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계 영국작가 바티 커가 지난 9월 4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 등장했다. 자신의 작품들로 구성된 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바티 커는 빈디(인도 여성들이 미간에 붙이는 점)를 오브제로 삼아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추상회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특히 남편인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와 함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오브제를 이용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들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티 커는 빈디를 이용한 작품들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빈디를 하나하나 붙여감으로써 회화에 대한 새로운 기법은 물론, 다양한 색채와 질감으로 표현되는 놀라운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특히 많은 시간과 노동을 요하는 빈디 작업 과정에서 ‘손의 엇나감’을 응용해 전혀 다른 의미의 얼룩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얼룩들은 보는 위치와 시선에 따라 지도는 물론, 얼굴 같은 다양한 형태로 인식된다.
이밖에도 여성적이면서도 파괴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는 이율배반적인 작품들 역시 볼 수 있다. 바티 커의 최신작 중 하나인 <클라우드 워커>가 대표적이다.
전통의상인 ‘사리(sari)’를 든 아름다운 여성이 춤을 추는 듯한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리가 여성의 뒤통수를 뚫고 들어가 엉덩이로 빠져나오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다리가 쩍 벌어져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여성의 몸을 감싸주는 아름다운 사리(의류)가 다른 이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겠지만, 자신에게는 고통의 굴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과 전각, 그리고 동그란 구가 합쳐진 <어제, 오늘, 내일>이란 작품 역시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바티 커는 “아래의 말은 어제, 등자 위의 사원은 오늘, 그리고 금속 구는 내일을 상징한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구를 통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해 준다.”
그래서일까. 커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어렵다”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어려움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고, 의미를 찾게 된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던 위치와 기호의 구체적인 정의를 모두 넘어선 커가, 조합된 여성상을 통해 관념을 흔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 정보전시명 : 바티 커 展
일 자 : 2013년 10월5일까지
장 소 : 국제갤러리 2관 K2, K3
[서종열 기자 사진제공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