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국 수도 베이징의 최대 이벤트는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이었다. 이번 포럼에 중국 대륙이 들썩인 이유는 올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몽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일대일로를 제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10년을 맞아 140개국·30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 명의 정치인, 관료, 기업인들이 베이징을 찾아 일대일로의 성과와 미래를 함께 논의한 것이다. 이번 포럼이 올해 10살이 된 일대일로를 위한 세계적인 생일파티였던 셈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권좌에 오르자마자 다음 해인 2013년에 일대일로를 중국의 핵심 대외정책으로 내세웠다.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발표였다. 중국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一帶)와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까지 있는 해상 실크로드(일로·一路)를 구축해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가 중국 주도 세계 공동발전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지원을 위해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하는가 하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등의 출범을 주도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일대일로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협력 플랫폼 중 하나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따르면 일대일로 제안 이후 10년 동안 152개 국가와 32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의 83%가 일대일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여 건의 일대일로 협력 문서에 서명했고 3000건에 달하는 공동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일대일로 관련 중국의 누적 투자액(2022년 기준)은 9620억달러(약 1400조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주변국에 42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건설로 2030년까지 관련 국가에서 760만 명이 극단적 빈곤에서 벗어나고, 3200만 명이 차상위 빈곤에서 벗어나며, 전 세계 소득이 0.7∼2.9%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운영 메커니즘으로 정책소통, 인프라연통, 무역창통, 자금융통, 민심상통 등 5통(通)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방식은 인프라연통이다. 일대일로 참여국에 도로나 철도, 항만, 공항 등 각종 인프라 시설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거나 중국 기업들이 현지에 직접 인프라 시설을 건설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중국도 일대일로의 최고 성과로 중국-유럽 화물열차, 중국-라오스 철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피레우스 항구 등의 프로젝트를 꼽는다. 이 가운데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운행 노선 84개는 유럽 25개국의 211개 도시와 연결된다.
하이난대학 일대일로 연구소의 량하이밍 학장은 “일대일로를 통한 세계의 연결성 강화는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이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발전하는 미래를 향한 길을 닦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번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향후 일대일로 건설에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3500억위안(약 64조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실크로드 기금은 800억위안(약 15조원)을 증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유럽 정기 열차를 더 발전시키고, 카스피해 국제 운수 회랑과 새로운 유라시아 물류 채널, 육상·해상·항공 실크로드 건설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향후 5년간 일대일로 참여국과 함께 만드는 과학 실험실을 100곳으로 늘리고, 각국 청년 과학자가 중국에서 단기 근무를 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향후 중국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협력은 ‘큰 그림’에서 ‘세밀한 그림’ 단계로 진입했다”며 “앞으로 랜드마크 프로젝트와 ‘작지만 아름다운’ 민생 사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인프라 건설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시장지향적인 협력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이 개발도상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서방국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일대일로 건설사업에 대해 “중국이 놓은 ‘부채의 올가미’”라고 했다. 중국 자금을 지원받은 개도국 상당수가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14개국 가운데 9개국(가나·레바논·벨라루스·수리남·스리랑카·아르헨티나·에콰도르·우크라이나·잠비아)이 일대일로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빚더미에 허덕이자 중국의 재정적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한 국가들이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중국이 결국 빚 탕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위해 지원한 대출 중 2020년부터 지난 3월까지 3년간 상각 및 재조정된 채무는 785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미국 등 서방세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불을 놓고 있는 점도 일대일로의 동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2021년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상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2035년까지 약 40조달러(약 4경7496조원) 규모의 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구상을 추가로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온 이탈리아가 최근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겠다고 중국에 통보했다.
10년을 맞은 일대일로가 향후 중국몽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지, 서방의 압박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 갈지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