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비욘드 코로나’ 트렌드 5제] Plugging Into New Mobility 뉴모빌리티 원년 | 전기차가 앞서가고 수소차가 따라가는 새해… 저무는 내연기관, 본격화되는 친환경 인프라
안재형 기자
입력 : 2021.12.31 13:49:06
수정 : 2021.12.31 13:49:22
2021년 미국의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상회했다. 2021년 말 뉴욕증시에 상장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언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에 버금간다.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전기차 기업 루시드모터스도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친환경과 미래차, 자율주행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변혁을 이끌고 있다. 100년 넘게 인류의 역사에 군림하던 내연기관의 기세가 저물며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탄소중립 열풍에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내연기관차 판매 제한 조치도 친환경차 시장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을 50%나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28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산하 고성능 브랜드인 포르쉐도 ‘911’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업에 전동화 파워트레인 장착을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친환경차 정책인 ‘앰비션(Ambition) 2039’를 공개하고 “향후 20년 내에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2039년까지 생산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생산할 계획이다.
볼보는 2025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50%를 순수전기차로 전환하고 나머지 모델은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한다. 2030년에는 모든 판매 차종을 순수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2025년까지 30여 종의 새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GM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은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을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 그동안 전기차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일본의 도요타도 전기차 중심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2030년까지 전동화에 8조엔(약 83조원)을 투입하고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량을 연간 3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산 완성차 업계도 마찬가지. 현대차그룹은 2022년 출시 예고된 신차 중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 급부상에 자율주행차도 관심 급증
업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순수전기차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6’와 제네시스의 ‘GV70’ 전기차를, 기아에선 ‘EV6’의 고성능 차량인 ‘EV6 GT’가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한국GM의 ‘볼트EV’와 ‘볼트EUV’는 배터리 화재에 의한 대규모 리콜을 딛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쌍용차의 재기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코란도 이모션’도 순수전기차다. BMW의 전기 세단 ‘i4’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전기 세단 ‘EQE’, SUV ‘EQB’도 기대작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볼보와 중국 지리홀딩스의 합작사인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첫 신차 ‘폴스타2’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쯤 되면 전기차가 주력 차종으로 부상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러한 전동화 트렌드에 자율주행 기능도 급속히 발전해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정부로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승인을 받아 올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서울 도심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로보라이드(RoboRide)’라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로보라이드는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탑승객에게 이동 편의성을 제공하는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복잡한 도심에서 직접 검증하고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시범 서비스에는 아이오닉5가 투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제한된 자율주행(레벨3) 시장이 성장하다 2030년 이후 완전자율주행(레벨4)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6년 약 615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아직은 지지부진한 수소차 보급
전기차와 함께 미래차의 한 축으로 급부상한 수소차는 판매량만 놓고 보면 아직 전기차에 한참 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는 총 1만1200대로 전년 동기(5900대)보다 89.8% 늘었다. 이 기간에 현대차는 5900대의 수소차를 판매해 52.2%의 점유율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2위는 4400대를 판매한 도요타가 차지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모두 내연기관(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를 작동시켜 이동한다.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고, 수소차는 고압 수소탱크에 충전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 작동 구조가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은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의 진입 장벽은 높다. 수소차가 전기차에 뒤진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수소차는 수소경제로 이어지는 연관 산업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2019년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근거가 뒷받침됐다. 하지만 2022년까지 수소승용차 6만5000대를 보급(누적)하고 전국에 수소충전소 310개소를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재 한참 미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이 발표한 ‘수소경제 생태계 현황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수소승용차는 목표의 27%(1만700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충전소 보급 일정도 목표 대비 38%(117개소)에 그쳤다. 한 국산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수소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수소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부 주도로 연구인력과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를 늘리고 공공 부문의 수소차 구입도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