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상당히 다른데 중동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죠?” “중동권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요?”
중동과 거래하거나 출장을 가야하는 우리 비즈니스맨들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이다. 우리와 너무 다른 곳이라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일반 사람들도 중동은 상당히 멀리 있는 곳 혹은 이상한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사막의 기후와 환경이 우리와 상이하다. 생긴 것도 먹는 것도 다르고, 언어와 종교도 차이가 있다. 테러도 많이 발생하고, 갈등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이 때문에 느낌상으로 먼 곳이다.
사실 지리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의 상당수는 아시아 대륙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고대부터 아시아와 많은 교류를 하던 곳이다. 신라시대부터 한국에 아랍 상인들이 드나들었다. 서양과 교류를 시작하기 1000년 이상 전부터 우리와 무역관계를 가졌던 곳이 바로 중동인 것이다. 중동의 본질을 보다 정확히 이해한다면 인식상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오리엔트 문명 속 중동
중동은 동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트 문명권에 속해 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대표적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서 오리엔트인 중동을 두둔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서방의 사상과 문화에 우호적이었지만, 그는 서방이 동양을 보는 시각인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다. 서방의 이해와 이념을 정당화하는 시각과 양식에 익숙한 서방의 동양학 학자들 즉, 오리엔탈리스트(Orientalist)들에게 공정한 시각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중동은 동양으로서 우리와 상당히 유사한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과거 동양적 중동의 전통이 이슬람 종교적 신념과 결합해 강력해지면서 현재까지 상당부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고 독특해서가 아니라 강력해서 21세기에도 변화하는 속도가 늦은 것이다. 우리가 빠르게 동양적인 전통과 가치를 상당부분 버리고 서구화한 것에 비해, 중동은 아직도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긍심으로 가지고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 사람들은 장담하고 있다.
(왼쪽)중동의 베일, 니깝 ,(오른쪽)한국의 장옷
베일과 장옷
중동 여성들의 머리 두건 혹은 베일(Veil)에 대해 우리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다. 특히 눈만 내놓은 니깝(Niqab)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섭씨 50도가 넘는 곳에서 왜 검은 천으로 온몸을 두르고 다닐까’ 하면서 ‘이슬람은 여성을 억압한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100년 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우리나라에서도 규수들이 외출할 때 ‘장옷’을 걸치고 다녔다. 당연히 이슬람 때문은 아니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의 전통이다. 중동권에서도 같은 이유 때문에 여성들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즉, 우리와 유사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다.
이미 이슬람 등장 이전부터 이런 복장과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는 전통들이 존재했다. 이슬람 시대 이전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이었고, 권리는 없이 의무만 있었다. 부족 내에 여성의 수가 많을 때, 새로 태어난 여아는 산 채로 땅에 묻혔다. 이슬람 종교는 이러한 전통을 바로잡겠다는 사회혁명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여아살해의 전통을 금지하고, 여성에게 상속권과 재산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후 오늘날까지 1400여 년 동안 이슬람법의 해석이 남성의 전유물이 되면서 중동은 다시 남성중심의 사회로 복귀했다.
아랍어와 훈민정음
중동의 언어도 이상한 문자로 인식되곤 한다. 아랍어, 히브리어, 페르시아어 등 중동 언어는 생긴 것도 꾸불꾸불하다. 더욱이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책도 오른쪽에서 시작해 첫 장을 읽어나간다. 그런데 우리의 훈민정음을 한 번 들여다보자. 위에서 아래로 써졌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이다. 불과 50년 전 우리도 서적과 신문을 오른쪽에서 시작해 읽어나갔다.
다소 예외는 있지만 동양문화는 오른쪽을 중시한다. 극동의 3개 언어 즉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한글은 모두 오른쪽에 왼쪽으로 써나갔다. 주로 세로방향으로 써내려왔지만 글의 진행방향은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중동에서 번창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상형문자와 지중해 동안의 페니키아 문명의 문자도 그랬다. 모두 위에서 아래로, 즉 세로로 쓰고 글의 방향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중국이나 일본은 아직도 이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일본어 및 중국책들은 아직도 오른쪽부터 읽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동양의 전통적인 방식을 버리고 서구적인 표기 체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서는 동양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아랍어 등 다른 아시아 언어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타문화를 접할 때 우리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고려하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를 자신의 현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아랍 사람들도 한글 자모에 꺾이는 각이 너무 많다며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위)중동의 서당 쿠탑, (아래)한국의 서당
쿠탑(Kuttab)과 서당
한국과 중동의 과거 전통적인 교육 환경과 방식도 유사했다. 중동권도 현대에 들어와서는 우리와 비슷한 학교라는 대규모 서구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중동의 전통적인 교육은 ‘쿠탑’으로 불리는 교육기관에서 이뤄졌다. 쿠탑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정확히 ‘서당’이다. ‘책을 보는 곳’이라는 의미다. 모습도 과거 우리 서당과 비슷했다.
훈장에 해당하는 이슬람학자가 앉아있고, 바닥에는 회초리가 있고, 학생들은 옹기종기 앉아 이슬람학자의 설명과 지도를 받는다. 거의 똑같은 환경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훈장과 마찬가지로 이슬람학자는 중동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쿠란을 완전히 암기한 사람 즉, ‘하피즈(Hafiz)’는 마을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며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도 했다. 지식이 사회를 주도하는 체제였던 것이다. 이슬람학자는 아랍어로 ‘울라마(Ulama, 단수는 Alim)’다. ‘배운 사람’ 혹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교육방식도 비슷했다. 매일 이슬람 경전 쿠란을 소리 내어 읽고 암기했다. 우리의 서당에서 학생들이 천자문부터 사서오경을 큰 소리로 읽으며 암기한 것과 유사하다. 이슬람 종교도 유교처럼 배우고, 익혀서 실천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종교는 단순히 신앙이 아니다. 사회를 유지하고 결속시키는 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로 유교의 사회질서 유지의 슬로건이 ‘권선징악’이었던 것처럼 이슬람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원칙은 ‘권선징악(선을 명하고 악을 거부하라)’이다.
(왼쪽)중동 체면 문화의 상징인 최고급 리무진, (오른쪽)중동 환대의 전통
상다리가 부러지게
중동인들은 명예를 중시한다. 원죄를 타고난 성악설에 기초하는 기독교와는 달리 이슬람 종교는 성선설에 바탕을 둔다. 생의 아름다움을 구가하고 현세에서 선행으로 생을 오래오래 즐길 것을 권장한다. 따라서 내용과 형식에 치우치는 이른바 표출지향적인 의식구조를 가진다. 내면적 가치와 내실보다는 외면적 가치, 즉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 혹은 타인에게 평가되는 가치를 중요시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문과 부족의 명예도 중요하다. ‘명예살인’ 이라는 악습이 생겨났을 정도다. 음탕한 행위를 한 여동생을 오빠가 살해하는 관행이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힌 동생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소수 일부 국가에 남아있다.
또한 자존심이 강하고 과장과 허세가 많다. 화려한 주택, 고급 자가용, 고가의 소비품 등이 중동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안 간 체면과 수준을 맞추는 중매결혼이 아직도 성행한다. ‘사랑보다 품위’라는 용어가 있다.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집안의 품위와 체면이다. 환대의 전통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애마를 잡아 손님을 접대한다’는 이야기가 중동에도 있다. 융숭하게 대접하지 못하면 수치스런 일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중동에서도 우리의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생활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아직 적잖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동은 단지 우리와 달리 서구화로 향하는 속도가 늦은 것뿐이다. 즉, ‘남녀칠세부동석’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라는 점만 인식하면 중동인과의 교류에 큰 어려움이 없다. 중동은 분명히 동양, 즉 오리엔트 문명권에 속한다. 사실 중동 사람들은 서양인보다 한국인들을 훨씬 편하게 느낀다. 반면 우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서구화되었고 그 서구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도리어 동양적인 전통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중동이 이상하고 멀다고만 생각하는 것 아닐까.
중동 미니 상식 | 오른손을 비워두라
아랍 및 이슬람권에서 왼손은 거의 모든 일에 금기시 된다. 전통적인 식사를 할 때 포크와 나이프를 쓰지 않고, 오른손으로만 음식을 집어 먹는다. 사람들과의 접촉에서도 왼손을 쓰지 않는다. 악수를 할 때 머리를 쓰다듬을 때 왼손을 내밀면 기겁한다. 대변은 물론 소변을 보고도 물로 씻는 이들이 항상 사용하는 손은 왼쪽이다.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도 주로 오른손으로만 다룬다. 아랍어도 오른쪽에 왼쪽으로 써나간다. 따라서 중동인들과 만날 때는 가급적 오른손을 비워두는 것이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슬람 종교가 등장하기 이전 사막의 유목문화 및 전통에서도 오른손을 비워두는 것은 큰 의미를 가졌다. 무장을 하고 항상 우물을 지켜야 했던 중동 사람들은 손바닥을 보이며 오른손을 내미는 것이 우호적인 몸짓이었다.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왼손잡이를 선호하지 않았다. 이제는 왼손잡이도 존중해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비즈니스 상에서는 계약서에 서명할 담당자로 가급적이면 오른손잡이를 보내는 섬세함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