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삭풍이 불어오는 겨울. 골퍼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는다. 청량한 공기를 맡으며 부드럽고 푹신한 페어웨이를 밟을 수도 없고 초록의 천연 카펫 위를 시원하게 날아가는 골프볼을 바라보는 청량감도 더 이상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려 겨울골프에 나가면 후회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샷을 할 수도 없고 꽁꽁 언 그린에서는 마음과 다르게 볼이 튀어 상상 밖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가을동안 갈고 닦은 샷마저 흔들리고 망가진 자신을 볼 수도 있다. 이제 ‘겨울’에 대한 마음을 바꿀 차례다. 프로골퍼들도 ‘겨울 동안 일 년 농사를 준비한다’고 말할 정도로 겨울은 가장 중요한 시기다. 주말 골퍼들도 겨울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생각해야 한다. 필드에서 스코어에 급급해 망가졌던 스윙 폼과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비거리가 줄었다면 몇 가지 운동만 꾸준히 해도 내년 봄 화끈한 장타자로 변신한 자신을 보며 뿌듯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연습장 출근도 만만치 않다. 몇 달 만에 몸무게 2∼3kg는 우습게 불어나는 시기가 겨울이다. 윤활유를 치지 않은 낡은 기계처럼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리기 일쑤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꿔 자신만의 알찬 겨울나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겨울 한철을 알차게 보내고 나면 새봄 첫 나들이부터 만족스런 스윙에 라운드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라
프로골퍼들과 싱글 ‘고수’들이 말하는 알찬 겨울나기의 첫 번째는 필드의 감각 유지다.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연습하고 실전에서 줄여놓은 스코어를 겨우내 버린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방법은 간단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스윙 어드레스를 취하거나 맨손으로 양 어깨를 잡고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부드럽게 몸을 꼬는 동작만 반복해도 근육이 스윙을 잊지 않는다. 실내에서 퍼팅 연습은 필수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상상 라운드’다. 잭 니클라우스는 연습을 할 때에도 볼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린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상상했다고 했다. 실제 상상라운드로 싱글골퍼가 된 유명한 예도 있다.
골프광인 조지 홀은 베트남전에 참가해 포로로 억류됐다. 그리고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골프실력이 예전보다 더 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포로생활을 하며 상상 속으로 수많은 라운드를 한 것.
실제 코스를 떠올리며 다양한 상황의 샷을 하고 스윙의 리듬을 고쳐나간 것이다. ‘상상 라운드’는 프로골퍼들도 자주 하는 방법이다. ‘숏게임 제왕’ 김대섭 프로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상상라운드를 자주 했고 실제 라운드에서 큰 효과를 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장비 점검, 보관은 필수
대부분 주말 골퍼들은 겨울철에는 ‘납회’를 하고, 골프채를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놨던 골프백을 빼놓지 않았다가는 내년 봄 클럽을 새로 사거나 돈을 들여 그립을 교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본은 하나. ‘그립은 촉촉하게, 헤드와 샤프트는 건조하고 깔끔하게.’
그립은 주말골퍼들이 신경을 안 쓰는 부분이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중성세제로 그립에 묻은 땀이나 오염물을 제거한 뒤 잘 닦아서 보관해야 한다. 수세미 같은 걸로 박박 닦을 필요는 없다. 또 드라이버 헤드는 젖은 수건을 이용해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골프티나 이쑤시개로 그루브(클럽헤드의 오목 부분) 사이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준 뒤 말려서 보관하면 된다. 아이언 헤드는 기름칠은 절대 금물이다. 젖은 수건으로 닦은 뒤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녹이 슬지 않게 건조하게 보관하는 것은 필수.
클럽 체크는 필수다. 단조 아이언은 성질이 부드러워 찍어 치거나 부딪혔을 때 로프트나 라이각에 변화가 생긴다. 갑자기 방향성이 안 좋고 공 탄도가 변하는 원인이 된다. 피팅 센터에 가서 클럽을 점검해야 한다.
신병기 적응을 마쳐라
겨울은 신제품을 구입해 적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피팅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구매한 뒤 원 없이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적응한다면 내년 봄 확 달라진 모습에 동반자들의 기를 죽일 수 있다.
특히 타수를 줄이고 고수가 되고 싶다면 웨지와 퍼터 등 숏게임에 필요한 제품을 다양하게 테스트 해보고 딱 맞는 ‘비밀 병기’를 찾아야 한다.
연습장에서도 100야드 이내에서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며 샷 연습을 하고 자신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타입의 웨지로 교체한다면 최소 5타는 줄일 수 있다.
‘골퍼 몸’ 만들어라
골프를 좋아하는 주말 골퍼들 중 손목이나 발목,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겨울은 몸을 다시 튼튼하게 되돌리고 부상을 없애는 시기다. 프로골퍼들도 동계훈련을 하는 동안 근력을 키우고 스윙에 필요한 근육들을 재정비하는데 가장 공을 들인다. 주말 골퍼들의 부상은 대부분 욕심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근력과 유연성 이상의 무리한 스윙으로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
이 때문에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누워서 다리 들기 등 허리와 등, 복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좋다. 장타를 원한다면 ‘악력’이 답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도 받지 않는다. 악력기를 항상 갖고 다니면서 손의 힘을 기르면 그립이 안정되고 몸의 힘을 빼도 정확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연성’도 필수다. 나이를 먹을수록,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몸은 굳어간다. 유연성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내년 봄 첫 라운드에서 돌아가지 않는 허리와 어깨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부상의 위험도 높다.
타이거 우즈가 많이 하는 유연성 훈련법이 있다. 따라 하기도 쉽다. 먼저 벽에서 두 뼘 정도 떨어져 등지고 선다. 팔을 살짝 굽혀 손바닥을 정면으로 향하게 한 채 상체를 틀어 손바닥이 뒤쪽 벽에 닿게 하는 것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반복하면 된다. 스윙 아크가 커지고 허리 근육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때 반동을 주면 안 된다. 마치 스윙을 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리듬 있게 천천히 몸을 돌려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