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새로운 재보험사가 등장해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인가.
코리안리가 이끄는 국내 재보험시장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전업 재보험사로 국내 시장점유율 65%를 보이고 있는 코리안리의 아성을 넘보는 새로운 개념의 재보험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재보험은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등과 맺은 계약을 관리할 목적으로 보험사에 다시 계약을 맺는 것으로 ‘보험사를 위한 보험계약’을 뜻한다. 업계에선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출재, 재보험 가입을 받는 것을 수재라고 한다.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다. 삼성화재, LIG손해보험처럼 일반 고객 대상의 영업을 하던 소위 원수보험사가 재보험사를 설립하는 경향이 하나, 코리안리와 같은 성격의 전업 재보험사를 또 하나 만들어보겠다는 움직임이 또 하나다. 이들이 추진하는 대로 새 재보험사가 문을 연다면 코리안리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누가 추진하나?
표면적으로 원수보험사들의 재보험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감지된다. 지난 8월 삼성화재는 공시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싱가포르 소재 해외사무소를 재보험사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초 올해 경영계획에 포함된 사항이지만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였기에 이번 발표는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삼성화재가 추진하는 재보험사는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싱가포르에서 설립되며 예상 투자금액은 약 600억원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금융당국의 인가가 마무리되는 대로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예비인가와 최종인가를 획득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이란 게 삼성화재의 복안이다.
그에 앞서 현대해상은 일본 이토추 그룹 소속의 코스모스 서비스와 공동으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 역시 재보험사로 삼성화재보다 일찍 싱가포르 금융청 본인가까지 획득했다. 자본 규모는 100만 달러, 현대해상의 지분율은 49%다. LIG손해보험 역시 재보험 관련 산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수보험사들이 왜 재보험사를 잇따라 차릴까. 전문가들은 국외 진출 시 원수보험사로서의 정보 획득의 한계가 있는데 이를 넘어서려는 의도가 가장 크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국외 재보험사를 국내 영업으로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코리안리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수보험사가 국외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이것 역시 담보력 등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국내에서 영업을 하려고 해도 다른 원수보험사가 이들의 고객이 되어줄리 만무하기 때문에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삼성화재의 재보험사가 국내에서 아무리 영업을 한다고 해도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경쟁사들이 삼성화재의 재보험사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화재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지만 국내에서 영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회사 내부에서도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정작 코리안리가 두려워하는 건 코리안리와 비슷한 영업 형태를 보일 전업계 재보험사의 설립이다. 당장 시장에선 제2호 전업계 재보험사 설립 추진 움직임만 나와도 코리안리의 시장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식을 팔고 있다. 그 탓에 견실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코리안리의 주가는 소문만 나오면 떨어지는 모양새를 그렸다.
전문가들과 함께 코리안리의 주가 움직임, 당시 뉴스 등을 종합해본 결과 2002년 이후 전업계 재보험사 설립 움직임은 총 4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동부화재 출신 김모 씨가 주도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이와 관련, 돈을 대겠다고 나선 금융회사들의 이름도 여러 곳 거론된다.
기자가 파악한 업체만 해도 과거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노무라증권, 산업은행, KB국민금융지주 계열사,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국외의 워버그핀커스, 그린버그 등이 있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단독으로 재보험사 설립을 검토하거나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이 번번이 모이지 않았고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는 식의 논리로 설립 막판에 부결되는 등 내홍이 적잖았다”라고 전했다.
신규 재보험사 설립 추진하는 이유는
이런 전례에도 불구, 신규 재보험사를 또다시 추진하는 진영이 생겼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한차례 재보험사를 추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꾸려졌다. 변호사는 물론 PEF 출신 등이 뭉쳤으며 국내외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이곳저곳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모 PEF 대표는 “최근 재보험사 설립 제안서를 받아 살펴보니 전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면밀히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어떤 점이 PEF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코리안리가 세계 11위 재보험사로 성장했다지만 여전히 약점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지난 5년간(2006 회계연도~2010 회계연도) 한국의 재보험 국외수지 적자 누계는 2조6204억원으로 연평균 5000억원대의 손실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2010 회계연도에서만 놓고 봐도 4431억원 적자다.
계산은 이렇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외 보험사가 코리안리와 같은 국내 재보험사에 지불한 보험료 총액이 국내 재보험사가 해외 보험사에 지불한 보험금의 총액보다 3318억원 많다. 즉 흑자란 말이다. 반면 삼성화재 같은 국내 보험사가 국외 재보험에 가입하면서 발생한 국외수지 적자는 774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여러 이유로 국내 재보험만 가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코리안리가 뭔가 부족하니까 국외 재보험사를 이용하는 것’이란 논리를 대면 문제는 달라진다. 금감원은 이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전업재보험사가 담보력을 확충해 국내뿐 아니라 국외 우량물건을 수재해야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선수금환급보증금(RG)보험의 부실 출재로 거액의 재보험금 미회수 사고가 벌어진 이후 해외로 출재하는 관행도 적자 누적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원수보험사들은 그밖에도 ‘코리안리의 국외 경쟁력이 부족하고 자료 축적량도 적어 큰 물건을 믿고 맡기기 힘들다’라고 털어놓는다. 제2호 재보험사가 파고들려고 하는 곳도 이 부분이다.
“저희가 처음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 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기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본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테지요. 대신 로이즈, 스위스리 등 탄탄한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잖아요. 이들과 제휴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을 펼칠 겁니다. 코리안리는 기술보험, 원자력보험, 항공우주보험 등의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거든요. 이 부분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을 겁니다. UAE와 원전 수주를 해도 우리나라 재보험회사가 가져가는 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신규 재보험사가 이를 받아 안는 거죠. 외국계 재보험사 지분은 소액이나마 유치하고 자연스레 재보험 노하우를 확보한 다음 출자금은 국내 PEF(사모펀드) 혹은 대기업 자금을 유치할 겁니다. 덩치도 내실도 둘 다 갖추게 되는 거죠.”
성사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국내 출재 물건을 코리안리가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재보험사 설립은 의미가 있습니다. 당연한 경쟁시장체제가 참여 주체들에게 가격, 거래관계의 소비자 효용을 증대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자본 규모 대비 성장이 미약한 국내 보험산업 성장에도 일조할 것입니다.”
신승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업계에서 지극히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다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당장 코리안리가 발끈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767억원을 올렸는데 보험영업에서는 오히려 2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흑자 비결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따른 투자수익(투자수익률 5.9%)과 수익성에 기초한 해외영업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다. 제2재보험사가 설립되더라도 재보험 부문에서 이익을 내기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애널리스트 B도 “재보험 시장은 관계 영업(relationship marketing)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업체와 거래한다는 말이다. 신설 재보험사에겐 계약 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코리안리가 건드리지 않는 비교적 고위험 상품군에 손을 대게 될 것인데 이때 쓰나미처럼 큰 사고가 한번 났을 경우 헤어날 방법이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신설 재보험사의 사업 초기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비율이 11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본다. 손해율은 고객들에게서 거둬들인 총 보험료 수입 중 사고 등으로 보험금이 지출된 비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늘어나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는데 이럴 경우 손해율은 오르게 돼 있다. 사업비율은 영업 수수료 등 각종 판매관리비로 들어간 비용을 총 보험료 수입으로 나눠 산출한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으면 영업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자본을 처음부터 넉넉하게 모아올 수 있을 지에도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업계에서 왜 자본규모를 문제 삼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담보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3000억원이라고 할지라도 3000억원짜리 배 한 척에 대한 재보험금으로 10%인 300억원의 위험에 대해 수재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추가로 배 9척만 수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초반에 치고 나가려면 자본을 많이 모아야 하고 그러려면 수익률이 높아야 하는데 업계에 알려진 수익률은 높아봐야 2%가 고작이다. 이런 수익률을 두고 어느 투자자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것인지 ‘난센스’란 시각이 많다.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코리안리가 신규 재보험사가 문을 열자마자 마진율을 1%대로 낮춰버리면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재보험은 원보험 시장의 3% 정도인 작은 시장이다. 현재까지의 신규 재보험사 설립 시도들이 실패한 근본 이유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업력 역시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재보험사는 신용등급이 상당히 중요하다. 신생업체의 경우 아무리 재무상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신용등급을 높게 받기는 쉽지 않다. 통상 신용등급은 5년 이상 그것도 큰 손실 없이 보험영업을 잘했을 때 A- 정도의 등급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2재보험사를 추진하는 진영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라며 “코리안리가 자랑하는 자산운용부문 역시 이보다 더욱 우수한 인력을 통해 수익률을 높인다면 그때 가서는 또 뭐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응수한다.
세계 재보험시장 뮌헨리, 스위스리가 양분
스위스리 본사
세계 재보험사의 판도는 어떨까. 이를 잘 알 수 있는 자료로 S&P가 발표하는 ‘Global Reinsurance Highlights 2010 Edition’을 꼽는다. 지난해 발표한 2009 회계연도 세계 재보험사 순위(보유보험료 기준)를 보면 재보험사들의 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참고로 보유보험료는 재보험사가 인수한 전체 재보험계약 중 재재보험을 통해 다른 재보험사에게 위험을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위험을 보유하는 부분을 뜻한다.
세계 재보험시장 규모(2009년 상위 40개사 기준)는 보유보험료 기준 1597억 달러(약 1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독일의 뮌헨리(Munich Re)와 스위스의 스위스리(Swiss Re)가 3년 연속 1, 2위를 기록한 가운데 상위 6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63.0%에 달한다. 특히 대형 업체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2% 증가하는 등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뮌헨리의 선전은 눈길을 끈다. 뮌헨리는 독일계 회사로 1880년 직원 4명으로 시작했다. 창업자 본 디메(Von Thieme)의 목표는 재보험의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보험사의 독자적인 경영을 가능케 하는 데 있었다. 이런 이념은 현재까지 이어졌고 세계 1위의 재보험사로 등극할 수 있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세계 제2차 대전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뮌헨리에겐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계 1위 재보험사로 등극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재보험 60%, 원수보험 40%의 사업모델을 갖춘 회사로 변모했다. 한국에는 2001년 진출했으며 원수보험 부문에서는 2008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다음 다이렉트보험을 인수, 에르고다이렉트란 이름으로 한국 고객에 다가가고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뮌헨리의 최대주주이며 스위스리의 5대 주주다.
업계 2위 스위스리는 1863년 12월19일에 창업했으며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가 있다. 1913년부터 아시아 지역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홍콩,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시드니, 뭄바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인도의 방갈로어에 업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1996년 현지사무소(Rep Office) 형태로 진출한 후 2002년 한국 지점을 인가 받았다. 스위스리의 최대주주는 미국 거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며 뮌헨리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업계 3위 하노버리는 1966년 ‘Aktiengesellschaft fur Transport und Ruckversicherung(운송과 재보험 회사)’라는 이름으로 독일에서 창업했다. 총 수입 보험료가 13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 재보험사다. 다양한 종류의 재보험 상품을 취급하며 150개국 5000개 업체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 100개 계열사와 20개국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약 2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손해보험, 생명보험, 금융보험, 특종보험 등 4개 사업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최대주주는 Talanx로 독일 3위 보험사다. 세계 150여 개국에서 보험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2009년 수입보험료는 226억 유로에 달한다.
코리안리, 꾸준한 상승세
1~3위가 유럽 재보험사로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60%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코리안리가 1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그밖에 아시아권은 인도 GIC가 16위, 일본 Toa Re가 2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코리안리의 상승세다. 2009년 기준 코리안리는 11위인데 이는 전년보다 2계단 상승한 수치다. 코리안리는 보유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32위(1998), 30위(2002), 20위(2004), 15위(2005), 13위(2006), 12위(2007), 13위(2008) 등 꾸준히 세계 순위를 경신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아시아 1위를 기록 중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신상품 개발과 서비스 강화를 통해 국내시장 기반을 강화하고 아시아시장 위주의 해외수재 증대로 수입보험료가 늘고 있다”며 “지난 회계연도 790억원의 당기순이익 시현 등 양과 질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이 순위 상승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리안리는 A.M.Best사의 수재보험료 기준 순위에서 12위를 기록 중인데 2010 회계연도 수재보험료 목표 4조6874억원을 달성할 경우 이 부문에서도 내년 세계 10위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체 간 인수합병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업계 6위 업체 SCOR(프랑스)가 세계 13위 업체 AEGON그룹 소속의 트란사메리카리(Transamerica Re)의 인수합병을 올해 8월 최종 결정지어 업계 순위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가는 9억1250만 달러, 한화로 약 1조원이다. 이렇게 되면 스코르는 영국의 로이즈(Lloyd’s)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더불어 자연재해 등으로 상위 업체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순위는 또 바뀔 것이란 의견도 비등하다. 2010 회계연도에는 유난히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가 많았다. 이로 인해 총 보험손해액이 6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칠레·뉴질랜드·일본 지진 등으로 8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사람으로 인한 사고, 즉 인재 역시 보험업계를 긴장시킨다. 멕시코만 석유시추시설 폭발 사고가 대표적인데 보험손해액만 35억 달러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뮌헨리(Munich Re), 스위스리(Swiss Re) 등 주요 재보험사들도 20억 달러 이상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담보력 소진으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피해액이 적은 코리안리에겐 순위 상승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 국내 재보험시장 현황은? 코리안리가 65% ‘압도적’ 점유
국내 재보험 시장 규모는 14조4888억원(2010년 거래규모 기준)에 달한다. 이중 코리안리는 6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15년 전 국내 시장 자유화 이후 완전 자율 경쟁 체제가 됐음에도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외 업체들 역시 속속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뮌헨리(Munich Re), 스위스리(Swiss Re), 하노버리(Hannover Re), 프랑스 재보험사 스코르(Scor) 등 8개의 외국계 재보험사가 들어와 있다. 더불어 Marsh, AON, Willis 등 18개 중개업체 역시 재보험 관련 업무를 국내에서 수행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출재가 수재보다 2조1000억원 가량 많다는 것. 특히 국외 수지는 4431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내보다 국외로 출재하는 관행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 재보험사 설립 어떻게 하나
보험업법 제2장 제4조 1항 2호에 따르면 주식회사, 상호회사와 외국 보험회사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재보험사 설립이 가능하다. 외국 보험회사의 국내 지점 역시 보험회사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제2 신생 재보험사의 경우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