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에서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류현진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방어율 1위, 다승 2위를 기록하며 올스타전의 선발투수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리그 내 최우수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손흥민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창단 1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축구클럽 토트넘 핫스퍼스의 간판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팬들은 국내외의 경제적, 외교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러한 운동선수들의 활약상을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럽게 여기고 큰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 세법은 이러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납세의무자로 취급해야 할까? 해외의 큰 무대에서 뛰는 직업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국내리그에서 뛰는 운동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다. 이러한 운동선수들이 해외에서 번 소득에 대하여 국내에 소득세를 신고납부할 의무가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열광하는 경기 결과와 달리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특히 직업 운동선수들이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가들도 자국 내에서 많은 소득을 벌고 있는 외국 국적의 운동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은 세금을 부과하려는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법은 납세의무자를 국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거주지를 기준으로 달리 취급한다. 국내 거주자는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을 국내에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비거주자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진다. 구체적으로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소’란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단하고, ‘거소’란 주소지 외의 장소 중 상당 기간에 걸쳐 거주하는 장소로서 주소와 같이 밀접한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장소를 의미한다. 세법은 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과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이다.
한편 각국은 포괄적인 납세의무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대체로 자국의 거주자로 정해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가족을 국내에 남겨두고 1년의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 리그에서 뛰면서 소득을 얻는 경우 해외 리그를 관할하는 국가도 자국의 세법에 따라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를 자국의 거주자로 판단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 경우 위 국가대표 선수는 우리나라 세법상 거주자이면서 동시에 외국 세법상 외국 거주자에 해당할 수 있다. 이를 이중거주자라고 하는데, 이중거주자는 원칙적으로 거주자로 취급하는 국가에서 모두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각 국가의 소득세율이 50%라면, 이론적으로 이중거주자는 벌어들인 소득을 양 국가에 모두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국제적인 인적 교류에 장애가 되는 결과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이중거주자 문제를 인식하고 1920년대 국제연맹 시절부터 이중거주자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그 결과 각국은 조세조약을 체결하여 이중거주자를 체약국 중 어느 한 국가의 거주자로 판단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 두었다. 조세조약은 대체로 이중거주자의 경우 ‘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를 두고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보되, 양 체약국에 모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경우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er of vital interests)’가 되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항구적 주거란 개인이 여행 또는 출장 등 단기체류가 아니라 계속 머물기 위한 주거장소로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주거를 의미한다.
나아가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란 문제된 개인과 인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을 의미하는데, 이는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문화 활동, 사업장소,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 체약국 중 그 개인의 관련성의 정도가 더 깊은 체약국으로 판단한다.
축구선수 조영철은 축구명문인 울산 학성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유명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요코하마 FC에 스카우트되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였다. 조영철 선수는 2014년 일본의 소속팀에서 지급받은 연봉을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로 신고납부할 의무가 있는지와 관련하여 과세관청과 다툼이 있었다. 이 문제는 결국 소송에서 해결되었는데, 소송의 핵심쟁점은 그가 국내 거주자인지 일본 거주자인지의 여부였다.
조 선수는 일본 J리그에서 뛰는 동안 소속팀이 제공한 주거에서 생활하였고 국내에는 부모 등 그의 가족들이 거주하였다. 그는 일본에서 평균 337일을 체류하고 국내에서는 국가대표 경기 등을 위하여 방문하는 동안 평균 28일을 체류했다. 그는 일본에서 소속팀으로부터 수억원의 연봉을 지급받은 반면, 국내에서는 아파트와 예금계좌를 소유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조 선수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이면서 동시에 일본 세법상 일본 거주자이므로 이중거주자라고 판단하였고, 한일 조세조약에 따라 항구적 주거는 국내와 일본에 모두 두고 있으나 직업, 사회관계,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국내 재산관계 현황에도 불구하고 조영철 선수는 일본과 관련성의 정도가 더 깊다는 이유로 일본 거주자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