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 요건을 묻는다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민첩성(agility)’과 ‘회복력(resilience)’ 두 가지라고 단언할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예측과 계획을 강조했을 것이나, 이제는 반대로 예측과 계획의 효력을 맹신하고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 생존에 치명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급변성이 21세기형 경쟁 환경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과 유럽 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21세기 들어 예측 못한 위기가 갑자기 발생해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일이 부쩍 빈번해졌다. 모든 기존 경계를 없애버린 세계화,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상시 기술혁신, 무한대의 정보를 시공간 제약 없이 리얼타임으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지식경제 등으로 지난 100여 년 간 계속돼 왔던 20세기형 산업사회가 붕괴되고 상시 창조적 혁신이 경쟁의 규칙인 21세기 초경쟁 환경(Hyper Competition)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초경쟁 환경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빛의 속도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급변성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위기나 기회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경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못한 상황이 발생해서 급속히 전개될 때 당황하지 않고 짧은 찰나에 그 상황의 본질을 파악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단행하는 민첩성과, 설사 타격을 입었더라도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대나무처럼 즉시 다시 되치고 올라갈 수 있는 회복력이다. 산업사회 100년사를 대표하는 GM, 노키아, 모토롤라, 코닥, 마츠시타, 소니 등의 기존 초우량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는 것은 이런 새로운 환경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첩성과 회복력이 아닌 20세기 산업사회형 경영의 핵심이던 효율적 오퍼레이션 관리와 전략계획으로 위기를 타결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민첩성과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첫째,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항상 환경을 예의주시하는 ‘상시 경계태세’와 예측 못한 상황의 발생이 감지되면 신속하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 통찰력’이 필요하다.
둘째, 상황의 핵심이 파악되면 기존 계획이나 절차, 규칙, 시스템과 상관없이 필요한 대응을 서슴지 않고 즉시 단행할 수 있는 ‘유연성’이 민첩성과 회복력의 다음 요건이다.
셋째, 민첩성과 회복력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황이 통제 불가능하게 악화되기 전에 대응하는 ‘신속성’이다. 즉 평소에 아무리 뛰어난 전략계획이나 오퍼레이션 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예상 못한 위기나 기회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민첩성과 회복력은 불확실성과 급변성이 공존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기업과 조직은 물론, 개인과 국가에게도 단연 가장 중요한 필수 생존 요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