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여행가가 말했다는 ‘생사봉도(生死逢道)’가 있다. 생(生)과 사(死)를 길 위에서 만난다는 뜻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통학(중학교)하느라 밤에 칠흑 같은 시골 산길(4㎞ 정도)을 혼자 걸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늦은 밤에 까딱하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기도 하였다. 산골에서 태어난 죄로 소싯적 담력은 키워졌는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요즘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장세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느낌이다. 특히 발생지인 우한(武漢)시 거리를 활보하려면 생사봉도, 그 자체라 하겠다. 오늘도 후베이성(湖北省)에 하루 사망자가 242명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 손 소독제뿐만 아니라 생필품도 부족하고 이동차량도 통제받아서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우한시민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담벼락을 걷는 느낌이리라. 생사의 안위(安危)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가할 태세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우리가 살면서 일이 안 풀리고 불운이 지속될 때는 타개책(打開策)으로 사는 장소(場所)를 바꾸는 것, 버릇(習慣)을 고치는 것, 인간관계(人間關契)를 바꾸고 교류(交流)의 폭을 넓히는 것 등이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팔자(八字)를 바꾸려면 걸음걸이(步), 말씨(言), 음식(食)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있다. 위에서 사는 장소를 바꾸라고 언급했듯이 이는 풍수(風水)를 더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닐까. ‘생(生)과 사(死)를 풍수에서 만난다’라고 하면 다소 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감히 주장하고자 한다.
풍수이론의 원천인 천지인(天地人)에서 우선 땅(地)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사람이 어떤 땅에 오랜 세월동안 머무르면 그 땅의 성질에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그 영향으로 인간 기질(氣質)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환경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방색(地方色)이라는 것도 있다. 우리 민족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살았던 장소에 의해 기질(氣質)이 크게 달라졌다. 그래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람 고유의 특징이 존재하는 것이다. 땅이 만물에 작용하는 힘은 지대(至大)하다.’
김승호, <사는 곳이 운명이다> 中
사람의 성향은 관상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간다. 예를 들어 눈이 크면 표현력이 좋고, 코가 튼실하면 재복이 있다고 한다. 턱이 좋으면 추진력이 좋고, 입이 큰 사람은 대체로 통이 크다고 분석한다. 또한 삼정(三停, 얼굴 상중하)의 균형이 맞아야 하며, 오악(五岳, 이마·코·턱·양 관골)이 크기와 균형이 좋아야 하고 사독(四瀆, 눈·코·귀·입)은 물이 흐르는 곳을 의미하는데 늘 윤택하고 기색이 좋아야 한다. 재백궁(財帛宮, 코)으로 재물운을 보며 천이궁(遷移宮, 눈썹 위)은 자리가 높아져 옮겨 다니는 것 등을 보며 관록궁(官綠宮, 이마 가운데)은 직장·직업 운을 보며 명궁(命宮, 눈썹 사이)은 행운이 들어오는 자리라고 한다. 과거에 시집 못 간 노처녀가 명궁이 밝아지더니 바로 결혼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명리학에서는 사주 여덟 글자를 분석하여 그 당사자의 격(格)과 상생(相生), 상극(相剋)을 따지고 합(合), 형(形), 살(殺), 충(沖), 해(害)가 어떤 것인지 따져서 그 사람의 성향을 종합 분석한다. 양월(陽月, 음력 1·2·3·4·5·6월) 출생은 활달하고 음월(陰月, 음력 7·8·9·10·11·12월) 출생은 음적이고 내향적으로 본다. 사주가 식재(食傷, 財星)로 흐르면 승부욕이 있고 활동적이며 관인(官星, 印星)으로 흐르면 대체로 사업보다는 학자나 공직에 맞는다고 분석한다.
풍수 분석 차원에서 본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의 지세의 영향을 알아보면 또 다른 기질을 찾을 수 있다. 필자처럼 산악지방 출신은 대체로 보수적이고 부산, 마산, 여수 등 바닷가 출신들은 개방적인 사람이 많다. 살아가면서 나 자신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느낀 바 있다. 위 인용한 저자 김승호 선생은 ‘사는 곳을 보면 운명이 보인다’ 라고 하며 인간의 운명은 그 땅의 성질을 닮아가며 하늘의 조화는 땅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또는 ‘집안만 제대로 가꿔도 인생이 바뀐다’고 하면서 영혼을 보호하지 못하는 집은 흉한 집이라 했고 제대로 된 집이 없다면 집안을 제대로 가꾸라고 했다.
우리 인생은 아는 만큼 등급이 매겨지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바버리 스트로치(Barbara Strauch)가 저술한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에서 뇌의 인지적비축분(認知的備蓄分, 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인지하고 아는 것과 쌓는 것이 클수록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풍수 인지비축분이 클수록 생(生)의 길로 가며, 행복의 길, 부자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풍수에서 사(死)가 아닌 생(生)의 길로 가고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지난 편에서 많이 언급했던 건물과 집터 위치와 주변형상, 거실·안방 등의 위치, 방향, 색상, 건물의 외형, 주변도로, 수로(水路)의 형상과 기울기, 풍수인테리어, 각종 비보(裨補)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필자가 만든 조어(造語), ‘생사봉풍수(生死逢風水, 생과 사를 풍수에서 만나다)’에 신경을 쓰고 생활화하면 좋은 길이 많으리라 확신한다. 큰 결정이 필요 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과(過)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풍수는 생사(生死)를 가를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 늘 생활화하고 습관화하자. 주변 지인이 어떤 동네에 살면서 사업도 안 풀리고 건강도 늘 안 좋았는데 풍수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업이 승승장구(乘勝長驅)하고 건강도 차츰 좋아졌다는 사례가 다수 있다. 늘 풍수를 생활화하는 습관은 돈 되는 풍수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연초를 맞아 풍수를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참고로 명리에서는 입춘(立春 2월 4일)이 지난날부터 새해로 간주해준다. 상서(祥瑞)로운 곳에 머물러야 운이 좋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는 아파트 가격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최소한 편안한 공간과 위험한 공간은 판별하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 운명을 위해(危害)하는 집이 아니라 이익을 주는 집이나 공간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