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이미 시판된 비만 치료제가 있다. ‘평생 맞아도 부작용 없는 약’ ‘일석백조의 다이어트 치료제’ 등으로 광고하며 피부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병·의원에서 처방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바로 ‘삭센다’다.
체중 관리를 위한 약품으로 하루에 한 번 지방이 많은 허벅지나 복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는 당뇨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때 쓰였는데, 혈당 조절 효과뿐 아니라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서 비만 치료제로 개발이 추진됐다.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우리나라에는 2018년 3월부터 처방되기 시작했다.
삭센다는 GLP-1 유사체라고도 불린다.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제제는 비만 치료 효과가 입증된 후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약물이다. 삭센다 외에 최근 미국 유럽에서 다양한 효능으로 화제를 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GLP-1 유사체로 개발됐다.
삭센다 이상 반응으로는 오심, 구토, 설사, 변비, 소화불량, 위염, 위식도역류질환, 상복부통, 복부팽만 등의 위장장애가 있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년간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삭센다 시판 후 조사 결과 이상사례 발현율에 따르면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38.06%, 670명 중 255명에서 총 395건이 보고됐다. 이 중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은 0.6%로 670명 중 4명에서 4건이 발생됐다. 구체적으로는 때때로 허혈성 결장염, 제1형 양극성 장애, 수막종,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등의 증상이 발현되기도 했다.
삭센다를 개발한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인 비만 환자나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 이상 30㎏/㎡ 미만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를 위해 저감 식이요법 및 신체활동 증대의 보조제로 삭센다를 투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 12세 이상 청소년은 초기 BMI가 성인의 30㎏/㎡ 이상에 해당하거나 체중이 60㎏을 초과하면 투여를 권장한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허가 기준과 달리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약물 부작용이나 오남용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삭센다는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이 있고 약물 의존도가 생길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고 의사들도 무분별한 처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최근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와 췌장염·장폐색·위무력증 등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는 포만감 호르몬인 GLP-1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리벨서스,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의 주성분이고 리라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이다.
연구팀은 이들 약물의 체중 감량 효능을 조사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은 표본이 작고 추적 기간이 짧아 위장장애 포착이 어려웠다며 이 연구는 GLP-1 작용제를 사용한 비 당뇨병 환자의 위장관 부작용에 대한 첫 대규모 연구라고 밝혔다. 에트미넌 교수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이들 약물을 사용한 일부 환자가 위 무력증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보고한 적이 있지만 이들 약물과 위장 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 데이터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 사용자들은 비교 약물 사용자에 비해 심한 복통을 유발하고 때에 따라 입원·수술이 필요한 췌장염 위험이 9.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식물이 소장·대장을 통과하지 못해 경련,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을 일으키는 장폐색 위험은 4.22배,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해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이 나타나는 위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
논문 제1 저자인 소디 연구원은 “이들 약물은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등 접근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며 “광범위한 사용을 고려할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이런 약물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학계에서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을 때는 식단 관리, 운동, 영양제를 함께 사용해 부작용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체중이 정상 범위에 속한 사람들도 처방받는 만큼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의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판 초기인 만큼 장기적으로 비만한 사람과 정상 체중인 사람들 사이에는 큰 데이터 격차가 존재한다”라며 “투약 기간이나 체중별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가 비슷한 수준인지는 앞으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우려도 있다. 당장 비만약을 어떻게 평생 먹느냐는 지적이다. 비만치료제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만 효과를 보인다. 약을 끊는 순간 체중이 다시 늘어난다. 이에 대해 노보노디스크는 “고도 비만인 환자의 대부분이 비만을 만성 질환이라고 생각한다”며 “고혈압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혈압이 상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비만을 만성 질환과 같은 시각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용 역시 문제다. 위고비의 정가는 연 1만3600달러(약 1800만원)에 달한다. 미국 비만학회 학술지 <비만(Obesity)>은 “위고비의 원가는 월 40달러(약 5만4000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연간으로 계산해도 정가에 비해 원가가 턱없이 낮다. 노보노디스크가 약을 지나치게 비싸게 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학저널은 메디케어에 가입한 미국 비만 환자 중 10%만 위고비를 복용해도 연 270억달러(약 37조6000억원)가 투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복제약은 10년 뒤에나 살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