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여러 국가에서 중요한 선거가 동시 다발적으로 치러지면서 시장은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대규모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중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유럽 등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악화하고 있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우리 경제가 장기간 1~2%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의 주된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50.5%가 ‘이·팔, 러·우 전쟁, 미·중 패권 다툼, 고물가 등 전 세계적인 경제·정치 리스크’라고 답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세계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고금리 등의 변화에 서서히 적응해가는 양상”이라면서도 “국내 기업과 정부의 공동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처럼 국제적으로 통상 정책 변화 요소가 혼재한 가운데 2024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면서 주요국 간 경제블록화와 주요 산업 공급망 자국우선주의 추세 또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미국, EU 등 약 40개국이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긴장이 지속돼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에서 각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큰 틀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제거)’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이 심화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첨단·친환경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주요국의 산업 정책과 보호주의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양림 코리아 PDS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미·중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핵심 광물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2023년보다 더 심화될 수 있어 자원 공급국의 생산 차질, 물류 불확실성, 수출 통제 가능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콧 린시컴 미국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 경제통상부장 겸 무역정책센터장은 “2024년 미국의 무역 정책은 2023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나,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에 힘입어 자국 우선주의 및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교 전문가들은 차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세심한 외교전략을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이 서로가 주도하고 있는 소다자주의 체제에 참여할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안정적인 경합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데 미국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세계 질서의 변화를 생각하기 전에 동맹의 전환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동맹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전환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