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3.0 전쟁] Part Ⅲ 이미 눈앞에 다가온 수소전기차 시대 | 충전 등 인프라 구축이 곧 경쟁력
박지훈 기자
입력 : 2020.07.27 16:04:46
지난 6월 4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니콜라’는 그야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상장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으로 116년 역사를 지닌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충전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이 완성차 한 대 생산한 적 없는 니콜라에 대한 기대감은 수소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니콜라는 교류전기를 개발한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따왔다. ‘수소차’는 최근 들어 자동차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뒷글자를 딴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로 발돋움한 것처럼 니콜라는 ‘수소트럭’ 시장을 목표로 했다.
▶선주문 1만4000대 완성차 양산은 2023년
2015년 트레버 밀튼(Trevor Milton)이 창업한 니콜라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수소를 연료로 활용해 발생시킨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FCEV)다. 넓은 범위에서는 전기차 기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차전지’를 사용해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는 대신 저장된 수소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기존에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활용하지 않고 천연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보다 친환경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니콜라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환경보호’라는 거룩한 목표의식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테슬라와 흔히 비교되지만, 테슬라와는 주력 제품이 다르다. 테슬라는 ‘승용차’에 니콜라는 ‘트럭’에 집중하고 있다. 니콜라가 수소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고 연료 무게가 가볍다. 충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전기차와 달리 충전 시간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 아직까지 기존 전기차 기술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트럭 분야를 시작으로 수소전기차의 기술력을 발전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수소 분야 글로벌 최고경영자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서는 전기트럭과 수소전기트럭의 주행거리와 가격을 비교해 100㎞를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증가할수록 수소전기트럭이 더 유리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가 된다 하더라도 장거리 트럭은 전기차보다는 ‘수소차’가 더 낫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니콜라는 2016년, 1회 충전 후 수송거리가 최대 1931㎞에 달하는 ‘니콜라 원’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그 이후 니콜라 투, 니콜라 트리, 니콜라 배저까지 4개의 모델 라인업을 내놨다.
완성차 생산을 위한 기술력과 막대한 인프라 구축비용 문제는 여러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니콜라는 2017년엔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시(Bosch)와 공급체인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수소충전소에 수소와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넬 하이드로젠(Nel Hydrogen)과는 충전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외에 2019년엔 이탈리아 상용차 제조업체 이베코(IVECO)가 투자한 ‘씨엔에이치 인더스트리얼(CNHi)’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니콜라가 올해 1분기 기준 미리 선주문 받은 차량은 1만4000대다. 출시만 하면 매출 약 12조원(100억달러)이 보장된 셈이다.
▶글로벌 ‘수소 사회’ 선언, 인프라 구축 숙제로 남아
니콜라를 비롯한 수소차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제로 탄소 배출’ 정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당장 내년부터 자동차가 내뿜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95g 이하로 제한한다. 배출량을 넘기면 1g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자동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1g이니 이를 기준으로 하면 자동차 한 대당 247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수소’ 자체에도 막대한 관심이 쏠린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수소 비중을 14%로 끌어올려 탄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수소 에너지 전략’을 선언했다. 전기차나 수소차가 ‘미래의 차’가 아닌 ‘지금 당장 있으면 좋은 차’가 된 셈이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2025년 연 33만 대, 2030년 연 100만 대 시장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연 100만 대 도달 시점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민주당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승용차는 2035년, 상용차는 2040년까지 신규 판매량의 100%를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6년 ‘수소차 굴기’를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를 약속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000대에서 2040년 620만 대(내수 290만 대, 수출 330만 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40년 수소 택시 8만 대, 수소 버스 4만 대, 수소 트럭 3만 대를 보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매우 야심찬 플랜이라 평가받을 만하다. 현대차 그룹은 한국 수소차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2022년 연 4만 대, 2025년 연 10만 대, 2030년 연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해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충전소 절대 부족, 인프라 확대 급선무
니콜라는 아직 수소트럭을 한 대도 출시하지 않았다. 공장도 상용모델도 없다. 2023년에 완성차를 출시한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수소차 충전 인프라다.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 등장하는 만큼 충전소도 다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그만큼 소요된다. 니콜라 측은 202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700개의 수소충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부족한 수소충전소 인프라는 차가 출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난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40여 개에 불과하다.
수소 충전 인프라가 시급한 쪽은 역시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과의 회동으로 부각이 됐지만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의 만남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전기·수소차 충전소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충전소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국내 인프라는 부족한 수준이다. SK그룹이 운영하는 기존의 주유소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은 회동을 통해 SK그룹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K그룹이 운영하는 전국의 주유소 중 일부를 수소차 충전소로 탈바꿈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SK는 국내서 가장 많은 주유소를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충전소를 운영 중이라는 점만으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SK그룹이 전국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는 3384곳이다.
정부 역시 수소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1일 정부는 공공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부지 확보 및 설비 설치비용을 지원해 연내 100기, 2022년 310기, 2030년 660기까지 충전소를 확충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공공청사뿐만 아니라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 시민들의 이용이 많고 복합적 토지 이용이 가능한 시설들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고, 그린벨트 내 수소·전기충전소 등 복합충전소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제3회 국토교통 규제혁신 전담조직(TF) 전체회의(1차관 주재)를 열고 도시와 건설 분야의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간 공공청사 등 일부시설 내 수소충전소 입지를 허용했지만 수소충전소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 체육시설·종합의료시설 등 시민 이용이 많고 복합적 토지 이용이 가능한 편익시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시장, 문화시설, 체육시설, 연구시설, 사회복지시설, 공공직업훈련시설, 종합의료시설 등 7개 시설이 해당한다.
그린벨트 내 친환경 자동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한다. 이미 그린벨트 내 버스차고지에는 수소·전기·천연가스 충전소 복합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버스차고지 외 수소·전기 충전소 간 복합설치를 허용하지 않아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수소·전기 복합충전소 설치가 가능하도록 각각의 충전소를 서로의 부대시설로 허용하기로 했다.
민관합작 법인도 설립된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한국가스공사는 공동사업 일환으로 융복합형 충전소 구축과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소전기버스 등 상용 수소차 보급 확대에 필요한 충전 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소차 보급 확산을 이끌 예정이다. 융복합충전소에서는 수소차·LNG 차량·전기차 등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가스공사 측은 “융복합형 충전소는 수소 생산·충전·판매, 연료전지 발전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충전소”라며 “LNG로부터 수소를 직접 추출해 판매 원가를 대폭 낮추고 추가로 생산한 수소는 외부 판매와 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