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뺏는 은밀한 질병’
간밤에 계속되는 재채기, 끊임없이 흐르는 콧물, 코와 눈 주위가 가렵고 흰자위가 충혈 되는 증상이 발견됐다. 영락없는 환절기 ‘불치의 질병’인 감기라 가볍게 생각하고 약을 사 먹었지만 쉽사리 재채기가 그치질 않는다.
이러한 경우 감기 증세와 유사한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렸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곰팡이 등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알레르기 항원이 코 안에 닿게 돼 코 점막 아래 혈관이나 분비샘을 자극해 콧물이 많이 나오게 된다. 신경반사로 코가 가렵고 재채기도 나온다. 감기와 발생 원인이 다른 만큼 감기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알레르기 비염을 오래 방치하면 영구적으로 코기능을 상실해 냄새는 물론 음식 맛까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산해진미를 즐기며 느끼는 인생 최고의 재미 하나를 잃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아닐 수 없다. 외형적으로도 뭉툭한 코로 변형돼 인상이 변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일부의 경우 알레르기 염증이 코에서 기관지로 퍼져나가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와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지속기간!
감기와 거의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알레르기 비염을 처음부터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질병에 걸린 경우 연속적인 재채기에 맑은 콧물이 흐르고 눈과 코의 가려움증, 코막힘이 있으며 이것을 알레르기 비염의 4대 증상이라 부른다.
그밖에 눈물, 두통, 후각 감퇴, 폐쇄성 비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항상 코감기를 달고 산다”며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 증세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코가 막히는 증상은 자고 일어난 아침에 심하고 오후에는 약간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 심각성을 쉽게 체감하지 못한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을 구별해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이 지속되는 기간이다. 감기의 경우 대부분 1주일, 길어야 2주일 내에 완전히 사라지지만,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3개월 이상, 심한 경우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매년 특정한 계절만 되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서양의학에서 특별히 음식이 알레르기 비염에 좋다고 공인받은 적은 없지만 일부 연구에서 유산균을 섭취하면 장내 건강한 세균층이 자라게 되고 이들이 우리 몸 전체의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이 호전된다는 연구는 있다.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인 질병
특히 아이들은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되는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주 코를 만지고 씰룩거려서 콧등에 주름이 지거나 코피가 난다면, 알레르기 비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녀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눈 밑에 다크서클처럼 거무스름하게 변하거나 찬 공기나 자극적인 냄새의 환경을 접할 경우 증상이 심해진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는 기관지 천식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등과 같은 다른 아토피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질환이 확진되면 ‘평생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특수 클리닉에 등록해 꾸준한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널리 이용되는 항히스타민제와 비강분무용 스테로이드제는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별다른 유해반응이 없다. 환경관리도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집 먼지 진드기 등을 줄이기 위한 실내 환경개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물걸레 등으로 집안 청소를 이전보다 자주해 바닥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이불과 베개 커버 등은 1~2주에 최소 1회는 섭씨 55도 이상의 온수로 세탁 후 햇볕에 말리는 것이 좋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는 특수비닐이나 천으로 씌우고, 베개 속은 합성수지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카펫이나 천 소파 등 먼지가 쉽게 발생하는 가구는 배제하고 커튼은 자주 세탁을 해야 한다. 실내 습도는 항상 50%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이나 고양이는 아쉽지만 가급적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는 경우 자주 목욕시켜야 한다. 특히 애완동물과의 동침은 피하자.
마지막으로 환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꽃가루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창문을 잘 닫아두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때에는 HEPA 필터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 Q&A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은?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바퀴벌레 따위의 곤충 부스러기 등과 같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것들이 대표적이나 음식물, 음식물 첨가제, 약물 등에 의해서도 알레르기 비염이 유발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어떻게 진단할까?
네 가지 증상 즉 재채기 발작,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으로 의심할 수 있고, 유전적 관계나 가족성 질환인가의 여부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천식, 담마진, 습진에 대해서도 검사해야 한다. 코 안은 종창되고 창백하고, 분비물이 수양성이거나 점액성인 경우가 많다. 농성 분비물이 있으면 2차 감염으로 인한 부비동염을 생각하고 이를 같이 치료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어떻게 치료할까?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크게 원인 항원(알레르겐)의 노출을 줄이는 환경요법과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으로 나눠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