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입자금을 지주사인 한진칼에 빌려주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도운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다. 당장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3자연합은 법적 조치와 함께 분쟁에 대비한 현금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항공산업과 일자리를 위한 조치’라는 논리로 맞선다. 한진칼과 조 회장을 견제할 협약이 있다는 것. 실제 산은과 한진칼이 맺은 협약의 7가지 항목을 보면 일상적 경영권은 조 회장이 행사하지만, 산은은 거부권과 감독권을 갖는다. 문구만 보면 조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고,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에 대한 재산권 행사도 제한된다. 얼핏 조건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비슷하다. 산은은 2009년 비슷한 조건으로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거꾸로 산은 측이 아시아나 인수를 미끼로 대한항공(+아시아나)을 준국유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에선 산업은행이 경영권 보호를 도와주는 것이나 조 회장을 합의 위반으로 경영권을 손 떼게 하는 어떤 선택도 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 실패를 대한항공에 떠넘기면서 여러 조건을 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한 상태라, 향후 경영실적이 얼마나 좋아질지도 미지수”라며 “‘산은이 대한항공을 삼킨다’는 비판이나 반대로 ‘결국 투자금도 회수 못하고 항공산업 독과점화만 키운다’라는 비판을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