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Leeum)이 오는 3월 23일까지 히로시 스기모토의 대규모 개인전 <사유하는 사진>을 진행 중이다. 히로시 스기모토는 2001년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핫셀블라드상’ 수상을 비롯해 2009년 영국 <더타임스>의 ‘1900년 이후 활동하고 있는 전 세계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인’에 포함된 사진계의 거장이다.
일본 도쿄의 세인트폴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미국 LA의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에서 사진을 전공한 히로시 스기모토는 세계 미술계의 큰 관심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간결한 형식과 깊이 있는 개념, 장인기술로 무장해 심도 있는 작품들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199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포함해 2000년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 2006년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미술관 가고시안 갤러리 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장시간 노출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사진에 담은 것처럼 여겨지는 <극장(Theaters)> (1975-2001)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찍은 추상적인 바다의 모습인 <바다풍경(Seascapes)>(1980-2002), 사진의 한계를 넘어 재현의 역사를 보여 주는 <초상(Portraits)>(1999), 실험을 통해 만든 인공번개로 연출한 <번개 치는 들판(Lightning Fields)>(2006~) 등 대표 흑백사진 연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가속하는 불상(Accelerated Buddha)> (1995-2013) 연작은 미술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이다. 사진으로 이뤄진 <부처의 바다(Sea of Buddha)>(1995), 3채널 영상인 <가속하는 불상>(1997·2013), 17점의 조각 설치 작품인 <5원소(Five Elements)>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작업으로 소멸을 향해 가속해 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의식의 기원을 찾는다. 이는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히로시 스기모토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역설적이게도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한 모습에 시간과 열정을 담아 정지된 한 컷을 선보임으로써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시간을 거슬러, 보이지 않는 기억을 더듬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느리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 정보·전시명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展
·장 소 2013년 12월 5일(목)~2014년 3월 23일(일)
·기 간 삼성미술관 리움(Leeum) 기획전시실
[서종열 기자 자료제공 삼성미술관 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