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물 경제 부진한데 증시·부동산 강세
돈의 힘 의존한 자산 가격 상승 지나칠 땐 거품 될 수도
코로나19 창궐에 경제가 질식 상태다. 질병 통제와 경제 활성화는 상반관계다. 대부분 경제활동이 치명타를 맞았다. 실물 경제는 침체에서 허덕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4.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에도 성장세가 더딜 한국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1.9%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내수보다는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주도형 경제다.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플러스 2.9%이지만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한국 경제 체질은 점점 약해진다. 금융연구원이 경고장을 날렸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추락해 13년 뒤 마이너스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기술 등 경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물가상승과 같은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를 뜻한다. 금융연은 현재 2.5% 전후인 잠재성장률이 2030년 1%를 밑돌고, 비관적인 경우 2033년 마이너스로 급락한 뒤 2045년엔 마이너스 0.56%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으로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양면성을 드러낸다. 실물 경제가 죽을 쒀도 주식과 부동산, 주식, 금,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자산 가격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폭락 이후 급반등, 2400선을 넘나든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00% 이상 올라 세계 최고 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정부의 23차례 초강력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폭등,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실물과 자산 가격 간 디커플링(decoupling·괴리현상)이 심해진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30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의 힘이 거품을 키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과 통화공급 확대라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 가계에 현금을 지급하고 상실된 임금을 보조한다. 중기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자영업자에겐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다. 재정적자 급증에 국가 신인도가 추락할 판이다. 초저금리 기조는 2023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자산 시장에는 경제위기가 되레 호재다. 시장 참여자들이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실물 자산과 주식을 사들인다. 주식 시장에서는 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인 밸류에이션이 치솟는다. 기업 실적은 부진한데 유가증권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머지않아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기업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희망한다. 비대면 경제활동이 확산하며 증시에서는 바이오, 전지, IT, 게임 등 BBIG 종목과 플랫폼 비즈니스 등 성장주가 급등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주도 각광받는 테마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머지않아 진정되리라는 낙관론에 항공, 여행, 의류, 유통 등 글로벌 경제봉쇄 조치로 피해가 컸던 분야의 종목이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실적 호전 가치주, 배당주로 순환매가 전개된다.
세 번째, 개인의 투자행동이 달라졌다. 상반기에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졌다.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들도 대거 등장했다. 빚내서 주식을 사거나(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아파트를 사는 20, 30대가 급증한다. ‘패닉바잉’으로 표현되는 광적인 투자의 저변에는 청년들의 절박한 심리현상이 작용한다. 최악의 고용 악화로 상실감에 빠진 젊은층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돈을 벌 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하지만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2, 3차 재확산 우려 속에 장세 변동성이 커진다. 경제가 침체에 다시 빠지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다. 게다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세계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실물과 자산 가격 괴리는 오래갈 수 없다. 빚으로 커진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고 만다. 실물 경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때다. 투자자의 현명한 대응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