파인더 너머 펼쳐지는 왈츠 한 곡
전남 화순의 세량지는 제방 길이가 겨우 50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저수지지만,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꼽힐 만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사계절 내내 푸른 저수지 수면에 비친 싱그러운 숲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출해 사진 애호가들의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전라도의 대표 출사지가 세량지라면 경상도에는 주왕산의 주산지가 있다. 이곳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200년 동안 저수지 바닥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왕버들과 이를 감싸는 물안개의 몽환적 풍경이 일품이다.
“카메라 하나 메고 떠날 수 있는 여행지, 세량지를 추천합니다.”
-박상배 금호리조트 사장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주산지의 사계절 매력에 빠졌습니다.”
-홍원기 한화리조트 사장
전통과 역사의 향기
우리 고유의 멋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도 마련돼 있다. 충남 외암리민속마을과 경남 남사예담촌은 전통 한옥의 고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두 마을 모두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살아 있는 민속마을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전통 물레방앗간 체험, 농촌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대로 전해오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을 체험할 수도 있다.
“고즈넉한 옛 조선 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방문해보세요.“ -남상만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