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 와인은 정직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와인만 아는 순수한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 기교를 부리지 않은 와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스파클링 와인의 본고장 리무에서 온 로랑 망고(Laurent Mingaud) 씨에르 다르퀴(Sieur D’arQues) 수출담당 이사의 설명이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와인산지 리무는 프랑스 남부 랑그독-루시옹에 속해 있다. 망고 이사는 왜 이곳 와인이 좋은지를 역사로 설명했다.
“쌩 힐레르 수도원 수사들이 미사에 쓰려고 와인을 준비했는데 어느 날 이게 변해서 스파클링 와인이 됐다. 1531년의 일이다. 여기에 착안해 이곳 토착품종 모작을 가지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게 블랑케트 와인이다. 그래서 리무 사람들에겐 블랑케트 유전자가 있다. 나 역시 블랑케트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는 또 “샤도네 품종이 유명한 이곳에 최근 로칠드가 레드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레드와인에도 유망한 떼루라라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망고 이사는 씨에르 다르퀴의 수출담당 이사이자 양조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씨에르 다르퀴는 이 지역 44개 마을 270개 포도재배농이 1946년에 만든 협동조합 와이너리”라고 소개했다. “이곳 떼루아는 지중해 연안 마을 메디 떼레랑에서부터 해발 500m나 되는 산지 마을 오뜨 발레에 이르기까지 펼쳐져 있어 같은 지역이지만 포도 수확시기가 3주나 차이가 난다”는 것.
그 다양한 밭에서 나는 포도를 합해 만드는 만큼 씨에르 다르퀴의 와인은 매우 복합적인 풍미를 풍긴다. 그렇다면 여러 포도재배농이 만든 포도로 어떻게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 망고 이사는 비결을 ‘토크 클로쉐’라는 독특한 행사에서 찾았다. 프랑스 말로 토크는 요리사의 모자, 클로쉐는 마을마다 있는 성당의 종을 의미한다.
이곳에선 여러 포도재배농이 만든 오크통 가운데 100개만 선정해 매년 부활절 1주일 전에 경매 행사를 여는데 그게 토크 클로쉐다. 그 경매에 출전 여부에 가문과 마을의 명예가 달린 만큼 농민들은 심혈을 기울여 포도를 재배한다는 것이다.
토크 클로쉐는 지금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경매로 자리를 잡았다. 매년 6000여 명이 다녀가는 이 행사의 요리는 미슐랭 3스타 셰프만이 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프랑스 셰프 22명이 진행했고 최근엔 이탈리아와 브라질 셰프도 왔다고 한다. 행사 수익금은 마을 성당의 종을 비롯한 문화재를 보수하는 데 쓰인다. 리무는 쌩 힐레르 성당을 비롯한 로마시대 고딕 건물들이 많은 유적지이기도 하다. 토크 클로쉐 와인 중 최고급인 슈페르 프리미엄급 와인은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행사에 올라갔을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고급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선 로마네 꽁띠처럼 생산량을 철저히 제한한다.
망고 이사는 리무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친환경 와인, 퀄리티 와인, 문화보호다. 씨에르 다르퀴엔 포도재배농의 70%가 참여하고 있는데 25대째 내려오는 가문도 있다고 했다. 이들 모두가 이곳에서 고기도 잡고 채소도 가꾸며 대대손손 살아갈 것이기에 포도만을 위해 환경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것. 게다가 힘을 합쳐 비용을 줄인다고 했다. 유럽 금융위기 때도 이곳은 일치단결해 비용을 줄여 합리적 가격으로 와인을 낸 덕에 빠르게 위기를 벗어났다.
협동조합이지만 포도 값은 철저히 품질에 따라 지불한다고 한다. 연초 제출한 계획을 지켰는지, 포도 품질은 어떤지 등을 평가해 값을 매긴다는 것. 이게 양질의 와인을 만드는 비결이다.
망고 이사는 빠른 시일 내 한국 요리사가 ‘토크 클로쉐’ 행사를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한국 요리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