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용의 해 글로벌 경제 어디로 가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조지 매그너스 UBS 원로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경제학자도 경제가 실제로 침체에 빠지기 전에는 침체란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우울한 대상을 다루는 경제전문가들이지만 남보다 앞서서 그 같은 전망을 공개하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오랜 경험을 통해 볼 때 새해 전망을 하는 데는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그런데 2012년 전망과 관련해선 예외인 것 같다. 거대한 위기에 부딪힌 직후라서인지 거리낌 없이 위기를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일까.
미 재무부의 구조조정 최고책임자로 AIG 구제를 지휘했던 짐 밀스타인 밀스타인&컴퍼니 회장은 최근 잘못하다간 유로존 정부와 은행들이 서로 맞물려서 죽음의 회오리 속으로 말려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모건스탠리 아시아 비상근 회장)는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비교해 이번 금융위기를 ‘대위기(Great Crisis)’라고 부르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힘없는 나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처럼 강한 어조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이 2012년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을 형성하는 미국이나 유로존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인도까지도 2011년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구인 컨퍼런스보드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2011년 3.6%에서 2012년엔 2.8%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OECD는 지난 10월 말 G20 국가의 성장률이 2011년 3.9%에서 2012년 3.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준(FRB)이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낮췄기 때문에 OECD 역시 세계경제 전망을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각 기관들은 브릭스(BRICs)가 세계경제, 특히 위기의 진앙이 된 유로권을 도울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 재정·통화정책 운신 폭 제한
2007년에 시작된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답게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선도로 돈을 풀어대면서 외면적으로나마 위기를 극복했다. 더 나아가 유로권이 흔들리고 일본이 연이은 악재로 침체에 빠졌을 때 세계경제를 굳건히 잡아주는 버팀목 구실까지 했다. 그러나 그 미국마저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FRB는 지난 11월2일(현지시간) 공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2012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제시하면서 내년 전망치를 종전 3.3~3.7%에서 2.5~2.9%로 낮췄다.
미국의 대부분 경제예측기관들도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이 기대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라델피아 지역연준이 최근 45개 경제예측 기관의 추정 결과를 집계한 결과, 지난 8월엔 미국이 2.6%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평균적으로 예상했던 이들이 이번 조사에선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치를 대부분 낮춘 것으로 나왔다. 이들 기관들은 또 지난 8월 조사에선 미국의 내년 실업률이 8.6% 정도 될 것으로 보았으나 이번 조사에선 8.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각 기관들이 미국의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은 통화·재정정책을 더 이상 느슨하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부채시계는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가 15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상원은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를 15조1940억 달러로 늘려주는 대신 정부지출을 감축하도록 단서를 붙인 바 있어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바젤위원회가 세계경제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G-SIB)에 추가 자본금을 확충하도록 결정한 바 있어 금융기관들의 운신 또한 원활하지 못할 것 같다. 미국 경제가 안팎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유럽 - 연초 침체 불가피
유로존에선 경제가 성장할 것인가 보다도 사실 유로 체제 자체가 지속될 수 있을 지 여부가 더욱 큰 이슈이고 관심의 대상인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유로 체제는 존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 체제의 출범은 지역 리더들의 50년 이상된 염원으로 이뤄진 것인 데다 유로 체제가 해체될 경우 그 피해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더 크고 자칫 지역경제를 와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로존의 실질적 리더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를 17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에서 축출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현재 유로권의 위기는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불거졌지만 그 위기가 실제로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자금경색에서 왔기에 돈을 풀어 경제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빵을 사려면 리어카로 돈을 싣고 가야 할 정도의 엄청난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1920년대에 겪었던 유럽에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에 대해 거의 병적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회원국 합의제로 결정하는 유로 시스템도 정책 집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부실 규모에도 불구하고 유로권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유이다.
유럽공동체는 2011년 4분기 0.1% 정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경제가 2012년 1분기에도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BOA메릴린치의 11월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선 조사대상의 72%가 유로권의 침체(2분기 이상 연속 마이너스 성장)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체 전망도 약한 편이다. EU는 최근 유로존의 성장률이 올해 1.8%에서 2012년엔 0.5%로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피언 인스티튜션 산하 연구기구인 EFN은 2011년 1.7%로 예상되는 유로권의 성장률이 2012년엔 1.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 물가 안정돼 정책 숨통 트인다
중국은 2011년 기대 이상의 성장을 하면서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2년에도 성장을 유지해 한국에 도움을 주겠지만 올해만큼은 못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회장은 최근 나온 데이터들이 중국 경제가 하향 안정되는 조짐을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수출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하다면서 이런 추세가 그 동안 심화됐던 글로벌 임밸런스 상태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12년 인플레이션이 5% 밑으로 떨어지고 잘하면 4%선까지 갈 수도 있어 중국 정부의 운신이 편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과 관계없이 통화정책의 여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증시나 금융시장엔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BOA메릴린치의 1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계하는 응답자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머징마켓 펀드매니저들은 78%가 중국이 7% 이상의 성장을 하면서 연착륙 할 것으로 보고 중국 투자 비중을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중국이 대규모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위축 덕분에 물가가 안정되면서 부담이 줄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개혁위원회의 거시경제연구원은 2012년도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은 3%대로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은 올해 9.4%보다는 약간 낮은 9% 수준이 될 것으로 최근 예상한 바 있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Part 2 수출 둔화 여부가 한국 경제 가늠자
세계경제가 불투명하기 때문일까. 요즘 경제 전문가들에게 내년 경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2012년 경기가 2011년보다 더 좋을 것으로 내다봤던 올 상반기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당초 4%대 성장을 전망했던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앞 다퉈 2012년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3%대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일부 기관들은 2%대까지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0월26일 2012년 경제전망치를 내놓으면서 내년도 한국의 GDP성장률을 3.7%로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이 추정한 올해 전망치(3.9%)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모두 이보다 더 낮은 3.6%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더 비관적이다. BNP파리바와 바클레이즈은행은 2012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각각 3.4%, 3.5%로 낮춰 잡았다. 심지어 세계적 투자은행인 UBS는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2.8%로 대폭 하향 수정했다.
그나마 국제기관들은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 6월 우리나라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잡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은 3개월 후인 지난 9월 오히려 4.4%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
그러나 IMF가 내놓은 4% 중반 성장 전망에 대해 대다수 국내외 연구기관과 금융사들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OECD도 내년에 우리나라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유로존 부채위기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5월 내놓은 추정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이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연구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보다 내년에 우리나라 경제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유로존 채무위기, 미국 더블딥 불안감,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시계제로 상황인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주는 부담감이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유로존 혼란은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까지 전이된 상태다. 앞으로 프랑스, 스페인으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될 경우, 그 파장은 지난 2008년 9월 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 충격을 넘어서는 글로벌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은 더블딥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14일 OECD가 발표한 9월 유로존 선행지수를 보면 2개월 연속 장기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상태고 9월 유로존 산업생산도 전월대비 2% 역성장을 한 상태다.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발등에 떨어진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성적으로 보면 긴축을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필요하지만 과도한 디레버리지(부채축소)가 소비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재정적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기 힘든데다 유럽발 충격으로 경제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더블딥에 빠지지 않더라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도 2012년 성장률이 8%대로 떨어질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미국과 중국의 소비 여력이 주춤한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진작에 힘을 썼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올 10월까지 무역수지가 21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는 등 수출이 그나마 호조를 보였다. 그런데 주요 수출시장의 저성장과 소비 위축으로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이 앞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라는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는 개연성이 많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수출 증가세가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내년에 크게 둔화될 것”이라며 “올해 전체 수출 증가율이 20.9%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증가율이 11.9%로 뚝 떨어질 것”으로 염려했다.
수출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내수가 회복되면 좋으련만 이것도 간단치 않다.
사상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동시상환이 본격화한다는 게 부정적 시각을 키우고 있다.
6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1050조원으로 1년 전(960조원)에 비해 9.4% 급증했다. 가계 자산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면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상환하는 원리금 규모를 보여주는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지난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기 직전 수준으로 악화됐다. 3월 말 현재 DSR은 1년 전에 비해 2.2%포인트 늘어난 18.3%를 기록,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미국의 DSR 평균값( 18.6%)과 엇비슷한 상태다. DSR가 18.3%이고 가처분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18만3000원을 대출금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대다수 가계가 원금 상환부담 없이 대출이자만 내왔지만 2012년부터는 이자 외에 원금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본격화된다. DSR 비율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30%까지 솟아오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채상환능력은 낮으면서 이자만 납부하고 있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연소득보다 대출 잔액이 4배 이상 높은 계층)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26.6%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취약대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집중(34.8%)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원리금 상환하느라 제대로 소비를 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이 높다.
금융연구원은 “글로벌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데다 가계빚 증가 속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여서 내수진작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로존 채무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두 파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조를 통해 단계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패닉 상황을 벗어나면 2012년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미국 더블딥 불안감도 2011년 4분기 GDP성장률이 발표되면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성장하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 확대로 선진국 수출 둔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 하에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4%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 원화강세 가능성 커
2012년 원화값과 경상수지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형성이 돼 있다. 원화값은 강세를 보이고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흑자폭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원화값이 상저하고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상반기에는 유로존 위기 후유증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화값 평균이 1130원선에서 움직이겠지만 하반기에는 투자심리 개선, 경기회복 신호에 따라 평균 1070원대까지 원화값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에 따라 원화값 변동성이 커질 개연성은 여전하다고 봤다.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돼 2011년보다 줄어든 128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진단했다.
올 평균 달러대비 원화값을 1100원으로 전망한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원화값이 2011년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평균 106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이 달러가치를 끌어내리고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한편, 최근 안전자산으로 급부상한 국고채 물량을 받기 위한 외국인 채권매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원화강세로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2011년 전망치(164억 달러)에 비해 40% 이상 급감한 96억 달러대로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유로존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원화값이 급락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원화값이 올해 하반기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1070원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부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수출증가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18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되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4억 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염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다수 연구기관 중 원화값을 가장 강하게 봤다. 2012년에 원화 평균값이 달러당 105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진단했다. 원화값을 강하게 봤지만 신흥개도국 수출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130억 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봉권 / 매일경제 경제부 차장 paek@mk.co.kr]
Part 3 부진했던 IT 업종 회복 기대된다
2012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새해 자금 흐름을 전망하고, 전망에 맞는 자산운용 전략을 세울 때다. 전쟁터에 나선 ‘장수’가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참모’의 조언이다. 자신의 아집만 내세울 게 아니라 함께 전장을 이끌고 있는 참모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가장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게 리더의 몫이다.
새해 재테크, 특히 주식투자라는 전쟁터에서도 주식시장 베테랑 참모의 조언은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꼭 챙겨야할 조언이다. 십 수 년 주식시장에서 뼈가 굵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새해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주가지수 전 고점 돌파 가능성 50%
코스피의 역사적 고점은 2012년 5월 기록한 2228이다. 당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주식시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 둔화의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고점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높였던 투자자들로서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관심은 새해 증시에서 전 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일단 새해 코스피 전망치를 발표한 주요 증권사 자료만 놓고 보면 전고점 돌파가 가능하다고 점친 곳이 50% 정도 되는 것 같다. 매년 증권사들의 새해 지수 전망은 ‘비교적’ 상승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고점 돌파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고점 돌파가 가능하다고 보는 ‘낙관론’은 유럽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기 둔화가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근거로 한다. 주식시장에 익히 알려진 ‘이미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점에서 재정위기와 경기 둔화는 코스피 1800선에서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 지수 전망을 밝힌 주요 증권사의 지수 하향 전망도 1700선 수준으로,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며 저점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큰 폭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을 가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곳은 한화증권이다. 코스피 고점이 2400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가 진통은 있지만 해결 가닥을 잡으면서 신흥국 중심의 경기 회복이 나타나면서 시장이 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시장 상승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상대적으로 강세장을 점친다. 알려진 해외 악재보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강세 속에 상장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에 주목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전고점 수준까지 지수가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비교적’ 조심스러운 지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점이 2000~2100선에 머무르면서 전고점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KTB투자증권도 상반기까지는 시장이 상당히 고전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악재가 시장에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상당기간 투자심리는 살아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평소 증시 낙관론자로 평가받던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오 센터장은 “2012년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해도 2070선 정도가 고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1300~1900 수준의 지수대를 제시했다.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상반기에 어렵고 하반기에 회복 국면이 나타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를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아직까지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악재로 작용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 단계에 들어가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는 하반기가 아무래도 주식시장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투자시기를 조정한다면 2분기에 주식 비중을 늘려 4분기에 수익을 거둬들이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유망 업종은 IT, 자동차
새해 주식투자에 나설 때 반드시 편입해야 할 업종과 상대적으로 비중을 줄일 업종은 어딜까? 2011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을 대신할 주식을 찾는 것은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차화정 가운데 자동차 관련 주식들의 선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선진국 자동차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이익 규모를 꾸준히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그룹인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엔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환율도 호의적이다. 여기에 한·미 FTA, 한·EU FTA 체결에 따른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주가의 본질인 기업 이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증시의 대표 업종이기는 하지만 한동안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IT업종도 새해에는 ‘큰 형’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주가 100만원 시대를 연 일등공신 스마트폰의 선전을 비롯해 반도체 시장의 업황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 과잉에 빠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디스플레이 분야도 업체 간 경쟁이 약화되면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조선과 제약업종은 투자 메리트가 가장 적은 업종으로 많이 꼽혔다. 제약업종은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과 한·미 FTA에 따른 피해가, 조선업종은 예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조선 발주량이 주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광재 / MBN 경제부 기자 jkj@mk.co.kr]
Part 4 총선·대선 겹치는 해, 부동산 호재 뜰까
글로벌 위기의 여파로 지방 쪽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2011년 부동산시장은 전체적으로 저조한 국면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이 내년에는 개선될 수 있을까.
국내 부동산시장을 볼 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2018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주택 공급이 줄었고,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참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2년에는 특히 총선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까지 대기 중이다.
악재와 호재가 뒤섞인 내년 주택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주요 변수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시장을 전망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변수가 워낙 가변적이어서, 2012년 주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주택 매매시장은 2011년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큰 폭 상승 기대 힘들듯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100%를 넘어선 주택보급율과 60%에 달하는 자가보유율, 감소하고 있는 신규 공급 물량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이 양적 성장 측면에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 당국이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이내로 자제하도록 권고한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으로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년 이상 장기화된 전세금 상승, 총선과 대선 기대감 등이 실거주 목적의 수요 회복에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오른 전세금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일부 매매로 전환될 가능성도 긍정적인 재료다.
선거 역시 주요 변수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개발 공약보다는 복지 위주 정책들이 주를 이루겠지만 선거에 따른 시장 영향력은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2년 수도권 주택시장은 거시경제 불안과 부동산시장 구조적 변화 등으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다소 살아나고 있고, 총선과 대선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1%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 영향으로 호조세를 이어가겠지만 2011년(14% 추정)보다 상승폭은 둔화된 7%의 상승을 전망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12년 분양 물량은 2011년(24만 가구)보다 소폭 늘어난 25만 가구, 주택사업승인실적은 2011년과 비슷한 45만 가구로 각각 전망했다. 입주 물량은 올해(32만4000가구)보다 증가한 35만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대내외 변수가 워낙 좋지 않고, 주식형 펀드에서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가 많아 부동산시장으로 유동자금이 대거 흘러들기는 역부족”이라며 “내년 주택 매매시장은 올해와 비슷하게 수도권 약세, 지방 상승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망은 조금 더 긍정적이다. 연구원은 지방 집값은 올 1분기 이후 본격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서울·수도권 주택가격은 내년 3~4분기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기준금리 인상, 소비자물가 상승, 보금자리주택 지정, 대외적 금융 불안 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격 하락폭과 하락 시기를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가격 조정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융위기 때와 다르게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로의 전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이 매매가격 하락 압력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단기순환변동’ 이론으로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4분기에 저점에 다다른 후, 내년 3분기쯤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난은 지속될 가능성 높아
내년에도 전세난은 지속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전세금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 전세 세입자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12년 전국 전세가격이 5%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2011년(12.5% 추정)보다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지만 꽤 큰 상승폭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세금이 2014년에나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주택 전세값은 내년 1분기에 고점을 찍은 후 6~7분기(2012~2013년) 동안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되는 조정기를 거쳐 2014년부터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수도권은 2010년 4분기부터 전세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빠르면 봄철 학군 수요와 이주 수요가 몰리는 2012년 1분기에 고점을 형성한 후, 가격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한 해 동안 전세가격이 서울 9.4%, 수도권 9.7%, 지방 10.6% 상승해 세입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수도권 전세금 상승은 매매가격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주택구입이 가능한 실수요자마저도 시장을 관망하면서 주택구입을 미루고 있어 전세물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형·수익형 상품 인기 당분간 지속
주택면적을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110㎡ 전세를 사는 사람이 서울 60㎡대 아파트를 사거나, 경기·인천의 110㎡ 아파트를 사는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소형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도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남수 팀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투자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월세를 원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1~8월 수도권 도시형 생활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에 달할 정도로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오피스텔 역시 2011년 1만실 이상 분양돼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토지시장은 선거 결과와 개발 호재에 따른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주택시장과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중소형 빌딩을 찾는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는 규제 완화 여부가 최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