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onics]LG전자 중국시장에서 뼈아픈 고전…야심작 옵티머스G, 중국 판매 늦어지는 이유
입력 : 2012.11.12 11:19:11
수정 : 2012.11.28 11:32:29
지난 10월 1일 LG전자는 ‘구본준 호’ 출항 2주년을 맞았다. 2010년 9월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남용 부회장이 부진한 경영실적을 이유로 물러나고 구본준 부회장이 ‘소방수’로 등판했다.
독한 체질개선을 외치고 혁신을 강조한 결과 국내 경영성과는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 3·4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던 매출은 작년 3분기를 제외하고 올 상반기까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한때 ‘텃밭’으로 불렸던 중국시장에서 LG전자입지는 급격한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이 중국시장에 쏟아 부은 노력이 남다르기에 이러한 LG전자의 중국 내 입지의 축소는 뼈아프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래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해 현지사정을 점거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중국은 단순한 생산거점이 아닌 한국과 동반 성장해야 할 중요한 전략시장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현지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중국법인과 생산시설 등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점검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시련을 거듭하고 있다.
점유율 ‘추락’ 중국 언론 ‘뭇매’에 두 번 울어
1993년 처음 중국시장에 발을 내디딘 LG전자는 중국시장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10년 전인 2002년 12월 LG전자는 베이징에 한국기업 최초로 종합 R&D센터를 설립했다. 생산·마케팅·인재에 이어 R&D 현지화로 현지완결형 사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LG전자의 중국시장 공략이었다. 사스 공포가 중국을 휘감던 2003년에는 소독 마스크를 배포하며 캠페인을 펼쳐 현지기업화의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노력은 한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거두며 상당한 기간 동안 중국 내 가전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진출한 지 3년이 지난 1996년 LG에어컨은 3위권에 진입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때 정점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진출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2010년 중국시장에서 LG전자의 에어컨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 0.21%, 매출액 기준 0.32% 수준으로 1%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점유율 순위 또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TV시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리서치 전문 기업인 중이캉(中怡康)은 7월 말 기준 LG전자 TV의 시장점유율이 1.7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주력상품인 TV분야의 부진은 중국 내 LG전자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 내수경기 부진으로 1%대로 점유율이 주춤하긴 했으나 8월 들어 3%대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라이벌 업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역시 에어컨과 TV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괴리감은 크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의하면 지난 1분기 기준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6%로 1위를 차지했고 HTC(14.7%) 노키아(13.3%) 모토로라(9.9%) 애플 (7.1%) 순이었다. 반면 LG전자는 화웨이와 화이주, 샤오미 등 중국 현지 업체들에 밀려 13위에 그쳤다.
한편 ‘울고 싶은’ LG전자는 최근 중국 현지 언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LG전자 중국 현지법인 직원이 인터넷에 게재한 글에서 발단됐다.
LG전자 중국 현지법인의 전자상무부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 9월 4일 블로그에 ‘현재 중국 내 유포되는 LG전자에 대한 비판은 날조된 것으로 기업에 접근해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LG전자에 대한 위기론이나 비판을 ‘음모’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 내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현지 언론들은 LG전자가 그동안 잃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며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사건이 커지자 A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으나 LG전자를 비판하는 여론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품질관리 소홀·현지화 실패 ‘자승자박’
중국시장에서 LG전자가 추락한 원인은 여러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현지 기업들의 저가공세에 밀린 것은 물론 지속적인 현지화 작업으로 품질관리에도 이상이 생긴 것이다. 또한 A/S 등 사후관리에도 소홀해지며 중국 소비자들이 하나 둘 등을 돌리게 된 것이다.
LG전자가 중국에서 추락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2006년 일어난 ‘리퍼조작 사건’을 지목한다. 당시 LG전자는 중고 에어컨을 새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상하이의 한 LG전자 A/S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투서로 밝혀지면서 기업이미지는 물론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LG전자 측은 일부 A/S센터에서 일부 문제 제품에 대해 수리과정을 거쳐 포장만 다시한 후 판매한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기업이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판 여론은 상당기간 지속됐고 LG전자의 판매율은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0년에는 중국 정부가 중소도시의 가전 소비 촉진을 위해 실시한 ‘가전하향(家電下鄕)’ 대상 목록에서 LG에어컨이 빠지며 중국시장 점유율은 1%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됐다.
최근에는 TV판매에 있어서 품질관리에 ‘적신호’가 들어오기도 했다. 중국 정부기관에서 실시한 TV품질검사에서 LG전자의 제품만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LG전자 평판TV(모델명 42LW5500-CA)로 올 8월 중국 천진시 공상행정관리국이 실시한 품질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공상행정관리국은 시장 감독 관리와 행정업무 등을 주관하는 국무원소속 중앙부서로 제품 품질과 규격 등의 검사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이번 검사는 베이징, 상하이, 천진 등 주요 7개 성시에서 생산된 평판TV 10종류를 대상으로 불량화소, 해상도 등 19개 부문으로 시행됐다.
LG전자의 평판TV는 이 가운데 유일하게 불합격 판정을 받아 내세우던 우수한 품질에 의심을 받게 됐다.
LG전자 측은 “해당 제품은 지난해 이미 단종된 제품이고 판매 중지가 아닌 검사 결과에 대한 통보만 한 상태”라며 “해당 모델이 중국 내에서만 생산·판매되는 제품으로 국내 판매 모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가뜩이나 점유율 1%대로 떨어질 만큼 떨어진 LG전자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TV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TV사업에서의 부진은 중국 현지기업들의 성장에도 원인이 있다.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TV 브랜드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상반기 30% 후반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은 올 8월 말 독일 베를린 IFA 2012에서 “중국 업체들이 너무 빨리 따라오고 있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LG와 삼성이 있어 한국이 계속 시장을 리드해 가겠지만 조만간 격차가 좁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제 중국기업들이 삼성이나 LG의 최신형 TV와 같은 수준의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기술격차는 줄어들었고 디자인에 있어서는 3개월이면 족하다. 우리나라 업체에 비해 가격이 40% 이상 저렴한 중국 제품들은 이미 중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정부의 후방지원도 한몫했다. 중국 TV업체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각 지역별로 TV 구매 대금 일부를 지원해주는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TCL, 하이센스, 스카이워쓰, 창홍, 콩카 등 5대 TV업체는 이를 계기로 각각 중국 내 1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휴대전화 시장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LG의 위상은 갈수록 빛을 잃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현지 기업들에 추격당하며 갈수록 점유율이 줄고 있어 명맥만을 유지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LG전자의 연간판매량은 2010년 710만대에서 2011년 410만대로 감소했고 올해는 150만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이렇게 중국 내 입지가 줄어들자 LG전자가 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현지화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인재의 현지화’ ‘생산의 현지화’ ‘마케팅의 현지화’ ‘연구·개발(R&D)의 현지화’라는 4대 현지화 전략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 중국법인 직원은 99% 현지인으로 채웠고 중국 소재 기업에서 부품을 사들였다.
그러나 그 결과 품질관리에 이상이 생겨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에 밀리게 된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LG전자는 현지화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며 “일정정도의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취할 수 있었으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퇴색됐고 현지 저가브랜드에도 치여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처해 스스로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공략을 통해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자신감 회복 기대
(위) LG전자가 올해 3월 베이징 케리호텔에서 현지 거래선, 언론 및 LG전자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2년 LG전자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했다.
(아래)중국 난징에 위치한 LG전자의 TV 공장 생산라인에서 현지 직원들이 패널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시장에서 힘겨운 날개 짓을 하며 버티고 있는 LG전자에 올 9월 국내에 출시된 옵티머스G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LTE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 있어서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터라 성장세가 중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옵티머스G’는 사실 LG그룹차원에서 스마트폰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나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과거를 지우기 위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달라붙어 탄생한 제품이 바로 옵티머스G다.
출시 전부터 성능 면에서 갤럭시S3와 아이폰5에 비견될 정도의 제품이기에 업계는 옵티머스G가 중국시장에서 히트한다면 LG전자가 삼성과 LG를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옵티머스G의 중국 출시는 불투명하다. 지난 9월 옵티머스G는 국내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를 순차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지만 중국에만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옵티머스G를 중국에 선보일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올해 안에 판매에 돌입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중국 내 입지가 줄어들어 자신감을 지나치게 상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상품이 실패로 돌아갈 것에 대한 조바심에 출시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갤럭시S3를 중국에서 선보이고 최근 정부인증 친환경 휴대전화 1호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애플역시 중국에 연내 아이폰5를 출시하기 위해 판매를 위한 품질인증 절차를 마쳤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어려운 시장상황과 주목된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어떤 타개책을 들고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