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장수’가 미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관련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진흥회가 지난 4월 12일 개최한 ‘2023 국제정밀의료센터 콘퍼런스(IPMCC)’의 주제는 ‘롱제비티를 넘어서: 50세의 건강으로 120세까지’였다. 롱제비티(Longevity)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과 아름다움을 노년까지 이어가는 삶을 말한다.
항노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하리리(Robert Hariri) 박사, 트럼프 정부 초대 FDA 국장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박사, 줄기세포 및 유전자 기반 심장 치료 임상 권위자 조슈아 헤어(Joshua Hare) 박사가 노화를 예방·지연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가장 큰 변화는 세포가 늙는다는 것이다. 인체는 30조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세포의 건강상태와 재생능력에 따라 인간의 노화 속도가 결정된다. 세포의 노화, 줄기세포의 고갈은 인간의 노화와 퇴행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 줄기세포 수가 줄어들면 노년의 근감소증이 빠르게 진행되고 조기 사망과 퇴행성 질환을 유발한다.
로버트 하리리 박사와 스콧 고틀리브 박사는 세포 치료제가 질병 치유와 수명 연장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항노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리리 박사는 “세포 치료를 통해 노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해 인간의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라며 “세포 치료와 정밀의학으로써 연령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리리 박사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뿐 아니라 의학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 기능의 저하를 지연한다면 120세까지 50살의 건강상태로 산다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세포는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세포를 활용한 치료는 심장, 신체 마비, 재생의학, 노화질환 등 일상 치료의 영역까지 확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CAR-T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만 추적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붙인 치료제다. 치료제가 체내에 들어와 암세포와 만나면 T세포가 활성화돼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다. 자신의 면역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고틀리브 박사는 “개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인 CAR-T 치료제 덕분에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현재와 같은 혁신적인 항암치료가 가능해졌다”라며 “이를 통해 현재 세포 치료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효과적인 개발을 위해선 ‘중개의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개의학은 기초과학의 연구결과를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단계로 연계하는 과정을 말한다.
고틀리브 박사는 “CAR-T 치료제 개발 당시 소규모 R&D, 임상실험들과 분산된 데이터들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라며 “관련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각각의 데이터들을 모아 대형 제약사 등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고 각계 연구원들이 융합적 접근을 통해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 결국 모든 통찰력을 결집하고 협업할 수 있는 의료 복합 클러스트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노화가 진행되면 피로, 활동 저하, 체중 감소, 반응속도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노화의 과정 속에서 질병이 생기고 결국 사망하게 된다. 때문에 인간은 식이조절, 운동, 시술 등으로 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유지하려 한다. 조슈아 헤어 박사는 “노화는 질병의 하나로 인식돼야 하며 잠재적인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며 “현재는 노화를 막는 데 운동과 음식 등 제한적인 방법이 대부분이라 미충족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노화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노화가 질병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학적으로 모델링했을 때 앞으로 기대수명은 125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대수명만 늘어났을 뿐 질병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수명인 건강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늘어나는 수명만큼 어떻게 질 높은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의학적인 개입을 통해 노화를 막고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헤어 박사는 “규제를 준수하면서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해 치료하는 해결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현재 동종이식, 자가세포이식 등 적극적인 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 연구되고 있다”라며 “줄기세포 치료제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듯이 여러 방식으로 연구해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노년의 키워드가 되며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BBC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롱제비티 치료 시장은 2018년 3억2980만달러(약 4300억원)에서 2023년 6억4440만달러(약 8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4.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서도 롱제비티 산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리리 박사는 “롱제비티 산업이라는 틀 내에서 항노화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 전기차, 로봇 기업들과도 협업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기회가 성과로 이어진다면 한국도 항노화, 항암 분야에서 선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상황에서 롱제비티 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나아갈 필요가 있다”라며 “노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전향적으로 움직인다면 성공적인 롱제비티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진흥회 회장은 “롱제비티 산업은 세포 유전자 치료를 비롯한 바이오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헬스, 정밀영양뿐 아니라 모빌리티 기업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고틀리브 박사는 “롱제비티 산업을 위한 종합적 리서치 중심의 허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GMP 인증, 전문성 확보 등 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규제와 관련된 지원을 하는 것이 롱제비티 혁신 허브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리리 박사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술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이 협업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2호 (2023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