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대기록을 달성한 데에서 ‘임영웅 현상’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전까지 대중가요계에서 특정한 아티스트가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례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신중현, 산울림, 서태지, 방탄소년단을 꼽을 수 있다.
-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 中에서.
“찬란한 순간이여 영원하라.” 지난 6월 16일,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사 내부 대형 광고판에 임영웅이 등장했다. 아티스트 임영웅의 33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팬클럽 서울 영웅시대의 선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삼성역, 부산 서면, 서울 273번 버스 외부 광고 등에도 축하 광고가 등장했다.
1020세대에 한정됐던 팬덤 문화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50대 이상 장년층이 K팝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2020년 트로트 오디션 열풍 이후 장년팬들이 대거 K팝 시장 소비자로 유입된 점에 주목한다. 그 중심은 단연 임영웅이다. 이는 음원 스트리밍 실적에 단적으로 드러난다. 임영웅은 지난 6월 19일 기준 멜론 내 발매 음원 누적 스트리밍 75억4672만회를 기록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뮤직 플랫폼 멜론의 ‘멜론의 전당’을 오픈했다. 멜론의 전당은 국내외 아티스트 및 국내 발매 앨범의 멜론 내 기록을 축하하는 명예의 공간이다.멜론 내 발매 음원 누적 스트리밍 수가 10억(1billion)이상을 달성한 아티스트를 기념하는 ‘아티스트 부문(빌리언스 클럽)’에는 총 91팀이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누적 123억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100억회 이상인 아티스트만 진입할 수 있는 ‘다이아 클럽’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50억회 이상 ‘골드 클럽’에는 아이유, 임영웅, 그룹 엑소가 자리 잡았다. 20억~50억회 사이 ‘실버 클럽’에는 그룹 세븐틴, 블랙핑크, 레드벨벳, 허각, 성시경, 박효신 등 19팀이 올랐다. 임영웅은 골드 클럽을 넘어 방탄소년단만이 자리한 다이아 클럽 달성을 위해 초고속으로 달리고 있다.
대중은 <미스터트롯>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임영웅 가수를 뜨겁게 만났다. 궁핍 속에서 고생하며 군고구마 장사까지 하던, 끝도 모를 무명의 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숨겨진 눈물을 마주하며 교감을 나눴다. - 박지혜 바이올리니스트(연세대 겸임교수)
아티스트 임영웅의 팬덤은 아이돌을 능가한다. 지난 4월 8일 임영웅이 시축자로 나선 FC서울과 대구FC의 K리그1 6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공식 집계 기준 4만 5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코로나19확산 이후 프로 스포츠 최다 관중 기록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날 관람객 반은 임영웅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라는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로 선수들은 물론 축구협회까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날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회원을 비롯해 일반 팬들도 경기장을 찾았고 인근 주차장은 지방에서 팬들이 전세한 대형 버스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의 저자 조위(필명)는 이러한 팬덤효과에 대해 동반자적 유대감이라 분석했다.그는 “상당수 팬이 임영웅 가수의 노래를 듣고 치유의 기적을 느꼈다고 말하는 집단 치유는 임영웅 가수의 동반자적 이미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임영웅 가수의 노래는 팬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아팠나요’라고 위로하고 이 위로가 치유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임영웅의 인품 역시 팬덤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조위 작가는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은 선한 사람들의 남다른 능력”이라며 “음악 관계자들은 노래 실력과 함께 공통으로 인품을 매력으로 꼽으며 임영웅 씨가 정말 착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두터운 팬심과 신뢰는 아티스트의 브랜드 파워로 이어졌다.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제품은 거의 예외 없이 ‘임영웅의 OOO’라는 카피로 등장한다. 광고업계에서는 “임영웅이 광고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다”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팬심과 구매력을 갖춘 팬들의 힘이 대단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에 위기를 겪고 있던 쌍용차다. 당시 임영웅을 광고모델로 선정한 이후 G4 렉스턴 판매 대수가 전월 대비 53%나 증가했다. 고난을 딛고 인생 역전에 성공한 임영웅처럼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 부활하고자 하는 쌍용차의 바람을 담아 ‘올 뉴 렉스턴’을 출시했다.
임영웅의 신곡 ‘히어로’도 공동 작업했다. 임영웅이 ‘히어로’를 부르며 올 뉴 렉스턴을 소개한 쇼케이스는 표가 1분 만에 매진됐고, 3만 1000명이 유튜브에 동시 접속하면서 사전 판매로만 3800대를 돌파했다.
임영웅 커피머신으로 불린 청호나이스의 ‘에스프레카페’는 광고모델로 임영웅이 등장한 이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청호나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임영웅 광고’ 콘텐츠의 누적 조회 수는 5000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제품 광고 콘텐츠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최근엔 임영웅이 출연한 본죽 CF ‘이 시대 모두의 영웅들을, 응원해!’ 영상이 짧은 시간 안에 조회 수 1600만회를 넘어선 것도 기록적이다.
OTT업계에서도 ‘임영웅 현상’이 나타났다. 티빙에서 임영웅 콘서트를 생중계하자 일간 활성사용자 수(DAU)와 신규 설치 기기 수가 급증한 것이다. 당시 역대 티빙 라이브 생중계 중 가장 높은 유료 가입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시간 시청 점유율은 96%까지 치솟았다.
임영웅은 지난 6월 16일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2억원을 사랑의열매에 내놨다. 임영웅은 지난 2021년부터 3년째 생일마다 ‘영웅시대’ 이름으로 사랑의열매에 성금을 기부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대형 산불로 어려움을 겪던 이재민을 돕기 위해 1억원을 내놨다. 지난해 12월에도 한 해 동안 이어진 팬들 사랑에 보답하고자 2억원을 기부했다.
이번 생일 기부를 포함해 임영웅과 소속사 물고기컴퍼니가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누적 성금은 모두 10억원에 달한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역시 이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3700만여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하고 나눔리더스클럽에 가입, 성숙한 팬클럽 문화를 보여줬다. 지난해 3월에는 임영웅의 산불 피해 지원 기부 뜻에 함께 하고자 2억6000만원을 내놨다. 이 밖에도 매년 임영웅 생일·앨범 발매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기부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랑의열매 측은 “스타와 팬클럽 그리고 소속사가 꾸준히 함께 나눔을 실천하면서 기부 문화를 새롭게 이끌어 가고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라며 “해당 기부금은 고물가와 폭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팬들의 기부는 산발적으로 이뤄진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 진심방’은 임영웅의 생일을 앞두고 들꽃청소년세상에 기부금 171만원을 전달했다. 들꽃청소년세상은 그룹홈, 청소년자립지원관 등을 운영하면서 가정 밖 청소년들이 안정적인 자립 기반과 생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소년 지원 단체다.
철원백골 영웅시대는 강원 철원 동송읍사무소를 방문해 불우이웃돕기 성금 300만원을 기탁했다. 회원들은 지난 해에도 철원읍사무소에 성금 200만원을 맡기기도 했다. 이 돈은 지역 한부모가정 자녀의 병원 치료 비용으로 쓰였다. 지지난해에는 철원장학회 장학기금으로 1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영웅시대 어덕행덕방 회원들은 지난 10일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를 찾아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나눔성금 400만원을 기부했다. 이번 나눔은 임영웅의 생일과 신곡 발매를 기념하여 선행을 실천하는 임영웅의 행보에 동참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성금은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 피해에 노출이 큰 저소득계층과 이재민 지원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지역마다 임영웅 팬클럽이 기부 행렬에 나서고 있다. 임영웅 자신도 소속사와 함께 기부에 동참하고, 팬들은 또 기부하고, 이에 질세라 스타가 또 기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조위 작가는 임영웅의 팬덤의 특징은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결속력과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임영웅의 팬덤이 특별한 점은 단순히 가수를 응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수와 함께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벌임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다”며 “팬덤과 가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액을 기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