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中 2분기 성장률 3.2% 기록하며 V자형 반등했지만… 시장의 이목은 中 경제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에 쏠려
김대기 기자
입력 : 2020.07.28 16:37:40
수정 : 2020.07.28 16:37:57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7월 1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 폭락한 3210.10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6.8%까지 맥없이 주저앉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V자형’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 반응은 되레 차가웠다. 이날 증시에선 ‘차이나 서프라이즈’ 대신 예상보다 더딘 소비 회복세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하반기 경제 향방에 대한 신중론이 더욱 주목을 받는 모습이었다. 중국이 경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2분기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가 안정적인 회복 추세를 판단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 관계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 변수다. 또 대내적으론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거품 경제의 전조 현상이 감지되고 있고, 여기에 최근 기록적인 홍수 피해로 인한 민심 동요까지 악재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에 앞서 지난 2분기 중국이 거둔 ‘경기 반등’ 성과를 살펴보는 것은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하기에 의미가 있다. 중국은 생산은 물론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비, 투자, 수출 변수가 일제히 뚜렷한 회복 곡선을 그리면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았다. 또 중국은 글로벌 팬데믹 정국에서 ‘전염병 확산 저지’와 ‘경기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희망을 세계에 건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7월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앞서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는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4%로 제시한 바 있다. 서구보다 중국 경제를 다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중국 금융정보 업체 윈드(wind)도 앞서 2.7~3.0%를 전망치로 내놓았는데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2분기 성장률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중국 GDP는 45조6614억위안(약 7864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 1분기에 GDP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 감소했는데 이는 분기 GDP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첫 역성장 기록이었다. 그러다 중국은 2분기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전환시키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경기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나서는 동시에 지난 2월부터 ‘경제 정상화 작업’에 돌입하며 전염병 여파로 인한 경착륙 위기를 피하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그 과정에서 10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꺼내들며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 투자, 맞춤형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실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요 경제 변수 가운데 생산과 수출입 변수가 가장 눈에 띄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나갔다. 앞서 발표된 6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를 기록하며 지난 2월 역대 최저치인 35.7을 기록한 이래 넉 달 연속 기준점 50을 넘기며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6월 수출은 시장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난 2135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해외 수요 감소로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달 수입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함께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두마차인 투자, 소비 변수도 2분기 들어 뚜렷한 회복 곡선을 그렸다. 인프라 시설 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는 지난 1~6월 증감률이 -3.1%에 그치며 지난 1~2월(-24.5%)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띠고 있다. 소비 활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6월 -1.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비록 마이너스 성장률이지만 지난 1~2월 증감률이 -20.5%를 기록한 이후 낙폭이 매달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주요 경제 지표가 양호하게 도출됐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소 차분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올 상반기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는데도 소비 심리가 온전히 살아나지 않자 인위적인 부양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 당국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중국 경제의 회복 여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상반기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였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남아있고 세계 경제가 전염병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 역시 온전한 회복을 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경기 반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험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둥베이증권은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고 당국의 경기부양책이 힘을 발휘하면서 경기가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과의 갈등 고조와 글로벌 전염병 확산에 따른 해외 수요 감소 등은 경제 회복에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을 강타한 자연재해도 위험 요소로 부각됐다. 블룸버그는 “지난달부터 중국 남부 지방은 심각한 폭우 피해를 입고 있는데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그림자 금융과 부실대출 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중국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 민영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중국 당국은 은행 대출을 유도하며 기업 금융 지원에 열을 올렸다. 문제는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부실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국 금융업 전반에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잔액은 3조6000억위안(약 620조원)으로 연초 대비 4400억위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0.08%포인트 오른 2.1%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이 중국 소형은행 43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2.48%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상위 10대 대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1.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7월 14일 중국 은보감회는 “금융 부문에서 부실대출을 비롯한 여러 위험 변수들이 감지됐다”며 “안정적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지방 중소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8조위안(약 137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