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O를 아시나요?”
단어조차 생소할 수 있는 POLO경기가 지난 9월 7일 제주도 한국폴로컨트리클럽(KPCC 이주배 회장)에서 열렸다. 왕족들의 스포츠로 불리는 POLO는 축구장 6배 정도의 광활한 잔디밭 위에서 늠름한 말을 타고 달리며 오른손에 쥔 맬릿(스틱)으로 공을 치는 스포츠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지역과 남미, 인도, 중국에 이르기까지 리더들의 사교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영국이 주도권을 쥐고 유럽을 거쳐 세계로 전파된 POLO는 사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스포츠다. 기원전 600년에 페르시아의 ‘쇼간(Chaughan)’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쇼간은 지금의 POLO처럼 스틱으로 공을 치는 경기로 이후 티베트와 인도를 거쳐 영국에 전파됐다.
영국이 POLO의 종주국이 된 것은 19세기 무렵 인도에 머물렀던 영국의 귀족들이 경기규칙과 용구를 정비해 국제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POLO는 전 세계에 퍼지면서 영국 귀족들의 스포츠로 명성을 쌓았다.
역동적인 경기 후 이어지는 화려한 파티
영국여왕을 위해 탄생한 페르노리카의 하이엔드 위스키 ‘로얄살루트’ 역시 이런 이유로 POLO를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는 올해에도 POLO강국인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을 데려와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줬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장태평 전 한국마사회 회장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POLO 마니아로 알려진 일본 오츠카그룹의 타로 오츠카 사장도 선수로 참여했다.
주최자인 로얄살루트 측은 글로벌 선수들과 국내선수들로 따로 팀을 구성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각 팀에 2명씩을 서로 포함시켜 연합팀을 만들었다. 글로벌 선수들의 실력이 워낙 높은 탓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해지면서 경기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VIP석에서 차와 위스키를 마시며 천천히 경기를 관람하다가도 상대편 진영으로 말발굽을 향하는 선수들의 열정이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겹치면서 그림을 연출해 내기도 했다.
POLO경기는 7분30초씩 주어지는 ‘추커(Chukker)’가 4번 이어지며 진행되는데, 1,2 추커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이 모두 경기장에 들어가 잔디를 밟는다. 시합 중에 뒤집어진 잔디를 다시 정돈하기 위해서다. 이 시간 동안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는 한편, 지친 말을 교체하기도 한다. 경기는 ‘로얄’팀과 ‘살루트’팀으로 나눠져 진행됐다. 1시간 반이 넘는 경기가 마무리되고 나면 선수들과 관람객들은 모두 모여 파티를 진행한다. KPC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PCC 관계자는 “승리는 위해서가 아닌 사교목적으로 발전된 스포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해
이튿날에는 POLO 체험이 이어졌다. 후원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배려 덕분이다. KPCC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기용 말들과 함께, 맬릿-타격-승마의 순서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체험을 시작한 곳은 맬릿체험이었다. 맬릿은 앞서 밝힌 것처럼 망치 모양의 기다란 스틱으로 체험용은 성인의 팔보다 약간 짧은 길이다. 발판을 딛고 올라가 잔디밭에 놓은 POLO공을 직접 쳐보는 행사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지만, 힘을 빼고 팔을 360도로 회전시켜 때리는 만큼 정확한 타격이 어려웠다.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강사는 “공을 때리기 전까지 집중해서 봐야 하며, 온몸을 이용해 탄력으로 공을 친다”면서 “의외로 골프처럼 손목 힘을 이용하면 금방 피로해진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맬릿에 익숙해지자, 이번에는 직접 안장 높이에서 공을 때리는 타격을 체험하는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마구간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에는 동그란 그물망이 쳐진 체험장이 있었다. 나무로 만든 목마를 타고 직접 1m가 넘는 맬릿으로 공을 때리는 곳이다. 일단 목마의 안장에 앉자 가벼웠던 맬릿이 의외로 무겁게 느껴졌다. 맬릿의 무게가 머리에 해당하는 끝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움직이지 않는 목마였지만 의외로 타격에 어려움이 많았다. 마지막에는 직접 경기마를 타고 잔디밭을 도는 승마체험이 있었다. 1m가 넘는 말등에 올라앉자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랐다. 말을 끄는 마부들은 그래서 “말과의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선수들은 60km/h 이상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컨트롤 힘든 맬릿으로 직경 10cm 정도의 공을 치고 나간다.
체험행사를 한 바퀴 돌고나니 땀이 흥건했다.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난 뒤 같이 샤워를 하고, 시원한 곳에서 함께 마시는 위스키 한잔이 POLO의 참맛이라고 선수들은 말한다. 기원전 600년 무렵부터 시작됐다는 귀족스포츠 POLO가 200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리더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