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창업시대] (2) 서울시 청년창업플러스센터…젊고 패기 넘치는 예비청년창업가의 꿈이 실현되는 곳
입력 : 2015.07.06 16:47:29
수정 : 2015.07.07 09:27:40
창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른바 스타트업 붐이다. 하지만 도전하는 모두가 창업시대의 스타가 될 순 없다.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LUXMEN>이 아는 만큼 성공하는 창업 지원 정책과 정보를 소개한다.
한 달에 한번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대표들의 IR이 펼쳐진다. IR결과에 따라 센터 입주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한 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되는 IR을 마치면 바로 자체 평가로 이어진다.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이다. 강북청년창업센터, 강남청년창업센터를 포함해 총 3개의 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스타트업의 업그레이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초기투자를 받았거나 한 단계 더 성장이 필요한 업체를 선별해 무료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후속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매월 실시하는 IR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입주 자격을 얻고 투자 역량 강화 교육과 맞춤형 멘토링 등을 받을 수 있다. 심사위원으로는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 민간투자자가 참여한다.
청년창업플러스센터는 공공기관형 액셀러레이팅(투자 및 보육)을 지향하고 있다. 강북·강남 센터의 경우 극초기 기업 선발 및 지원 활동을 하고, 플러스센터는 한 단계 성장한 기업들의 투자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엔 센터 1~2층에 ‘서울창업투자지원센터’를 별도로 개설했다. 3~5층엔 강북·강남 센터의 지원 기간이 끝난 업체들 중 선별된 우수 졸업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투자지원의 핵심은 민간과의 협업이다. 공공기관이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것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T.I.(Technological Incubator)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민간이 투자한 기업에 매칭해 투자 지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4개 민간 투자사가 선별한 업체를 입주시키고 있는데, 향후 협력 민간 투자업체를 더 늘릴 계획이다.
무료 입주 외에 기업 역량강화, 홍보 및 마케팅 지원도 하고 있다. 투자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캐피털 및 엔젤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격주로 입주기업 소식을 전하는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 서울시 예산을 활용해 입주 기업을 알리는 광고를 내기도 한다. 올해 하반기 조성될 예정인 서울시 창업투자펀드가 센터 입주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펀드를 서울시가 만들면 펀드 운용사를 따로 선정해 투자를 진행하게 되는데, 서울시 창업센터 입주기업들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업플러스센터와 협업하는 민간 투자업체 입장에서도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최대 1년 동안 투자한 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실제로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 입주한 뒤 후속 투자 유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곳에서는 입주 업체들끼리 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임재규 센터장
작년 4월부터 청년창업플러스센터를 맡고 있는 임재규 센터장은 건전한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서울창업투자지원센터를 개소한 만큼 벤처 투자 지원과 투자 정보 제공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임 센터장은 “그동안 서울시가 ‘챌린지 1000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창업가를 지원해 왔으나 공공기관이 하다 보니 사무실 공간 지원과 교육컨설팅 등 제한적 활동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개선 방안을 고민해오다가 투자로 눈을 돌려 올 3월에 벤처캐피털 회사들과 연계한 창업투자지원센터를 오픈하게 됐습니다”고 설명한다.
창업투자지원센터는 희망 스타트업 기업과 상담을 하고 모의 IR을 거쳐 사업을 소개하면 협약된 벤처캐피털이 심사하고 투자가 결정되면 입주하는 방식이다. 임 센터장은 “입주한 기업들은 벤처캐피털사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마케팅 업무를 지원합니다.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전문가 의견을 받아 퇴거조치도 하고,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공모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7월은 지난 일 년간 입주해온 기업들이 퇴거하고 새로 100개 창업희망 기업들이 들어오는 달이다. 1인 기업부터 창업직원수가 10명인 기업까지 다양하다. 100개 기업 중 절반은 강남과 강북 창업지원센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고 나머지는 매달 실시하는 IR을 통해 선발된 기업들이다. 이들은 최대 3년까지 센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임 센터장은 최근 청년창업 경향에 대해 “게임 창업이 활발하고 투자자나 해외 관심도 그쪽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예전에는 대형게임업체가 하나의 게임을 개발해 업데이트는 하는 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워낙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작은 기업들 참여와 기회가 활발해 졌습니다”고 말했다.
이곳 센터장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대는 20세부터 만 39세까지다. 최초 기획은 청년 실업률을 줄이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혁신적 창업 하나가 1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취지를 바꿨다. 그는 “요즘 찾아오는 청년사업가를 보면 철저한 준비를 해오고 창업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전 취업 대신 사업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창업 천국 이스라엘의 경우 대학 우수 졸업자들 선망이 창업을 하는 것이고 세계 불황속에서도 미국이 경제 대국 자리를 유지해가는 것도 스타트업 기업이 많고 시장 변화를 이끌어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창업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나가는 추세입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청년창업센터 입주기업 5기생
심재성 제이앤피인터내셔날 대표 “카드론 500만원으로 차린 회사가
연매출 100억원 규모로 성장했죠”
제이앤피인터내셔날은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주로 해외 수출을 하고 있다. 심재성 대표는 청년사업가라기엔 늦깎이에 속한다. 올해 마흔을 넘어섰다. 하지만 심 대표는 “저는 아직 청년입니다. 그것도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청년,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청년사업가죠”라고 말한다.
심 대표는 7년 전 사업에 실패한 쓰린 경험이 있다. 대학생 시절 꿈이었던 라이브카페를 직장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차렸으나, 3년 만에 남은 건 은행 네 곳과 주변 지인들에게 진 빚더미뿐이었다. 그때 그는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빚을 갚기 위해 외국계 화장품회사에 들어간 그는 연봉이 많은 중국 천진 공장의 QC(Quality Check) 업무를 자청했다. 그 공장은 화장품 용기부터 미용기기를 만드는 모든 프로세스가 다 있는 큰 공장이었다. 미용기기 제조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한꺼번에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중국어와 영어, 세무회계를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빚을 갚기 위해 인생을 사는가 하는 회의가 찾아왔고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엇을 하고 살아갈지 고민하던 중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홍콩에서 대형 드럭스토어에 근무하는 예전 직장 시절 알게 된 외국인 친구가 연락이 와서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 대형 프로젝트 하나가 떴다고 귀띔해줬다. 미용기기와 프리미엄 화장품 개발에 관한 프로젝트였다. 중국서 화장품 제조에 대해 배운 터라 프레젠테이션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던 심 대표는 카드론으로 500만원을 대출 받아 서초동에 세 평짜리 반지하 사무실을 얻었다. 이후 홍콩 회사로부터 선금을 받아 납품한 세안용 브러시는 시장에서 히트를 쳤고, 더불어 태반 성분을 함유한 고가 화장품 라인도 연속해서 성공했다. 홍콩을 넘어 대만과 중국, 미국에도 수출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순천만 함초를 이용해 만든 함초 모공브러시와 함초 폼클렌징을 출시했는데 이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드론 500만원으로 차린 3년차 회사가 이제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심재성 대표는 서울시 청년창업센터로부터 많은 수혜를 입었다고 한다. 그는 “홍콩하고 계약을 했지만 매출은 없는 상황에서 제품개발과 상담 등을 세 평짜리 반지하 공간에서 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때 청년창업센터를 알게 됐고 당시 제가 서른아홉 막차를 탄 거죠. 공간도 지원받고 박람회 입점 지원과 국내 유통 판로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고 말한다.
심 대표의 제이앤피인터내셔날은 2014년 입주기업 중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청년창업센터 입주기업 4기생
김영문 푸드나무 대표“닭가슴살처럼 튼튼한 회사 만들어
5년내 주식상장이 목표입니다”
푸드나무는 닭 가슴살 및 다이어트 식품을 전문적으로 생산·유통하는 회사다. 주력 상품은 닭 가슴살이다. 소비자들에게 닭 가슴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닭대리 랭킹닭컴’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김영문 푸드나무 대표는 “제가 사업을 시작할 때가 2011년이니까 올해로 5년이 됩니다. 작은 원룸에서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직원 수 20명이 넘었고 매출도 15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고 말한다. 김 대표가 회사를 막 차렸을 때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힘에 부쳤다. 전국의 닭 가슴살 공장 문턱을 닳도록 뛰어 다니며 영업한 결과 다섯 군데 업체와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더 늘어 30여 개 거래처와 판매 계약을 하고 있다. 3년간 열심히 달려온 결과 무려 200배 매출 성장을 이루고 닭 가슴살 가공업체 중 판매 1위 기록하고 달성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시작한 건 스물아홉 되던 해입니다. 당시 퍼스널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닭 가슴살은 어디서 시켜먹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무심히 상담해주다가 닭 가슴살 사업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닭대리 랭킹닭컴’입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다. 열일곱 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했다. 그때부터 편의점, 주유소, 나이트클럽, 성인오락실, 공사장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이 다 했다. 그는 “단란주점에서 일했는데 하루는 덩치가 큰 사람이 행패를 부리는데 당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헬스장을 끊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두 시간씩 3개월간 하니 몸이 진짜 좋아졌고 주변에서 선수로 나가보라고 권하더군요”고 말했다. 주변 권유로 나간 첫 대회에서 본선 6위, 그 다음에는 서울시 일등을 차지했다. 그때부터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고등 검정고시를 따고 4년제 대학도 들어갔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사람으로 치면 걸어 다니는 아기니까 남들 쉴 때도 기어가야 그나마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 사이트 만들어놓고는 전국 닭 가슴살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녔습니다. 믿고 맡겨 달라 했는데 저희와 거래하고는 하루 10킬로그램 출고량이 3~4톤, 여름엔 5톤 이상 늘었으니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고 말했다.
김영문 대표는 창업 초창기 월세 내는 작은 원룸에서 지내다가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입주했다. 그는 “창업센터에 들어와 정말 급성장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있으니 의욕이 넘치고 일할 맛이 났습니다. 월세며 고정비용이 안 들고 소속감도 생기고 같은 스타트업끼리 자연스레 협업할 길도 열렸던 거죠”라고 당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