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우환,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 소장 작가들의 단색화는 일 년 전에 비해 작품가가 다섯 배 많게는 열 배 올랐다. 1970년대 박서보의 작품인 <묘법>(100호 기준)은 통상 1억원 하던 거래가가 크게 뛰어 5억원을 호가한다. 1000만원도 안 되던 정상화 작가의 단색화는 지금 없어서 못 판다. 미술계 관계자조차 단색화 열풍을 두고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나” 놀랄 정도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된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축지법과 비행술>.
단색화는 국내에서 1970년대에 불었던 현대 미술 사조로, 그리지 않은 듯 단색 위주의 화풍이 특징이다.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 등으로 소개돼온 단색화는 요즘은 ‘단색화(Dansaekhwa)’로 표기된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의 단색화’전을 연 것을 계기로 국제갤러리가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집중 소개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단색화가 가격상승을 주도하면서 미술품 경매주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올초 5000원대였던 국내 대표 미술경매회사 서울옥션 주가는 4배 이상 급등했다. 단색화가 촉발한 미술시장 활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단색화를 비롯한 한국의 중견·소장 작가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K-아트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개막한 세계 최고 권위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임흥순 작가의 <위로공단> 작품이 ‘국내 첫 은사자상’의 영광을 안겼다. 그뿐만 아니다. 베니스 현지에서 한국 소장작가들이 참여한 ‘단색화’전에는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들과 내로라하는 미술관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베니스에서 한국 미술이 약진하고 주목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처럼 훈풍 속에 미술계가 대중에게 한발 다가서는 모습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작품 가격 때문에 문턱이 높았던 미술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옥션은 ‘프린트베이커리’사업을 통해 유명작가의 대표작 복제품을 한정수량에 한해 판매를 하고 있다. 윤병락·하태임·이왈종·박항률 등의 프린트베이커리 작품들은 이미 다 팔렸다.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는 “최근 미술계는 80년대 후반 호황이 재현되는 분위기라 고무적”이라며 “미술경매회사 주가가 올랐다는 건 시장 전망이 밝다는 걸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