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인건축사 최우수상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좋은 디자인에는 반드시 훌륭한 기획이 있어야 해요”
입력 : 2014.06.20 13:34:33
“건축 디자인은 아주 어려운 분야입니다. 미학을 추구하면 클라이언트(건축주)와 이용객들의 편의를 무시하게 되고, 반대로 하면 볼썽사나운 모습을 갖게 되죠. 그래서 디자인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기획과 함께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기획과 디자인이 시너지를 낼 때 랜드마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에서 건축설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리슈건축사무소 홍만식 소장은 자신의 건축학개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디자인의 명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훌륭한 기획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디자인이 기획과 더불어 시너지를 낸다고 그는 강조했다.
“건축물은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공동소(公同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건축물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고려해 독특하면서도 모두가 이용 가능한 건축물이 바로 랜드마크가 되는 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게 건축가의 소명이라는 홍만식 소장. 서울 용산 한강로에 위치한 리슈건축사무소에서 그를 만나봤다.
청라 커낼큐브 6층 중정 전경
건축물을 빛내주는 또 하나의 요소 ‘기획’
“건축물은 저희들에게 있어 하나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디자인만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지죠. 특히 건축주의 요구와 주변 환경, 미관을 비롯해 관련 법규까지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다보면 정말로 건축가는 단순히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닌, 모든 이들을 고려해야 하는 프로듀서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홍 소장은 건축가의 역할을 ‘설계사’가 아닌 ‘조정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집을 짓고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정이 다른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은 일의 특성상 자본과 부동산의 힘이 무척이나 강합니다. 건축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디자인만을 고려하면 공간의 유실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건축주에게는 재산상의 손실을 의미하게 됩니다. 결국 건축주 입장에서는 손해를 우려한 나머지 디자인을 외면한 건축물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기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축물에 대한 기획을 통해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정리한 후 디자인에 나서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건축 디자인에 앞서 건축주가 원하는 조건을 명확히 파악하고, 건축물이 들어설 토지의 조건을 명명백백하게 분석한 뒤,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면서도 심미적인 요인을 가미한 디자인을 내놓으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건축주들은 대부분 좋아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가진 건축물이 갖게 되는 프리미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해 <2013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홍 소장에게 안겨줬던 인천 송도의 <커낼큐브> 역시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고 말했다. 설계 이전부터 건축주에게 고려해야 할 요소를 챙겼고, 건축주는 물론 이용자와 고객들까지 고려한 디자인을 내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겸손해 했다.
그렇다고 기획에 맞춰 디자인을 짜는 것은 아니다.
그는 “건축가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요소를 반영하려 할 것”이라며 “기획과 디자인을 서로 보완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관계이지, 누가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 소장이 이처럼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이들은 경험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며 알게 된 건축은 그야말로 매력적이었지만, 현실의 벽은 아주 높고 어려웠다”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회고했다.
“제 세대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던 때예요. 그래서 적성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건축학과 역시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선택했지, 제 의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하니 정말로 재미있고 신났습니다. 그래서 대학원까지 줄기차게 공부만 했습니다. 학업을 마친 후에는 규모가 큰 회사에 취직도 했죠.”
그는 이때부터 건축사의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공부를 마친 뒤 들어간 회사는 업무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결국 1년 만에 그만뒀죠. 두 번째 직장은 첫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분들이 설립한 신생회사였습니다. 많은 일을 했지만, 넉넉지 않은 환경으로 역시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직장에서는 ‘규모 검토’라는 일을 했는데, 그야말로 좌절을 겪었죠.”
‘규모 검토’는 건축주를 만나 일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업제의보고서와 유사한 일로, 그는 “부푼 희망을 안고, 1년 동안 70여 건 이상의 규모 검토를 제시했지만 정작 단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실패에 대한 원인분석에 들어갔고, 그 결과 ‘기획’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저는 프로젝트 시작 전에 언제나 기획팀과 함께 회의를 합니다. 저희 건축사무소가 다른 곳과는 달리 기획파트가 같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경기 가평 아침고요마을 전원주택
삶의 방식 이해하는 公同所
홍만식 소장은 이와 함께 건축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공공재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홍 소장은 “건축물은 건축주에게 재산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며 “좋은 건축물이라면 주변과의 조화,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 역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공재로서의 건축물의 역할을 대해 ‘공동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건축물이 갖는 공공성은 건축가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공재’라는 말보다는 ‘공동소’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뭔가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듯한 뉘앙스의 ‘공공재’보다는 모두가 공동을 사용하는 공간이란 뜻의 ‘공공소’가 더 부드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와 관련된 재능기부에도 열심이다. 여러 집짓기 동호회를 방문해 자신이 갖고 있는 건축지식과 살기 좋은 전원주택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
“살기 좋은 전원주택 단지를 보면 공동소의 역할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각자의 주택에서는 독자적인 삶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단지로 봐도 조화롭고 평화로운 모습이 좋은 전원주택 단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죠.”
실제로 그는 경기도 가평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 중이기도 하다. 집짓기 동호회와의 인연으로 시작해 이제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각자의 삶에서부터 공동체의 삶을 모두 아우르는 건축물이 진짜 명품 건축물이라는 홍만식 소장. 그가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전원주택 단지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나온 홍 소장은 2006년 개발기획 파트너와 함께 건축사사무소 리슈건축을 설립했다. 199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1997년 대한민국 건축대전 우수상(16회)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신인건축사 대상 최우수상(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재 모교인 서울시립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며, 집짓기 동호회를 대상으로 기능재부에도 열심이다.
[서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