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이 음식 조절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강재헌 교수는 “성인비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 시절 다이어트로 인한 비만도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만난 강 교수는 과거와 현재의 식습관을 비교하며 비만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공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국내 비만환자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까.
급증하고 있어요. 특히 성인비만 때문에 오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 패턴은 남녀 간의 차이가 확연한데요. 날씬함에 대한 욕구가 높아서인지 여성들은 증가율이 정체된 반면 남성들은 상승곡선입니다. 정체라 해도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더 날씬하고 싶은 20~30대는 점점 말라가는 반면 50대 이상 여성들의 비만율은 오르고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줄고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약해지기 때문이죠.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젊을 때 날씬해지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근육량이 줄거든요. 그게 나이 들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날씬함의 역습이죠.과거에는 비만클리닉이란 단어가 흔치 않았는데요.
과거에 비해 활동량이 줄어들었죠. 육체노동을 하는 인구가 그만큼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런데 먹는 건 고열량이니 비만이 될 수밖에 없죠. 사회경제적인 시각에서 보면 좀 다른데, 40년 전에는 왜 비만클리닉이란 단어가 없었을까요. 그 시절엔 커다란 밥그릇에 그것도 고봉으로 먹었어요. 지금은 작은 그릇에 가득 담지도 않는데 왜 살이 찌는 걸까요. 음식 공급의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밥, 반찬, 채소, 김치가 전부였던 그 당시와 비교하면 이젠 빵,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이 무제한으로 공급됩니다. 열량이 낮고 영양은 높은 음식은 비싸고 반대되는 음식은 싸죠. 게다가 맛도 있고 배도 부릅니다. 당연히 소득수준과 비만이 반비례하는 것이죠. 음식공급 측면에서도 비만프로그램에 돈을 쓰기보다 건강하고 열량이 낮은 음식을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만세를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 정부는 비만세의 국내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이름이 잘못됐는데, 비만세의 어감은 뚱뚱하면 돈을 내야하는 걸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아니죠. 건강에 안 좋아서 의료보험재정을 좀먹고 사람들의 노동력을 반감시키는, 그런 나쁜 음식을 파는 기업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걷은 세금을 세수 부족분으로 채우면 안 되겠죠. 건강한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100% 온전하게 사용된다면 반발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이유 때문에 비만의 세습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득이 낮은 지역의 초·중·고등학생 비만도가 높아요. 그게 성인기에도 이어집니다. 합병질환에 시달리는 비만한 분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 소득이 문제 시 되고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비만 해결의 방안을 말씀하신다면.
유럽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있었는데, 유럽에서도 프랑스는 비만율이 낮고 영국은 굉장히 높습니다. 그건 도시구조가 다르기 때문이죠. 프랑스만 해도 걷고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경로가 잘 돼 있어요. 영국은 차를 타고 다녀야 합니다. 도로사정이 다른 건데, 이처럼 그 도시에 살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야 한다면 날씬해질 수밖에 없겠죠. 비만의 사회경제적비용에 대한 새로운 해답은 어쩌면 도시계획입니다. 국내에선 창원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