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기업 한화솔루션이 통합법인 출범 후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김 사장이 주도해온 한화큐셀의 태양광 사업이 올해 2분기에 7 흑자 전환(7분기 만)에 성공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39)이 활발한 대내외 행보속에 실적과 사업 재편으로 존재감을 한층 공고히 하고있다.
먼저 한화솔루션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2777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2% 증가한 3조3891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2445억원으로 9.76%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0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태양광 사업을 낙점하고 확대해왔다. 한화솔루션의 호실적은 김 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김 사장은 2011년 한화솔라원(현재의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기획실장으로 부임하며 실전 경영의 무대로 처음 올라섰다. 이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 실장을 역임하며 태양광 사업의 마케팅·영업의 최전선을 경험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은 업황에 따른 부침이 심했다. 한화는 2010년 중국의 솔라펀, 2012년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여수에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하며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그러나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며 2018년 잉곳 생산을 중단하고 2020년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한화큐셀도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17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 이때에도 김동관 사장은 영업 최전선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경영인들과 만나며 사업 확장을 꾀했다.
한화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회의론도 컸지만 김동관 사장의 뚝심 역시 대단했다. 당시 김동관 전무는 영업실장 자격으로 직접 고객들과 만나며 해외 사업 진출에 나섰다”면서 “한국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발로 뛰는 모습을 보이자 고객사들도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 과감하게 진행한 인수합병 역시 전략적 판단력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밖으로는 일벌레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회사 내부에선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임직원들과 수시로 업무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그가 이끄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2020년부터 부장급 이하 직원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고, 직급 업무에 관계없이 ‘자율좌석제’를 운영 중이다.
▶발로 뛰며 영업… 직원들과는 소통 강조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를 외국인 2명을 포함해 기업인으로 구성했다. 대부분 거수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전직 관료나 국내 대학 교수를 선임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 강조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도 눈에 띈다. 실제 그는 올해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에 참여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에도 한화를 대표해 자리에 참석했다.
자연스럽게 그룹 내에서 김 사장의 입지도 한층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전력부문장과 화학부문 중간지주사인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로서 미래 성장을 책임지고 있고, 그룹 내 우주사업 종합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아 민간 우주시대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화학·에너지와 항공·방산 등 한화의 핵심 사업 모두를 사실상 김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곧 ‘김동관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한화그룹이 단행한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도 김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3개 회사로 흩어져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다. ㈜한화 방산 부문은 탄약과 레이저 대공무기 기술을 보유했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5세대 전투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별도 기준 매출이 4조원을 넘어서는 국내 최대 방산 업체가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김 사장이 지난해 3월부터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재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3개 사업 부문(글로벌, 방산, 모멘텀(기계)) 중 방산 부문을 떼어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대신, 모멘텀 부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한다. 이를 통해 ㈜한화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소재·장비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산 부문 분할, 매각으로 그동안 가려졌던 ㈜한화 모멘텀 부문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동시에 ㈜한화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도 흡수합병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건설 합병으로 ㈜한화는 매출, 영업이익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사업 구조 개편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주사 전환 리스크 해소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지주사 전환의 불확실성에 시달려왔다. 한화생명 지분을 25.1% 보유한 한화건설이 2023년부터 한화생명 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면서 지주비율(자산총액에서 자회사 주식가액 총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했다. 건설사인 한화건설이 금융사인 한화생명의 지주사 격 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지주사가 되면 공정거래법상 다양한 지주회사 규제를 받게 된다.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하고,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상장사 20%, 비상장사 30%) 보유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한화건설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화건설 합병 이후 ㈜한화가 보유하는 한화생명 지분은 43%에 그친다.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가 제조·금융 부문을 분리해 지주사 전환 기틀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는 것은 막되, 그룹 고위층이 결단을 내리면 언제든지 제조업과 금융업 분리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측은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지주사 전환 계획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화큐셀 독일 기술혁신센터 연구원들이 태양광 모듈에 품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제는 없나
어쨌든 이번 사업 재편으로 김 사장이 방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동시에 화학·에너지 등 주력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 사장을 중심으로 한화 오너 일가의 승계 시나리오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형제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에는 ‘3형제→한화에너지→㈜한화’로 이뤄지는 축이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9.7%를 들고 있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사장(50%), 김동원 부사장(25%), 김동선 상무(25%)가 100% 보유 중이다. 지난해 한화에너지는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역으로 흡수합병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4.24%를 가져왔다. 이후 ㈜한화 지분을 계속 늘려왔다. 만약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하면 삼형제 모두 ㈜한화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이후 각자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을 다른 사업 부문별 지분과 교환 가능하다.
㈜한화 실적이 개선되면 삼형제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화에너지가 ㈜한화로부터 받는 배당금 또한 크게 늘어난다. 한화에너지 지분의 절반을 김 사장이 보유했다는 점에서 향후 김 사장이 지분의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를 키워 ㈜한화와 합병하는 식으로 그룹 지배력을 키워갈 것으로 내다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에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포함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 셋째)이 ‘민간 외교관’ 활동을 펼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면 3남이 한화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며 “3남이 한화의 사업 부문별로 서로 지분 교환과 인적분할 과정을 거치면 LG그룹과 LX그룹처럼 3남 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현재로서는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비상장사를 이용한 승계라는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화그룹이 계열사별로 차별적인 배당을 시행했다고 비판한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중간배당으로 501억787만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지난해 한화에너지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이 234억원이 넘는다. 막대한 배당금을 3형제가 독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등은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번 개편으로 김동관 사장이 그룹의 주력 사업을 이끌게 된 것은 더 명확해졌다.
재계에서는 이제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화학·방산·항공 등 그룹의 중추 사업을 도맡은 만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업에서 전략을 새로 짜고 성과를 낼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방위 사업은 물론, 화학 산업의 고도화 등 과제가 녹록지 않다.
형제간 기업 분할구도 속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차남 김동원 부사장은 2016년부터 한화생명의 디지털 사업을 이끌며 금융 계열사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반면 삼남 김동선 상무는 별다른 수혜를 입지 못했다. 김 상무는 2016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아왔으나 현재는 건설 부문을 떠나 그룹 유통·레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He is…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중 장남으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둘째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셋째는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다. 중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는 미국 명문 사립인 세인트폴을 졸업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2010년 ㈜한화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큐셀 영업실장,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와 ㈜한화 전략부문장까지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