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는 대량구매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대비 고퀄리티 소재를 사용한 제품력과 일본브랜드라 아시아인 체형에 잘 맞는다는 점 그리고 세계적 인지도의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를 영역 없이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유니클로는 소비자 대상을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라이프웨어’를 콘셉트로 성인복부터 아동복까지, 정장에서 캐주얼 심지어 속옷까지 전 복종을 아우르며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통도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에 이어 중소규모 도시에 소형 점포로까지 매장수를 늘려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도에도 첫 매장을 오픈했다. 이 같은 확장세에 유니클로는 올해 해외 브랜드로는 처음 국내에서 매출 1조원대를 넘길 전망이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액은 8954억원(2013년 9월~2014년 8월)이다. 2004년 법인 설립 이래 최대치이자 전년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또한 영업이익은 1077억100만원으로 40.17% 증가했다. 매장 수 또한 2005년 4개에서 155개(2015년 6월 기준)로 대폭 증가했다. 유니클로가 처음 론칭했을 때 콘셉트는 생필품과 같은 의류였다. 슈퍼마켓에 들려 라면과 쌀, 우유를 사듯이, 의류도 티셔츠와 면바지, 양말, 속옷 등을 장바구니에 담듯이 쇼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브랜드다. 생필품인 만큼 서민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저가로 내놨다. 이에 매장 내 제품 진열도 빨리 찾고 고르기 쉽게 사이즈와 색상별로 배치해놓고 디자인은 최소화했다. 가격과 퀄리티를 중시하는 남성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취향과 감도를 따지는 여성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유니클로 초창기 때 얘기다. 세계 패션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유니클로는 더 이상 생필품용 브랜드가 아니다. 이른바 ‘라이프 웨어(Life Wear)’브랜드로 환골탈태했다. 라이프 웨어란 사람이 살면서 접하는 모든 일상생활에 맞춰 필요한 의류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잠잘 때 입는 수면복부터 속옷, 평상복, 정장, 스포츠의류 등 전 품종을 아우르는 옷을 만든다는 의미다.
‘라이프 웨어’를 표방한 유니클로의 큰 변신 중 하나가 고급 취향의 명품브랜드나 유명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다. 베이직과 저가의 대명사였던 유니클로가 고감도의 디자인력까지 강화한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가격과 원단에 디자인 경쟁력까지 더한 유니클로의 파죽지세 성장세를 꺾을 강자는 한동안 없어 보인다.
디자인 강화 등 올해 성장 전략
유니클로는 지난 2004년 앤디 워홀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의 패션 디자이너부터 그래피티 화가나 팝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의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특히, 작년 3월부터는 여성복 강화의 일환으로 프랑스 톱 모델 출신의 프랑스 디자이너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오는 추동 시즌에는 에르메스 수석디자이너 출신의 크리스토퍼 르메르 유명 패션잡지 보그 파리의 편집장을 지낸 패션 컨설턴트 카린 로이펠트와 각각 협업을 진행한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그의 오랜 파트너인 사라-린 트랜과 함께 유니클로의 협업라인인 ‘르메르’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린 로이펠트와 함께하는 40여 개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이 오는 10월경 나온다.
유니클로는 기능성 제품력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 스포츠 활동에도 적합한 ‘액티브 앤 컴포트웨어’ 출시가 그것. 여성용 신제품은 브라 탱크톱 티셔츠, 레깅스 등 16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남성용 신제품은 특수한 입체 짜임 구조로 뛰어난 건조성과 촉감을 자랑하는 ‘드라이 엑스(Dry-EX)’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구성된다. 아동복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유니클로 또한 작년부터 본격적인 키즈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번 춘하시즌을 겨냥해 키즈와 베이비 컬렉션의 전체 제품 라인업을 전년 대비 50% 확대해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키즈·베이비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전체 매장 155개 중 124개에 달한다. 이는 2012년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시즌에는 포켓몬, 디즈니 및 산리오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니클로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모바일을 하나로 연결하는 옴니 채널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니클로의 옴니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은 2009년 9월 오픈한 온라인스토어를 시작으로 2013년 11월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유니클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위치 기반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 가장 가까이 있는 유니클로 매장을 찾을 수 있는 ‘위치 기반 매장 찾기’,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제품명과 정보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 스캔’ 기능을 갖췄다.
카린 로이펠트, 크리스토퍼 르메르(오른쪽)와 사라-린 트린.
유니클로 성공 견인한 대표 상품
유니클로가 세계적 패션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데는 ‘후리스’의성공이 큰몫을 차지한다. 겨울철 내피용으로 입는 보온용 ‘후리스’를 패션아이템으로 바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 것. 이전까지 ‘후리스’는 겨울 등산객들이 입는 방한 옷 정도로 여겨지던 것을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내놔 겨울철 머스트해브 아이템을 자리매김 시킨 것. 지금까지도 인기가 이어져 지난 겨울 내놓은 ‘2014 후리스 컬렉션’은 풀집(Full-zip)재킷, 베스트, 코트, 블루종, 풀오버, 스커트 등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로 출시됐다.
특히 도회적인 스타일을 반영한 ‘어반 후리스’라인과 빛을 열로 바꾸는 미네랄 함유 보온 원사를 사용한 제품들은 뛰어난 보온성까지 갖춰 디자인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리스’에서 시작된 유니클로의 대박 아이템은 ‘히트텍’으로 이어진다.
겨울 보온내의인 히트텍은 발열, 보온, 흡한속건, 항균, 스트레치, 정전기 방지, 형태 유지 등 7가지 기능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저가 브랜드에서 내놓은 기능성 속옷임에도 여느 전문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보유해 매년 겨울시즌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클로는 겨울철 보온내의 히트텍의 성공을 여름으로 가져와 쿨링 기능의 시원한 기능성 내의 ‘에어리즘’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이름이 알려진 섬유회사인 도레이와 공동 개발한 기능성 이너웨어로, 나일론과 폴리우레탄·큐프라 등 세 가지 소재를 혼합해 가공한 혁신적인 섬유 소재다.
‘에어리즘’은 옷 안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공기층을 형성해 한 장을 더 입는 것으로도 피부에 쾌적함을 더한다. 입는 순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접촉 냉감, 냄새 발생을 막는 항균 및 소취 그리고 땀을 금방 건조하는 드라이 기능을 갖춰 여름철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겨울철 히트텍과 여름철 에어리즘의 잇단 성공으로 기능성 웨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유니클로는 최근에는 전문 속옷제품을 통해 기존 속옷시장까지를 넘보고 있다. ‘컴포트 뷰티 웨어’가 그것. 이 제품은 몸을 조이지 않아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보디셰이퍼 스타일업’ ‘와이어리스 브라’ ‘울트라 심리스 쇼트’ 등 다양한 라인과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속옷 전문 브랜드들이 만드는 기능성 제품들이 두껍고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져 몸을 조이고 압박하는 것을 통해 몸매를 보정시켜주는 콘셉트에서 완전 벗어나 유니클로의 ‘컴포트 뷰티 웨어’는 안 입은 듯 편하고 가볍다는 점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몸매 보정이 크게 필요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유니클로는 세계적 회사답게 원산지에 원단을 대량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리넨’ 컬렉션과 ‘진’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리넨(마)과 진은 어느 의류회사에서나 내놓은 아이템이지만 같은 퀄리티의 제품을 대량구매와 생산으로 가격을 크게 낮춘 점이 포인트다.
백화점서 10만원 넘는 리넨 셔츠나 진 바지를 유니클로는 많이 만듦으로써 제조원가를 낮춰 비슷한 퀄리티의 원단 제품을 내놓은 것. 대량생산을 하다보면 디자인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감도차를 감수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제품가격을 낮춘 게 주효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원단 대량구매·대량생산으로 사양을 낮춘 리넨과 진 등 베이직 아이템 공급으로 패션민주화까지 이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티셔츠를 활용한 ‘UT’컬렉션도 유니클로 성공에 기여한 대표 상품이다.
‘T셔츠를 더 자유롭게, 더 재미있게’를 테마로 매년 색다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것. 유니클로 UT는 앤디 워홀 등 뉴욕 근대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서프라이즈 뉴욕 라인’을 비롯해 ‘뮤직 아이콘 라인’ 등은 약 35가지의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올해 여름 컬렉션만 해도 1200여 가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매장에 나와 있다.
사회공헌 활동 적극 나서
유니클로는 ‘옷이 가진 가치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을 목표로 국내외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CSR 프로그램으로는 전 세계 매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기증 받은 유니클로 의류를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난민 캠프로 전달하는 ‘전 상품 리사이클 캠페인’이 있다.
유니클로는 UNHCR과 글로벌 파트너십 협약을 하고 2014년 9월 말까지 53개의 국가 또는 지역에 의류를 전달했다. 또한 유니클로는 사회 취약 계층인 저소득층 어린이 및 독거노인을 위해서도 사회공헌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매해 여름과 겨울에 유니클로 임직원과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인 ‘고객과 함께하는 사랑의 나눔 봉사단’을 들 수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해서는 ‘보육원 아동 쇼핑 이벤트’로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의 옷을 구매하는 경험도 갖게 하는 행사다.
유니클로는 적극적인 장애인 채용 활동으로 취업 소외 계층인 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한 점포당 1인 이상의 장애인 직원 근무를 목표로 2010년부터 중증 장애가 있는 직원 채용 활동에 앞장서 왔으며, 2015년 5월 기준으로 총 93명의 중증 장애인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보유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유니클로는 일본의 명문대학 와세다 출신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양복점을 계기로 의류업종에 발 디딘 것을 시초로 만들어진 브랜드다. 의류를 패션제조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방식의 유통 사업으로 간파한 그는 1984년 일본 히로시마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티셔츠 등 베이직한 아이템을 생필품 개념으로 접근해 박리다매식으로 판매한 유니클로는 신개념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
1998년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후리스’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패스트리테일링사는 유니클로를 모태로 초저가형 브랜드 지유 그리고 인수 합병한 꼼뜨와 데 꼬또니에, 헬무트 랭, 제이 브랜드, 프린세스 탐탐, 띠어리 등까지 모두 7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패션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및 미국과 유럽 지역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1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약 13조원대 매출(2014년 회계연도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