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지난 30여 년간 미주 한인 유권자들의 풀뿌리 정치 참여 운동을 이끌어 온 연방의회 전문가다. 과거 한인 유권자센터 소장과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를 역임했고, 2007년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그는 한·미 간 비자 면제 프로그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미국 의회 비준 등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을 주도해 연방의회에서 입법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는 이제 사회 운동이 되었다. 1기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트럼피즘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 한인유권자들의 풀뿌리 정치참여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럭스맨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주 한인 중 미국 워싱턴 D.C. 정계 소식에 밝으며 특히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앞서 예측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빠르게 의제를 주도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할 때 1기보다 훨씬 더 준비된 대통령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유권자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기반으로 더 강력한 ‘마가’식 정책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이민에 대한 초강경 정책, 성소수 운동 등 문화적 다양성 배격, 미국 제일주의가 그의 임기 4년 내내 이어진다는 말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폐기가 가능해져 관련 한국 기업들은 대비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하 일문일답.
Q 박빙인 줄 알았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승한 이유는?
A 이번 선거는 미국 민주당의 실책이 컸다. 민주당은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이슈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주도하지 못했다. 대신 성소수자(LGBT) 운동이나 환경 등 주변 이슈에 너무 집중했다.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기득권이 되고 대중 정당에서 이탈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 이슈를 부각했지만 정말 중요한 영향은 못 미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잘못도 컸다. 그는 너무 늦게 대선 후보직을 해리스에 양보했다.
Q 트럼프 스스로 유권자에 더 어필한 이유는?
A 트럼프가 강조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가는 미국의 사회 운동이 되었다. 마가는 ▲백인 우월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미국 예외주의 등 세 가지 핵심가치로 구성된다. 백인 우월주의는 이민에 대한 초강경정책으로 이어진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하지만 앞으로 합법 이민자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기독교 근본주의로 성소수자 운동 등 과도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배격된다. 아울러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가 나올 것이다.
Q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선이 일부 발표됐다. 인선에 대한 평가는?
A 1기 때와 너무 다르다. 당선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외교·안보 중심으로 인선을 하는 게 자신감 있고, 의제 순서도 있고, 사람도 준비된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젊고, 관련 경험이 없고, 충성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그만큼 강력하게 트럼프의 정책을 밀어부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밀러(39)가 대표적이다. 그는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맡게 된다.
Q 트럼프 등장으로 국제질서는 어떻게 바뀌나? 전쟁은 종식되나?
A 트럼프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전쟁을 안하는 게 아니라 미국 국가적 이익이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전쟁을 안하길 원한다. 국제관계가 동맹이나 적국 등 기존 미국과의 관계가 지배하기보다 지도자들 간의 관계 밀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예컨대,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끝장내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Q 미·중 갈등이 더 심화될 전망인데
A 중국에 대한 압박은 1기 때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코 루비오는 대중국 강경자다. 미국의 중국 정책은 미의회중국위원회(Congressional Exeuctive Commission of China·CECC)를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의회와 행정부가 초당적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기관이다. 중국 관련해서는 이곳이 본부에 해당한다. 과거 대북전단 살포를 미국에서 못하게 한 것도 여기서 결정한 사안이다.
Q 한·미 관계가 어려워진다는 걱정도 있다
A 트럼프가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돌파구를 시도하겠지만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이익 기준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방위비 분담 확대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아울러 한국인 전용 전문가 비자(E4) 추진 움직임도 어려워졌다.
Q 트럼프의 대북 정책 전망은?
A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알래스카나 하와이에 미사일을 쏠 수 있다. 미국 시민에 위협 요소가 되니까 트럼프가 직접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현재 남북관계가 냉각되어 있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남북이 협력을 한다면 이를 지렛대 삼아 트럼프에 접근할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지지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을 가지고 한국도 딜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에서 바라는 돈을 활용하는 걸 제안한다.
Q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폐기 우려가 한국 기업들 사이에 크다. 전망은?
A 많은 사람들이 그건 이미 입법이 됐기 때문에 폐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지배하는 다수당이 된 상태에서 못 할 일이 없게 되었다.
Q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은?
A IRA가 사실은 뉴딜이다. 친환경 부문에서 일자리도 생기고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시키는 프레임 안에서 트럼프 쪽도 해야 될 일들이 꽤 있다.
Q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의무제를 폐기하겠다는 트럼프와 함께 하는 이유는?
A 머스크는 환경이나 전기차에 꽂혀 있는 게 아니다. 우주산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머스크에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필요하다. 머스크에게는 우주선을 쏘고 돌아올 때 시베리아나 중국에도 올 수 있도록 트럼프를 통해 타국 정상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Q 첫 한국계 상원의원이 된 앤디 김에 대한 앞으로 전망?
A 앤디 김(민주당·뉴저지주)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오바마가 2004년 상원의원이 되고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의원 역시 오바마처럼 젊고 깨끗한 정치인으로 전국적인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윤원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