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 졸업식이 이어지면서 최근 명사들의 졸업식 연설이 화제가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미국 아마존 CEO 제프리 베조스의 프린스턴대학 연설이 기억에 남는다.
연설의 핵심은 선택의 중요성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맨해튼의 펀드회사에서 잘나가던 그는 창업을 결심하고, 자신의 멘토이자 CEO였던 상사에게 결심을 전한다.
“그를 찾아가 인터넷에서 책을 파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자 센트럴파크로 함께 산책을 가자고 하더니 말하더군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네. 그렇지만 뭐가 더 훌륭한 아이디어인줄 아나? 같은 아이디어를 이미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은 누군가가 내는 것이지.’”
상사는 좋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이미 백만장자 이상의 탄탄한 인생을 포기하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창업의 길로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겠냐는 말을 던진 것이다.
베조스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된 삶에 대한 미련은 분명 있었지만 그 단계에서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 후회를 할 게 분명하다는 측면을 생각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동문인 아내가 흔쾌히 남편의 선택에 동의를 해준 덕에 오늘의 자신이 있게 됐다는 그는 연설 도중 아내를 불러 세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베조스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일 뿐”이라며 졸업생들에게 “당신은 당신의 삶을 선택하고 있느냐”는 물음표를 던졌다.
태평양을 건너 중화권 전자상거래를 휩쓸고 있는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칭화대 경영대학원 졸업식 연설 역시 가슴을 파고든다.
별 볼일 없던 20대, 좌절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마윈 회장은 “30년이 지난 뒤에도 초심을 간직한 채 졸업식에서의 미소처럼 밝은 얼굴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입을 열었다.
자신의 대입 수능시험 수학 성적은 첫해 1점, 재수 때 19점, 삼수 때 89점이었지만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며 “여러분이 받는 중국 최고의 졸업장은 그저 흰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세 가지 원칙을 얘기한다. 신뢰, 책임 정신, 긍정 에너지 등이다.
그는 “지금도 재무보고서를 볼 줄 모른다. 하지만 남들을 믿지 않았다면 알리바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긍정 에너지를 주문하면서 “지금의 알리바바가 있기까지 100번도 넘는 위기가 있었지만 미래를 낙관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오늘은 잔인합니다. 내일은 더 잔인하죠. 모레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내일 밤에 죽습니다.”
오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잔인한 내일을 맞을 수 있고, 내일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모레의 태양을 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태양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마무리는 묵직했다. “여러분은 젊기 때문에 몇 십 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알리바바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럴 의지가 있다면 5년밖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장 무너뜨리려 한다면 아마 평생 무너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두 유통 거인의 졸업식 연설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공룡이 모두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한국 온라인몰 사업에 발을 들여놓을지는 의문이지만 둘 다 연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만약 이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의 수출 통로가 넓어지는 효과도 클 것이다.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이베이를 통해 매년 3000억원 규모의 중기 제품이 해외로 팔리고 있다.
물론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상태일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사이트를 통해 해외 제품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이다.
결국 이들이 들어오건 안 들어오건 중요한 건 핵심가치를 우리가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여부다.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한국 상륙 이슈가 제조업이라는 본원 경쟁력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이유다.
[윤구현 LUXMEN 편집인·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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