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챗GPT’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연초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투자 기대감으로 인해 증시에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한국형 챗GPT’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증시에서 과열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의 경쟁으로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 시장에는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은 2월 한 달 동안 총 1억3446만달러(약 1800억원)어치 알파벳 주식을 사들였다.
2위는 MS다. MS는 약 1억2260만달러(약 16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여러 가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AI 기술을 뒷받침하는 IT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에서 주가만 보면 MS나 구글보다 오히려 엔비디아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해 1~2월 나스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58.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가 9.45%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다른 종목들보다 6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C3 AI, 알테릭스 등이 주식 시장에서 챗GPT 관련주로 분류되며 올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C3 AI와 알테릭스 주가는 올해 1~2월 각각 101.79%, 28.89% 상승했다. 암바렐라(14.69%)와 모빌아이(12.69%) 등도 챗GPT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다.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도 챗GPT 열기는 뜨겁다. 중국 최대 검색 업체 바이두는 ‘중국판 챗GPT’를 표방한 대화형 AI 서비스 ‘어니봇’을 지난 3월 16일 공개했다. 발표 당일 홍콩 증시에서 바이두 주가는 6% 넘게 하락했지만, 어니봇의 성능이 생각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지면서 다음날(3월 17일) 주가는 장중 16%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챗GPT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증시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코난테크놀로지다.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는 챗GPT 관련주로 엮이면서 올해 1~2월 주가가 무려 413.63% 치솟았다. 2위를 기록한 업체도 AI 기업이다. 챗GPT 관련주로 분류되는 셀바스AI 주가는 같은 기간 336.01% 상승했다. 셀바스AI의 자회사인 셀바스헬스케어 역시 316.75%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3위에 올랐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242.78%), 에스비비테크(223.84%), 알체라(166.31%), 솔트룩스(149.89%), 딥노이드(146.48%), 비트나인(113.7%) 등도 연초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생성형 AI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챗봇 AI를 탑재한 검색 서비스 ‘서치GPT’를 상반기 내 공개할 계획이다. 챗봇 서비스인 챗GPT와 달리 고도화된 검색에 방점을 둔다. 카카오도 AI 전문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챗GPT 대항마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코GPT’를 접목할 예정이다.
통신 3사도 관련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낸다. SK텔레콤은 ‘GPT-3’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상반기 안에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이 보유한 초거대 AI ‘엑사원’과 연계한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업체들도 주목받는다. AI 개발 경쟁이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증시에서 챗GPT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미 시장이 과열됐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시가총액이 높게 형성된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3월 17일 종가 기준 코난테크놀로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264배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평균 PER인 23.2배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코난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24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인데, 시가총액은 7000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셀바스AI(127배), 비트나인(82배) 등도 멀티플(배수)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챗GPT는 길게 보면 성장 산업이 맞지만, 주가는 단기적으로 급등하면서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몇몇 종목들은 이미 애널리스트의 분석 영역을 떠났다고 판단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주가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거품을 걷어내면 성장성은 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2년 869억달러 규모인 AI 시장은 2027년 4070억달러로 약 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는 의료, 서비스, 물류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 가능하다. 직접적인 AI 개발 업체만이 아니라 데이터, 클라우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수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종목 선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분야는 국내 대기업의 투자 확대와 정부의 지원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며 “아직까지 AI 솔루션 개발 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시장 변화 속 수혜 업체는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수혜주 선별”이라며 “분야를 꼽자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반도체 업종의 중장기적 수혜가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