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55m, 총 사업비 3조7천억원에 공사 인원 400만명, 상시고용 인구가 2만명가량 되는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 그중 123층으로 설계돼 국내 최고층 빌딩 등극을 앞두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인 만큼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에 서울시가 123층으로 설계된 롯데월드타워 ‘옆에 지어진’ 롯데월드몰의 부분 사용을 승인하였고 현재 운영 중에 있음에도 끊임없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 측은 물론 제2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상인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안전 논란이 별관에 입주한 소매상들에게도 미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임시 사용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공사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저층부’라는 용어는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점차 사용 승인된 쇼핑몰, 영화관, 수족관 등이 공사 중인 123층 건물 아랫부분에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쇼핑몰, 영화관, 수족관 등에 발생된 문제들이 123층짜리 건물 전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우려로 번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2롯데월드는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동과 에비뉴엘 동(9층), 쇼핑몰 동(12층), 엔터테인먼트 동(12층)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영업 중인 곳은 저층 별관격인 에비뉴엘 동, 쇼핑몰 동, 엔터테인먼트 동이다. 세 건물은 모두 공사 중인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동과는 20~80m 떨어져 지어진 별도 건물이다. 이 때문에 롯데 못지않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제2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상인들이다. 상인들은 “지하주차장과 매장 균열, 수족관 누수, 영화관 진동 등 롯데월드몰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사람으로 치면 옷에 난 흠집, 상처로 따지면 찰과상에 불과한데 123층 옆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골절상으로 오해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롯데가 즉각 오해를 풀지 못하는 사이 우후죽순 퍼진 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 측 역시 바닥 균열도 콘크리트의 건조 수축 과정, 온도 변화에 따른 수축과 팽창으로 발생한 비구조 부분의 균열이라 오해를 받을 근본 이유가 아님에도 123층 건물 옆이라는 이유로 건물이 ‘바닥 균열=건물 붕괴’라는 인식이 퍼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롯데 한 관계자는 “저층 별관 건물의 천장 균열도 하자 보수의 문제에 대한 대응 미숙으로 건물 구조의 문제로 크게 확대돼 언론을 타고 더욱 문제가있는 건물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에도 텅텅 빈 제2롯데월드 주차장
매출 감소로 상인들 이탈 조짐
서울시에 ‘주차장 사전예약제 철폐’ 탄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12월 안전 문제로 영화관과 수족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수족관 누수와 영화관 진동이 원인이었다. 집객 효과가 큰 두 시설물이 영업정지되면서, 인접한 코엑스몰이나 건너편 롯데백화점과 벌이고 있는 경쟁에 상당한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화관과 관련해서는 실리콘 틈새의 누수와 4D 영상을 실현하고자 설치한 스피커의 위치가 잘못돼 아래층 영사기에 영향을 줘 잠시 흔들렸던 해프닝이었지만, 건물에 진동이 왔다는 루머가 돌며 결국 영업정지를 면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후 개장 초기 10만명이던 일 평균 방문객이 지난 3월 약 5만8000명으로 약 44% 가까이 감소했다. 단지 전체 매출액도 오픈 직후인 2014년 11월 620억원대에서 올 2월 370억원대로 3개월여 만에 약 40%가 떨어졌다. 당초 약 6000명이던 전체 롯데월드몰 내 근무 인원도 5000명가량으로 약 1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롯데 측은 “영화관과 수족관의 영업정지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70% 이상이 중소업체로 구성된 입점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며 “이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난 2월 24일, 개장부터 현재까지 5개월 동안 100억원에 달하는 임대 수수료 감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한편 제2롯데월드 상인들은 지난 3월 영화관, 수족관 영업정지를 풀고 주차 예약제와 유료화를 취소해 달라는 탄원서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제2롯데월드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매장을 이용하더라도 10분에 1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2롯데월드 주차장은 주말에도 20% 미만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탄원서를 통해 “다른 판매 시설에선 볼 수 없는 주차요금 완전 유료화와 주차 예약제 등으로 초기부터 큰 적자 상태로 영업을 시작했다. 안전 문제로 잇단 구설에 올라 지난해 12월 영화관과 수족관의 영업이 중단됐고 가뜩이나 적은 매출은 또 반으로 줄었다”며 조속한 조처를 요구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지난 4월 6일 제2롯데월드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안전처에 제출한 검토 보고서(서울시 시민자문단 의견)에 따르면 서울시 시민자문단은 수족관 등 제2롯데월드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냈다.
이에 따라 4월 말 국민안전처의 결론까지 나오면 수족관, 영화관의 영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주차장 사전 예약제와 무료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2롯데월드 주차장 예약제·유료화를 규제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 잘라 말하고 “제2롯데월드 주차 예약제·유료화는 교통 혼잡 대책으로 롯데가 자발적으로 제시했고, 서울시는 이를 저층부 임시개장 승인 조건으로 넣은 것으로 상인들의 요구에 따라 좌지우지될 성격의 조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제2롯데월드몰에 입점한 한 상인은 “고객들이 주차 문제에 대한 불만을 점주에게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2롯데월드가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져 상인들의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주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제2롯데월드 집무실 이전
부정적인 여론 정면 돌파 의지 피력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자 창사 이후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안전 문제가 언론에 불거져 여론이 악화되자 조직개편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그동안의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문제 삼아 롯데월드몰과 월드타워를 총괄하는 경영진을 문책하고 새 사장으로 롯데마트를 이끌던 노병용 사장을 발령한 바 있다. 그리고 새로운 전문 분야의 임원들을 파견해 조직을 확대하고 홍보 파트도 강화했다. 또한 그룹 정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인원 부회장이 앞장서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 시행 주체인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중심의 프로젝트 관리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신격호 회장 집무실을 제2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며 안전 문제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은 롯데월드타워 114층에 마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114층은 108~114층의 개인 사무실(Private Office) 구역 가운데 최고층으로 상징성이 있다. 롯데 측은 우선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최고경영자가 먼저 입주해 안전성을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롯데 측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롯데정책본부도 제2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할 계획을 밝혔다. 이전 시기는 제2롯데월드의 123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7∼12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이 같은 계획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롯데월드타워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한국 건축사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안전 시공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제2롯데월드 경제적 파급효과는?한국의 마리나 베이 샌즈 될까
안전 논란, 교통 혼잡, 입점 상인들의 눈물 등 여러 가지 이슈를 뿌리며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제2롯데월드는 지금도 한창 공사 중이다. 완공을 1년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경제적 효과는 고용 창출 효과다. 롯데월드타워 단지는 완공 후에 약 2만명을 상시 고용하는 등 대규모 경제 유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천안시의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가 1만835개였던 것에 비춰보면, 롯데월드타워는 일자리 창출 규모로 봤을 때 중소도시 하나가 탄생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약 1000개의 브랜드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약 5000명에 달한다. 각 시설에 입점한 패션, 식음료 매장들이 상당 부분 중소기업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고, 송파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주춤한 롯데월드몰의 영업이 활성화되면, 매출에 의한 경제적 기여도도 높아질 것이다. 롯데월드몰의 생산 유발 효과 2조6천억원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7천800억원을 더해 약 3조4천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한국은행 2012년 산업연관표 中 도소매서비스 생산유발 계수 및 부가가치 계수 기준 산정)
뜨는 송파구 자산가치 상승,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
롯데월드타워는 완공 시점인 2016년,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163층, 828m)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될 예정이다. 롯데월드몰·타워 건립으로 서울 송파구 및 잠실 지역 또한 도시 경쟁력 향상과 함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 여러 유명 도시의 경우 초고층 빌딩 도입과 함께 관광객 유치 증가 효과를 누린 사례가 많다. 먼저 대만의 경우, 타이페이 101(Taipei 101)이 오픈한 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완공 전인 2003년 225만명에 그쳤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타이페이 101 오픈(2004년) 4년 후인 2008년에는 385만명에 달해 7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는 1998년에 완공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s)가 있다. 200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으로 기록됐던 페트로나스 타워는 오픈한 후 4년 뒤 말레이시아의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139%나 증가했다. 롯데 측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는 제2롯데월드는 연간 250만명의 해외관광객을 유치(롯데월드 어드벤처 포함)해 연간 약 3천억원의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초고층 랜드마크에 버금가는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월드몰·타워가 들어서는 잠실 지역도 후광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 부동산 자산가치의 상승, 그리고 송파구의 네임밸류(Name Value) 제고 등 부가적인 시너지 창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