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증여세와 상속세가 전체 국세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증여세와 상속세는 다른 어떤 세목보다 보수적인 정치이념과 진보적인 정치이념이 예민하게 대립하는 세금이다. 예컨대 대자산가의 부의 편법승계 또는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성이 사회적인 이슈가 될 때 흔히 증여세와 상속세가 언론을 장식한다. 이는 현대국가에서 증여세와 상속세가 소득재분배와 사회통합이라는 정치적 기능을 상징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증여방법은 타인에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을 대가를 받지 않고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개인 간의 증여는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세관청이나 외부에서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자산을 무상으로 넘겨주는 행위는 과세실무상 비교적 쉽게 밝혀지는 편이다. 증여세를 적게 부담하거나 부담하지 않고 경제적인 부를 세습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변칙적인 거래를 고안하였다. 이러한 변칙증여 중 가장 진화한 형태가 기여에 의한 증여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어느 비상장법인이 수년 내에 상장할 것이라는 기업경영에 관한 미공표 내부정보를 제공하면서 주식취득자금을 증여하였는데, 5년 내에 실제로 자녀가 주식을 취득한 해당 비상장법인이 상장한 경우, 과세관청은 주식취득자금 증여 시에 자녀에게 원칙적으로 그 취득자금에 관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 경우 주식을 취득한 자녀는 결과적으로 취득자금에 대한 증여세만 납부하고 상당한 가치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인 부를 물려줄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무상으로 이전한 취득자금이 아니라 자녀가 상장이 예정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법은 2004년부터 전통적인 증여의 개념을 확장하여 자산의 직간접적인 무상이전뿐만 아니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증여도 포함함으로써 이른바 완전포괄주의 증여 개념을 채택하였다. 상속증여세법이 기여에 의한 증여 개념을 구체화한 대표적인 규정은 재산취득 후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조항(제42조의 3)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로 보아 자력으로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가 부모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거나 미공표 정보를 제공받아 그 정보와 관련된 재산을 유상으로 취득하였는데, 취득 후 5년 내에 개발 사업의 시행, 형질변경, 사업 인허가 등의 재산가치 증가사유로 인하여 위 취득재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 이익증가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자산을 무상이전하는 증여방법은 증여행위와 수증자의 이익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증여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증여이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증여세 법률관계가 비교적 간명하다. 그러나 기여에 의한 증여는 기여의 개념 또는 증여행위(기여)와 수증자의 이익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해당 재산을 취득한 후 증가한 이익이 기여로 인한 것과 다른 사유로 인한 것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칙증여의 대책으로 들여온 제도이지만 그 적용범위의 결정이 간단치 않고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의 분쟁이 흔하다.
최근 세무조사나 법원의 판결 사례에서 가장 많이 문제된 관련 사례를 보자.
A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부친 갑은 다른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30대 아들 을에게 아파트 분양 사업을 시행하다가 실패한 B시행사의 주식을 취득하도록 했다. 그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A건설회사 임직원이었던 자가 B시행사의 대표이사 및 직원으로 근무하였고, A건설회사는 시공사로서 B시행사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 위에 아파트를 건축하고 분양도 주도하여 아파트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B시행사는 위 아파트 개발 사업에 따른 이익을 얻었고 나아가 B시행사의 주식가치는 을이 당초 취득한 당시보다 폭등함으로써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이에 과세관청은 을이 아파트 개발 사업을 자력으로 수행할 능력이 없는데, 갑이 특수관계인인 을에게 미공표 내부정보를 제공하여 을이 그 미공표 정보와 관련된 B시행사 주식을 취득하였고, 을은 개발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B시행사 주식의 가치가 증가하였다는 이유로 위 주식가치 증가이익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건설회사와 건설회사의 지배주주들이 설립한 시행사가 개발 사업을 수행한 경우 거의 대부분 증여세가 문제되었다.
원래 상속증여세법에서 정한 기여에 의한 증여 유형 중 재산취득 후 재산가치 증가이익에 대한 증여의제는 수증자가 취득한 재산이 개발 사업이 시행되는 부동산 그 자체를 상정한 것이고 그 부동산의 가치증가 이익을 개발 사업 시행(재산가치 증가사유)으로 인하여 발생한 증여이익으로 보아 과세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세실무에서 문제된 위 건설회사 사례는 수증자가 개발 사업이 시행되는 부동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부동산을 소유한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또한 개발 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은 부동산의 가치증가이익이 아니라 위 부동산을 소유한 B시행사의 주식가치 상승분이다. 달리 설명하면, 개발 사업의 시행이라는 재산가치 증가사유로 인하여 개발 사업 대상 부동산의 가치증가이익이 직접 귀속되는 곳은 B시행사이고 그 결과 B시행사의 주식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결국 과세관청은 개발 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간접적인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일부 하급심 판결은 납세자의 청구를 기각하고, 일부 하급심 판결은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 현재 대법원은 위 사례에 대하여 심리를 진행 중인데, 판결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