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차에 이어 2015년 4월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2차 핵 협상이 타결됐다. 이란이 추가적인 핵 개발 활동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면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데 서방과 이란이 합의한 것이다.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 등 서방과 각을 세우던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반면 핵 협상이 타결될 때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과 이스라엘은 크게 반발해 왔다. 2차 핵협상이 타결된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말 나쁜 협상”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부추기는 역사적 실수”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주미 대사를 지냈던 반다르 빈 술탄(Bandar bin Sultan) 왕자는 “사우디도 중국 및 러시아와 안보협력에 나설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처럼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은 단순히 핵 위협을 제거해 평화로운 중동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아니다. 혼란한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겠다는 서방의 복안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기존의 정치질서를 유지하려는 일부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바마 행정부, 왜 이란과 화해하는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중동 내 가장 중요한 경제적 그리고 안보적 거점이었던 우방 이란이 반미 국가로 변모한 것이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미국에게 중요한 나라는 이란이었다. 석유 자원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소련의 남하를 막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혁명 직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시위대에 점령되고 대사관 직원이 444일 동안 억류됐다. 구출을 위해 보낸 헬기는 추락하고 특수부대 작전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미국인들의 뇌리에는 이란이 가장 증오스런 국가로 남았다. 따라서 1979년 이후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대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금기사항(taboo)을 역행하는 것이다. 반(反)이란 그리고 친(親)이스라엘 정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을 탈피하려 노력해왔다. 무력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다자주의 노선을 걸어온 것이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발생한 미군의 인명피해는 물론 군비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동 전략의 한 틀이다. 중동에서 철군해 아시아로 이동시키는 아시아 중심전략(Pivot to Asia)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의 결과도 좋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과 인명피해에도 현재 미국이 묵도하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혼란 그리고 이라크에서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등장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보다는 정치과정(political process)을 통한 선정(good governance)으로 중동의 안정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시아파인 시리아 집권 아사드 정권의 퇴진 그리고 시아파인 이라크 중앙정부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또, 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세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를 설득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내 행위자가 이란뿐이라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는 잘 인식하고 있다.
양고기와 코카콜라를 즐기는 이란 어린이들
추가적 옵션의 부재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핵 협상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더 이상 가동할 옵션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용한 제재조치가 다 투입됐다. 이란은 세 가지 제재 하에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재, 2006년부터 4차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 그리고 2011년부터 시작된 유럽, 한국, 일본, 호주 등 서방 각국의 이란 정부에 대한 독자적 제재다. 이어 2012년부터는 석유금수조치까지 더해졌다. 남은 것은 군사적 조치밖에 없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결국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인 것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답보상태가 장기화되면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 더 나아가 국제정치역학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주도의 다양한 제재가 진행되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이 동참하지 않으면서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차원의 고강도 제재와 군사적 조치도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어부지리’로 한국, 일본, 유럽이 철수한 이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이란의 중국화(Chinization of Iran)’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다. 중국 제품이 이란의 상점을 장악하고 있다. 이란의 산업시설에 투자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같은 중국과 이란의 밀월관계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지역에서의 이권 상당부분을 상실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란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 대국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원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걸프지역이다. 차세대 에너지 보고는 카스피해다. 두 지역을 다 접근할 수 있는 나라는 유일하게 이란뿐이다. 이런 이란이 중국과 정치경제적 혈맹이 된다면 미국에게는 큰 손실이다. G2 국가인 중국과 이란의 관계에 개입할 수도 없다.
개방지향적인 이란 여성들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고민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은 중동의 기존 강국들에게 고민거리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돌아오는 게 두려운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이란 옥죄기 전략일 뿐이었다.
이란 핵문제는 북한의 그것과 다르다. 이란은 단 한 차례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언급한 바가 없다. 최고 종교지도자와 대통령 모두 자국 내 제조업 투자를 위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평화적인 원자력 발전을 하겠다고 시종일관 언급해 왔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제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최고 종교지도자는 “핵무기 생산 및 보유는 이슬람정신에 어긋난다”는 종교적 해석도 내렸다.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란이 가진 잠재력이다.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이 중동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구리, 철강석, 아연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수자원도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풍부하고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다. 인구도 8000만명 이상으로 거대한 시장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세 번째 군사대국이다.
정규군 40만명 그리고 공화국수비대 12만명과 더불어 100만명 이상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전투기와 잠수함을 조립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시아파 초승달 vs 수니파 초승달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와 영향력 확대는 향후 중동의 정치지도를 크게 바꿀 것이다. 이미 전초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동 여러 나라의 내부적 정치적 혼란과 충돌과 더불어 큰 틀에서도 중동이 급변하고 있다. 이집트 정권이 붕괴하고 정치적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이란이 서방과 핵협상을 타결할 의지를 보이면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중동 패권이 이란과 터키 주도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를 ‘시아파 초승달 vs 수니파 초승달’로 비교하는 분석이 자주 나오고 있다. 시아파 초승달은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수니파 정권이 붕괴하면서 등장한 용어다. 이라크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집권하고 있다. 이란을 축으로 서쪽으로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 시아파 국가들이 연결된 것이다. 남쪽으로는 바레인, 사우디 동부, 오만 등에서 시아파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수니파 초승달은 터키에서 시작되어 요르단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 교차로에 있는 나라가 바로 시리아다. 시리아 정권은 시아파의 일파인 알라위(Alawi)파로 인구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구의 70% 이상은 수니파다.
시리아 사태가 어떻게 귀결되는가에 따라 중동의 정세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시아파 정권이 붕괴하면 수니파 초승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년 4월 전격적으로 예멘의 시아파 후티(Houthi) 반군을 공습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분석될 수 있다.정치적 혼란 속에서 북부의 시아파 반군이 수도를 장악하고 남진하고 있어 예멘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또 이란에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란의 중동 내 패권국가 부상을 놓고 이미 중동에는 치열한 신경전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중동 미니상식하람과 할랄을 구별하라!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것을 하람(haram)이라고 칭하고 허용된 것을 할랄(halal)이라고 한다. ‘하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무언가 행동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할랄푸드(halal food) 산업 발전을 위해 이슬람에서 금지된 음식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연사로 죽은 동물, 이슬람에서 허용하지 않은 방식으로 도축된 가축, 피, 돼지고기, 비계와 내장, 술 등이다. 도박, 이자 등도 이슬람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할랄은 이슬람에서 허용된 것을 통칭하며 특히 음식에 유의해야 한다. 무슬림들에게는 할랄 고기만 제공해야 한다. 이슬람식으로 도축된 고기를 의미한다. 예배를 드리고, 도축 시 최대한 고통을 줄이는 방식으로 숨을 끊어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축을 도축할 때 ‘비스밀라(Bi Ism Allah: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말을 해야 한다. 창조주만이 피조물의 목숨을 결정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조물인 인간이 다른 피조물 가축의 생명을 앗아갈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알라의 이름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