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시엠립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방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16일 캄보디아 프레아피투(Preah Pithu) 사원을 방문하면서 이 지역 내 우리의 세계 유적 복원 정비 사업이 새삼 관심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복원사업은 문화재 올림픽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17개국이 참가해 복원 기술을 뽐내고 있다. 우리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앙코르 내 유적 복원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복원 기술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해 프레아피투 사원의 1차 복원 사업이 끝난 후 추가 정비 작업을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앙코르 유적지 내 명소인 코끼리 테라스의 복원도 추가로 맡겼다. 이에 올해 2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훈풍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도 불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캄보디아 이외에도 라오스(홍낭시다 사원), 미얀마(바간 벽화) 등에서도 문화재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 복원 실무 작업을 하고 있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앞으로도 아세안 지역 내 세계유산 보존·복원 정비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잇는 ‘고대 크메르로드’를 복원하는 큰 구상 속에 관련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 대통령이 방문한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사원은 고대 크메르제국의 도성인 앙코르톰(Angkor Thom) 중심부 바욘 사원 인근에 있다.
이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년)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면적은 약 12만6000㎡다. 1차 복원 작업은 2015년부터 시작하여 2018년 11월 30일까지 38개월 동안 진행됐다. 2차 복원 작업은 2023년까지 이뤄진다. 사원은 시바 신을 모시는 힌두교 사원 4개, 불교 사원 1개, 연못, 해자로 구성되며, 건물은 각기 다른 시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사원의 원래 명칭에 대해서는 아직 고증된 바 없고, 20세기 초반 프랑스 극동학원(EFEO)이 고고학 조사를 할 당시 각각의 사원에 명명한 알파벳 T, U, V, X, Y를 지금도 사원 명칭으로 사용한다.
이번에 대통령이 방문한 곳은 사원T와 사원U이다. 이중 사원T는 비슈누 신을 위해 건립된 사원이다. 피라미드형 기단과 성소, 담장과 사방의 문, 해자와 십자형 테라스 등 힌두사원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사원U는 시바 신을 위해서 봉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코타이의 미술 양식 영향이 나타난다. 사원T와 사원U는 하나의 해자로 둘러싸여 있어 두 사원 간에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오스에서 우리가 복원중인 홍낭시다 사원도 세계 문화유산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참파삭 문화경관 내 왓푸사원과 고대 주거지 내 홍낭시다 사원의 보존·복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홍낭시다는 라오스어로 ‘시다 공주의 방’이라는 뜻을 가진 12세기 건립된 힌두사원으로, 왓푸사원에서 1㎞ 거리에 있다. 이곳은 앙코르 유적지까지 연결되는 고대 크메르 길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복원 작업에 처음 나섰을 때 홍낭시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붕괴와 매몰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라오스서 처음 출토된 금동요니
그런데 지난 3월 초 이곳 유적지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복원작업을 진행하던 와중에 라오스에서 처음으로 금동요니가 발견된 것이다. 금동요니는 홍낭시다 사원의 플랫폼 하부에서 발견됐다.
한국문화재단 관계자는 “도굴과 전쟁의 피해로 유물이 나오기 어려운 크메르 사원에서 금동 유물과 진단구를 온전히 발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요니(Yoni)는 힌두교에서 여신을 상징하는 여근상으로, 남신을 상징하는 링가(Linga, 남근상)와 결합된 상태로 봉안됐다.
학계에서는 이 금동요니를 고대 크메르 교류사의 증거로 본다. 다섯 개의 얼굴을 가진 사다시바 신앙은 10~12세기 왓푸와 앙코르 두 지역 모두에서 유행한 힌두신앙으로, 발견된 금동요니는 사다시바 신앙과 관련지을 수 있다. 때문에 요니 발견에 라오스 안팎이 들썩였다.
이와 함께 고대의 사찰 건물의 기단 등에 나쁜 기운이 근접하지 못하도록 기단 하부 축조 시 각종 물건을 매장하는 진단구에서도 금박편, 크리스탈편 유물이 발견됐다. 크메르 유적에서 진단구를 봉헌한 흔적은 종종 있으나, 이처럼 진단구 유물이 발견된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한다. 홍낭시다 사원의 보존·복원은 2020년까지 진행된다.
미얀마 바간 유적지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드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10~13세기경에 건설된 바간 유적지는 3300여 개 이상의 사원과 탑이 남아있는데, 이곳 일출은 세계적인 명소다. 유적지서 보는 일출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 사원 내부에 있는 벽화 복원을 담당하고 있다. 바간 유적지 사원 곳곳에 화려하게 채색된 벽화가 남아있다. 하지만 지진,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와 외부세력의 침략에 의한 훼손 등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손상된 상태이다. 특히 2016년 바간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6.5의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벽화 보존처리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바간의 한 사원 전경
현재 우리는 바간유적 민난투(Minnanthu) 지역에 위치한 파야톤주 사원(Phaya-thon-zu)의 벽화 보존처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차연도 사업으로 파야톤주 사원 구조안전진단, 벽화 보존처리 기술개발, 디지털 기록화 등 보존처리를 위한 기초조사를 진행했고, 올해 사원 보존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및 기초 정비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복원 작업은 2023년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