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아세안의 관련 업계 규모 팽창세가 예사롭지 않다. 필리핀,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연간 40%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등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의 온라인 배달 서비스 시장 매출 규모는 1억6700만달러 규모로 2018년 대비 43.97%나 상승했다. 지난해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도 2018년 대비 190만 명 증가한 730만 명으로 파악됐다. 베트남의 동종 업계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40% 성장했다. 2018년 1억4780만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2019년에는 2억700만달러를 기록했다. 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해 2018년 25억99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각국별 차별화된 서비스 주목
아세안 배달 시장의 성장 비결은 배달 업계의 주요 운송 수단인 오토바이의 대중화가 오래전에 이뤄진 지역적 특성과 더운 날씨, 극심한 교통체증 등으로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아세안 각국에서 배달 앱 서비스가 신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최근 이 같은 설명은 기초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화된 전략을 집중 추구한 결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각국 소비자 기호에 맞는 특색 있는 서비스 제공이다.
코트라 방콕 무역관은 “태국의 배달 앱 목록에는 길거리 음식 등 일부 로컬 벤더들의 맛집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본인이 직접 줄을 서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거나 인근 주차장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점도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에서는 소액의 배달료로 주문 금액과는 무관하게 배달 서비스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베트남의 저렴한 배달료는 패스트푸드 및 현지 음식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등과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도 배달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면서 “베트남에서는 1500원가량의 커피 한두 잔만을 배달시키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장보기 대행 서비스까지 나와 있다. 또 이들 배달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젊은 인구가 밀집된 도심 등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 먹혀 들어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이용에 능숙한 젊은층들이 배달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 보면 편리함과 익숙함 때문에 배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최근 아세안 시장이 글로벌 신시장으로 각광받고 외부 투자가 늘면서 이들의 소비력이 커진 것도 시장 성장세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마닐라 무역관은 “필리핀의 경우 매년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금전적 여유가 증가한 것도 시장 성장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산업성장 요인 속에 배달 앱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관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에서 경쟁하는 배달 앱 서비스 업체들은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기업도 절대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 내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 중 대표적인 곳이 푸드판다(foodpanda)와 그랩푸드(Grab Food) 등이다. 이곳들은 배달업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푸드판다의 모기업은 우리 1위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다.
주문 음료 픽업을 위해 카페 앞에서 대기하는 베트남 그랩(Grab) 기사들
▶성장 걸림돌은 없나
이처럼 아세안서 배달 시장이 커지고 관련 사업도 성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숙제도 안고 있다. 바로 수익성 문제다.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이에 대한 해법이 시급하다. 현재 각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 탓에 고객 수 늘리기에 일단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수수료 면제, 음식 값 인하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수익 창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객 수와 매출은 늘고 있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콕 무역관 측은 “태국 내 주요 배달업체인 라인맨, 그랩푸드, 푸드판다 등 3개 업체의 실적을 보면 모두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면서 “고객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아세안 국가 소비자들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것도 해결해야 될 숙제로 꼽히고 있다.
아세안은 전통적으로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하다. 일례로 필리핀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8년 필리핀 금융거래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현금 결제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국, 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이 같은 돈쓰는 습관이 배달 서비스 결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과 연관된 ‘배달 서비스’의 추가 성장을 위해서라도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노이 무역관 측은 “전 세계적인 O2O 시장 증가세에 맞춰 베트남에서도 음식 배달 서비스 앱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배달 서비스 앱 이용과는 별개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대한 낮은 이용률은 확대일로에 있는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성장에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결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수익성 문제와 관련해선, 배달 서비스 업체들은 시장이 이제 막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실적 개선은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