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다. 뒤이어 8월에 쏘아 올린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현재 우주를 유영하며 영상과 사진, 문자를 보내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의 성공과 성과가 미래 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우주개발에는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거둬들일 수 있는 성과 또한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대형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국력 과시와 함께 항공 산업 등 하드웨어와 컴퓨터, 인터넷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했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얻게 된 수많은 기술이 민간에 제공되며 다양한 산업으로 전이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리호 하나 제작하는 데 약 37만 개의 부품이 들어갔다”며 “그동안 없던 기술로 완성된 부품 등 집약체들이 가져올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주 프로젝트가 인공위성과 로켓 산업으로 이어졌고, 인공위성은 인터넷 등 통신 사업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일상이 된 컴퓨터 마우스도 우주선의 제어나 작동을 위해 고안된 장치였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올 핵심 사업도 우주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2023년 업무보고에서 핵심 과제는 ‘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이었다. 이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022년은 누리호, 다누리호 발사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고 디지털 혁신 비전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등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새해에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 민간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누리호 3차 발사를 추진하고,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을 제정하고 하반기에 새로운 우주 서비스 창출을 위한 위성활용촉진법 제정에 나선다.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추진한다. 전략기술 연구개발(R&D) 투자도 전년 대비 10% 이상 확대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5조원을 투자하고, 범부처 통합형 R&D 재원 배분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의 독자기술로 완성된 첫 번째 우주 로켓은 ‘누리호’다. 2013년 한국의 첫 우주로켓 ‘나로호’가 발사됐지만 핵심부품은 러시아제를 사용했었다. 누리호 개발에는 12년간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우주개발에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눈에 띄는 분야는 관광업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데, 실제로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 세 기업이 우주 관광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1972년 이후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던 미국 정부도 2019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라는 유인 달 탐사 사업을 시작하며 관광에 관심을 보였다. 우선 달 표면과 궤도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고 우주탐사의 중간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더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달에 직접 착륙하진 못하지만 달 궤도를 탐사하고 있는 다누리호의 목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달에 묻혀 있는 자원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최소 100만t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헬륨3를 핵융합 발전에 활용하면 유해한 방사성 폐기물 없이 기존 원자력 발전의 5배 이상 효율로 전기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은 올해 국내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사업이다. 2021년 6월 예타를 통과한 KPS 사업은 2035년까지 총 3조7234억5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쉽게 말해 KPS는 한국형 GPS(위치정보시스템)다.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신호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GPS는 미국의 군사위성을 이용한 기술이다. 미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후 민간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무료로 개방했다.
자체적인 전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대목이지만 향후 위성 사용 중단이나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중국과 러시아, EU,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체 GPS를 구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PS는 정지궤도 위성 3기, 경사궤도 위성 5기 총 8개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한반도 근처에서 늘 6기 이상의 항법위성으로 정밀한 신호를 받기 때문에 KPS 위성이 모두 개발 완료되는 2035년엔 현재 최대 20여m인 GPS 오차가 불과 10㎝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GPS의 낮은 정확도로 생기는 문제점들이 모두 해결된다.
자율주행차나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모빌리티), 드론 등의 미래교통수단은 위성항법기술이 생명이다. KPS 위성이 보낸 초정밀 위치 정보로 경로를 최대한 단축시키며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물론 허가받지 않은 UAM이나 드론 등의 정밀한 추적도 가능해진다. 한국만의 위치정보서비스로 이를 활용한 무기 개발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6세대 이동통신(6G) 개발에도 인공위성은 필수 요소다. 2019년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이후 4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관련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6G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한국의 입장에선 관련 산업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6G 선점이다. 6G는 5G보다 50배나 빠른 통신 속도를 자랑한다. 또 하늘과 땅, 바닷속 등 어느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그만큼 통신이 불안정한 음영 지역이 없어 안정적이다.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의 한 임원은 “보다 안정적인 자율주행차가 실현되려면 6G로 GPS 등이 수신되고 주변 차량이나 교통량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정보들이 끊기지 않고 전달되는 환경이 되려면 초고속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6G가 도입돼야 하고 6G가 구축되려면 기지국 대신 우주에서 신호를 쏘는 인공위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