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오는 봄 걸그룹들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이들이 침체된 K팝 분위기를 살릴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이브·JYP·와이지엔터 등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호한 실적과 자사주 매입 등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인 듯 뭘 해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 일각에서는 식지 않는 K팝 위기론과 함께, 당분간 이들 엔터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때 잘나가던 K팝이 이처럼 곤경에 처한 것은 그동안 K팝 전성기를 이끄는 대표 선수들의 뒤를 이을 주자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년 많은 걸그룹과 보이그룹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야심차게 제2의 방탄소년단, 제2의 블랙핑크가 되겠다며 나선 아이돌들도 반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세대 아이돌 중에서 뉴진스가 그나마 두각을 보이고, 뒤늦게 미국 시장에 뛰어든 트와이스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눈길을 끄는 정도다. 보이그룹의 경우는 글로벌 인기가 있다 해도 순위를 매기기엔 딱히 성적들이 애매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엔터사들은 새 걸그룹들을 선보이는데, 일단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돌 대표 명가 하이브와 와이지의 선수들이 나서기 때문이다. 먼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아일릿이 나섰다. 아일릿은 빌리프랩에서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아일릿은 르세라핌, 뉴진스를 잇는 하이블 레이블의 세 번째 걸그룹으로, 방시혁 의장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야심차게 준비된 카드란 얘기다.
미국의 음악 전문 매체 그래미닷컴은 아일릿을 ‘올해 주목해야 할 K팝 신인’ 중 한 팀으로 꼽았다. 아일릿은 지난해 방송된 JTBC 서바이벌 프로그램 ‘알유넥스트?(R U NEXT?)’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이다. 한국과 일본 멤버로 구성됐다. 그룹명 아일릿은 ‘I WILL’과 대명사 ‘IT’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취적인 뜻을 펼칠 수 있는 걸그룹을 지향한다고 한다.
아일릿 못지않게 주목받는 걸그룹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다. 와이지가 블랙핑크의 뒤를 이어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해 11월 공식 데뷔를 했지만 그동안 활동 자체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베이비몬스터는 오는 4월에 내놓은 미니앨범이 사실상 본격 데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상 이유로 데뷔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던 멤버 아현의 합류로 완전체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대감이 더 높은 상태다. 첫선을 보인 후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음에도 데뷔곡 ‘BATTER UP’은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인 QQ뮤직 MV 차트, 21개국 아이튠즈송 차트, 일본 최대 플랫폼인 라인뮤직 뮤직비디오 차트 등에서 1위를 석권했다. 베이비몬스터는 한국, 태국,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다국적 걸그룹이다. 블랙핑크와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와이지엔터는 베이비몬스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명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수장으로 있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도 약 13년 만에 4인조 걸그룹 캔디샵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차트 역주행으로 인기를 모은 브레이브걸스의 뒤를 잇는다. 작곡 명성만큼 아이돌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용감한형제가 이번에는 선전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캔디샵은 시작부터 ‘셀프 PR 콘텐츠’ 등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팀명 캔디샵은 알록달록한 캔디처럼 다채로운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굿 걸’을 타이틀곡으로 한 데뷔 앨범 ‘해시태그#’는 3월 27일 발매된다. 봄철 걸그룹 대전에는 유명 프로듀서들이 내놓는 신인 걸그룹들도 가세한다. 이 중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블랙핑크, 빅뱅 등의 노래를 프로듀싱해 온 테디가 만들고 있는 걸그룹이다. 소속 연습생 중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장녀 문서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양현석 와이지엔터 대표와 테디의 경쟁구도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JYP엔터는 올 1월 미국 현지화 전략에 맞춘 걸그룹 비춰(VCHA)를 이미 선보였다. 비춰 역시 아일릿처럼 정식 데뷔에 앞서 미국 그래미닷컴의 ‘2024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25’에 선정됐다. 한국계 미국인과 미국 캐나다 출신 멤버로 구성된 비춰는 미국 현지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합작한 서바이벌 오디션 ‘A2K’를 통해 결성됐다. 이때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기대에 비해 아직은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데뷔곡이나 앨범과 함께 내놓은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만 하더라도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에스엠의 새 걸그룹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에스엠의 대표 걸그룹인 에스파가 소속 멤버의 열애설로 최근 세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바 있다. 한편 하이브 소속 뉴진스는 ‘2024 빌보드 위민 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그룹상’을 받았다.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그룹상’을 받은 K팝 아티스트는 뉴진스가 처음이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