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두근두근 리오프닝 비즈니스] Part2 AI 장착한 뷰티테크 | 新대면시대 맞춤화장품 시장 이끈다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6.07 14:37:05
수정 : 2022.06.07 14:42:11
“실외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고선 ‘마기꾼’이란 말이 유행처럼 돌더라고요. 적어도 사기꾼은 되지 말아야겠단 생각에 그동안 미뤄뒀던 화장품을 사러 나왔어요.”
지난 5월 초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찾은 직장인 곽미령 씨(27세·가명)는 오랜만에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을 구입했다. 그녀가 말한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 마스크를 썼을 땐 멋져 보였는데 막상 벗으니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아모레퍼시픽의 3D 프린팅 마스크팩 제조 기술.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여 만에 해제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폐지되면서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이른바 리오프닝 관련 산업으로 손꼽히는 뷰티 업계도 잰걸음이다. 방역지침 완화로 대면 모임이 늘자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리뷰 솔루션을 운영하는 크리마가 온라인 쇼핑몰 뷰티 카테고리 리뷰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효과’를 언급한 리뷰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모공, 기미, 트러블 등 화장품 효과와 관련된 언급도 함께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홈케어가 트렌드로 정착되면서 건강한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덕분에 일상화가 시작된 요즘 기능성 화장품과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는 풀메이크업의 귀환이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의 매출 신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 색조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35%나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35%, 신세계백화점은 49%나 껑충 뛰었다.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오프라인 매장의 시연이나 체험이 가능해지면서 집객 효과를 높이는 메이크업 쇼도 매출 신장에 한몫 단단히 했다. 디올이나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도 시연이나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화장품 보복소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MZ세대가 주 고객층인 CJ올리브영에서도 색조화장품의 매출 성장세가 돋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4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56%나 증가했다. 특히 바비브라운 엑스트라 립 틴트와 섀도, 라네즈 네오 쿠션 매트, 에뛰드 비건 파운데이션, 웨이크메이크 아이팔레트 등이 구매 빈도 높은 인기 품목에 올랐다.
▶피부 건강에 방점 찍고 IT 접목
화장품과 IT 기술이 접목된 ‘뷰티테크(Beauty+Technolog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피부 상태를 진단, 집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의 타격을 만회하려는 뷰티 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신무기이자 신성장동력인 셈이다. 시장 조사 기관 피앤씨마켓리서치가 집계한 조사를 살펴보면 연평균 19.1%씩 성장하고 있는 전 세계 뷰티테크 시장은 2030년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홈 뷰티 기기 시장은 2013년 800억원에서 2018년 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1조6000억원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뷰티 업계에선 향후 한국이 뷰티테크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허용하면서 매장에서 화장품 제조가 가능해졌고, 2025년까지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9개국 8000명 이상의 피부 특성과 유전체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 계획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접목해 상품 추천부터 제조까지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한 초개인화 서비스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뷰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은 라이프 뷰티 맞춤 브랜드 ‘커스텀미’를 선보였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촬영하고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면 각자 피부 유형에 적합한 커스텀미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데, 제품 인증 시 1대1 전담 매니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커스텀미가 제공하는 ‘피부 밸런스 맞춤 에센스’는 극건조, 트러블, 붉은 기, 각질, 가려움 등 5가지 민감 증상을 맞춰준다. 주름·탄력, 미백·항산화, 시카케어(흉터 개선) 등 3가지 피부 고민 해결이 가능한 제품도 준비했다.
아모레 성수에서 시범 운영 중인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CES 2021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뷰티 플랫폼 ‘마인드링크드 배스봇’과 ‘마이스킨 리커버리’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인드링크드 배스봇은 뇌파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솔루션이다. 사용자가 8개의 센서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면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향과 색을 찾아준다.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은 매일 간편하게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피부 개선 효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와 조명 거울을 통해 피부 표면 변화를 진단하고 소형 센서로 피부 속 수분과 탄력을 측정한다. 향후 커스텀미와의 결합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오프라인 매장인 아모레 성수에선 얼굴을 촬영하면 피부색에 적합한 입술 색상을 추천하고 알맞은 립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어주는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 서비스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미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론칭하기도 했다. 현재 초음파 마사지기, 진동클렌저 등으로 기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AI와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사용자의 염색 후 모습을 예상하고 원하는 색상을 제조하는 이른바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LG CHI 컬러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3만 개 이상의 세분화된 색상을 만들 수 있고, 단 2분 안에 맞춤형 염모제를 제조한다. 현재 미국 100여 개 헤어 살롱에서 사용 중인데, 향후 북미 전역과 유럽 등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초부터 개발 중인 미니 타투 프린터 ‘프린틀리(Printly)’는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뷰티테크다. 이 기기를 피부에 접촉하면 자체 개발한 피부 화장용 비건 잉크가 분사돼 타투가 그려지는 방식이다. 올 4분기 미국 내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뷰티 기업 중 국내 시장에 뷰티테크 기기를 선보인 곳은 로레알그룹이다. 입생로랑 뷰티를 통해 선보인 AI 기반 스마트 틴트 디바이스 ‘루즈 쉬르 메쥬르’는 로레알의 개인 맞춤형 뷰티 시스템 ‘페르소’를 적용했다. 2020년 개발된 페르소는 전용 앱을 통해 AI로 사용자의 셀카를 분석해 피부톤과 그날 입은 옷에 어울리는 립 컬러를 제안한다. 추천만 해주는 게 아니라 한 번 바를 분량의 립스틱도 제조해주는 기기다. 루즈 쉬르 메쥬르는 AI 컬러 인식과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컬러를 제안한다. 레드, 누드, 오렌지, 핑크 등 4가지 컬러를 기반으로 수천 가지 색 조합을 만들어내고 틴트 추출량 조절도 가능하다.
LG CHI 컬러마스터.
▶화장품 업계, 인수·투자 통해 뷰티테크 시장으로
뷰티 업계 투톱이 이처럼 뷰티테크에 기반한 맞춤 화장품 투자 확대에 나선 이유는 역시 성장성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관련 기업 인수와 투자를 통해 참전하는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우선 CJ올리브영은 최근 빅데이터 기반 AI 스타트업 로켓뷰를 인수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화장품의 상품명을 촬영하면 상품설명과 최저가 정보를 알려주는 ‘찍검(찍고 검색)’ 서비스 앱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딥러닝에 기반한 광학 문자 인식(OCR) 수집 솔루션이 화장품의 상품 데이터와 고객 행동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분석, AI가 상품을 추천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약 10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이러한 로켓뷰의 기술을 접목해 AI기반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사업본부 아래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 전담 AI 추천 엔진 조직을 신설했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8년간 근무한 김화경 전 로켓뷰 대표가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주기 위한 역량 확보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혁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요즘 보안 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꼽히는 SK쉴더스는 AI 뷰티 솔루션 스타트업 룰루랩에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SK쉴더스는 국내 사이버보안 1위 기업 SK인포섹이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물리보안 기업 ADT캡스를 흡수 합병해 출범한 법인이다. 언뜻 뷰티 업계와는 무관해 보이는 SK쉴더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뷰티·헬스 매장, 화장품, 약국처럼 사람의 제품 추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13만 개 이상의 헬스·뷰티 매장을 무인화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룰루랩이 개발한 AI 기반의 피부 분석과 제품 추천 기술을 SK쉴더스의 무인 매장 통합 솔루션 ‘캡스 무인안심존’에 추가한다는 것이다.
뷰티 관련 기업의 한 임원은 “현재 뷰티테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첫째가 뷰티기기, 둘째는 맞춤형 솔루션”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뷰티 시장에서도 온라인 비율이 높아졌는데, 리오프닝 이후 직접 경험하고픈 소비자의 욕구가 늘었고, 이러한 틈새를 뷰티테크가 파고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