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이뤄진 재정지출의 후폭풍은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국제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구사할 수 있는 재정 및 통화정책 수단의 제약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장기간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국의 역할과 기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1.9%)의 부진 속에 연 평균 6.2%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경제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됐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은 2000년 23.6%에서 2010년 19.7%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신흥개도국은 37.2%에서 47.7%로 상승했다. IMF는 2011~2013년 간 선진국의 성장률이 2.4%에 머무른 반면 신흥국은 6.5%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반영되면서 2013년 전 세계 GDP에서 신흥국의 비중이 50.6%에 이르러 처음으로 선진국 비중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신흥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은 중간소득층 인구의 증가와 대규모 소비시장의 형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OECD에 의하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중간소득층 인구는 2009년 18.5억 명에서 2030년에는 32.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흥국의 저임금과 성장잠재력을 통한 대내외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는 고용 증가와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소비시장이 더욱 커지게 됐다. 또한 신흥국 경제는 질적 수준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신흥국의 산업구조는 초기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1차 산품 위주에서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IT와 자동차, 조선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신흥국은 고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최상위 협력체인 G20에 대거 포함되는 동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브릭스(BRICs) 국가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M&A와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해외자산의 구성 다변화 차원에서 금이나 다른 신흥국 금융자산의 매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 국채를 대규모 매입하면서 원화가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향후 선진국은 재정부실 문제와 약화된 성장복원력을 해결하는데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흥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내수주도 경제로의 전환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