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이자 가장 많은 재산을 기부한 역대급 자선가, 100달러로 시작해 1465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워런 버핏의 삶과 투자 원칙을 집중적으로 다룬 ‘워런 버핏 평전’이 출간됐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버핏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한다. 오마하의 신문배달 소년에서 투자계의 전설이 되기까지의 연대기다. 그는 6세에 콜라를 낱개로 팔아 수익을 내고, 중학생 때 새벽 신문배달로 용돈을 벌었다. 하버드 입학을 거부당한 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 가치투자에 눈을 뜨게 됐다. 이후 월스트리트에 염증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와 집에서 투자조합을 꾸린 이야기까지. 책은 숫자 뒤에 가려졌던 인간 버핏의 면모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부는 투자 이력이다. 버핏의 원칙과 실제 투자 방식, 버크셔해서웨이의 역사, 찰리 멍거를 비롯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선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과 아지트 자인, 버크셔의 5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담은 장을 추가해 ‘포스트 버핏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버핏의 투자 기록은 말 그대로 눈부시다. 56년간 총 투자 수익률 28만%, 60년 이상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자산은 2021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해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상 불가능한 거부였으면서도 버핏은 항상 소탈했고 검소했다. 키 180㎝, 체중 80㎏ 남짓이던 버핏은 마치 ‘월마트에서 옆줄에 서 있는 평범한 아저씨’와 같은 외모를 유지했다. 점심 식사로 팝콘과 감자칩을 싼 도시락이 일상이고, 저녁 식사를 마치면 ‘3달러 95센트’짜리 할인쿠폰을 내미는 억만장자. “버핏의 배는 나날이 부풀어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15년 연하인 사람의 배와 견줄만하다”는 이 책의 유머는 읽는 맛을 돋운다.
여섯 살 소년이 콜라 한 팩에서 남긴 5센트는 미미했다. 그러나 이 원리는 평생 달라지지 않았다. 작은 돈에 올바른 판단,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뒤섞이면 돈은 상상 불가능할 만큼 부풀어 올랐다. 그건 인간의 삶과도 다르지 않다. 삶의 복리가 마법을 부리면 한 인간의 삶은 처음과 같지 않다. 그건 버핏이 삶으로써 증명한 두 번째 진리였다. 저자는 버핏의 성공 비결이 신비로운 혜안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이성적 판단에 있다고 본다. 재무제표 분석, 연례 보고서 정독, 경영진 면담을 거쳐 확신이 서면 5분 안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그의 원칙은 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버핏 주변 인물들에 대한 촘촘한 기록이다. 투자 파트너 찰리 멍거,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회장, 코카콜라 전 회장 돈 커우 등 버핏의 궤적과 교차한 인물들이 각자의 언어로 버핏을 증언한다. 단순한 어록 모음이 아니라 관계의 맥락 속에서 버핏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찍은 푸른 지구 사진은 원래 위아래가 거꾸로였다. 우주비행선 안에서는 중력이 없어 동서남북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단 사진을 찍었는데, 남극이 위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 대륙이 위에, 남극이 아래에 위치하도록 위아래를 뒤집은 상태로 사진을 외부에 공개했다.
우리가 동서남북 네 방향을 너무도 당연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저자는 동서남북이라는 네 방향이 단순히 길을 찾기 위한 좌표를 넘어 종교와 신화, 제국주의, 과학, 지정학을 거치며 오늘날의 세계관을 형성해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다극화된 국제 질서와 디지털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가 됐을까. 역사학자 제임스 웨스트 데이비드슨의 <한 권으로 읽는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는 이 변화를 영웅 몇 명의 성공담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갈등으로 풀어낸 미국사 입문서다. 콜럼버스 이전의 북아메리카에서 출발해 독립혁명과 남북전쟁, 산업화와 대공황, 세계대전과 냉전, 시민권 운동을 거쳐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한 권에 담았다.
책은 먼저 미국사의 출발점에 대한 익숙한 통념을 깨뜨린다. 저자는 미국 역사를 1776년 독립선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1만4000여 년 전 북아메리카에 사람이 처음 들어온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미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메이플라워 서약’에서 찾는다. 저자는 거창한 혁명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작은 합의가 미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됐다고 본다.
리더는 답을 내놓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책의 저자인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 MIT 슬론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오히려 리더의 진짜 역량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끌어내야 신뢰가 쌓이고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질문을 많이 던지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별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죠?”라는 말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 구성원은 문제가 있어도 선뜻 입을 열기 어렵다. 반면 “진행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자신의 판단을 말할 여지가 생긴다.
저자는 리더가 질문보다 지시와 설명을 선호하는 이유도 짚는다. 질문은 이런 관계를 바꾸는 수단이다.
경영은 측정 가능한 숫자, 지표화가 가능한 성과 위에서 시작된다. 재무제표다. 그런데 이 책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왜 재무제표는 ‘고객’을 말해주지 않을까.” 김형수 한성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신간 <고객제표로 경영하라>에서 “흑자 회사가 위기에 무너지는 이유는 재무제표 바깥에 있다”며 경영자들이 ‘두 번째 회계’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이 말하는 ‘고객제표’는 기업의 진짜 경쟁력이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판단에 기댄다.
얼마나 가치 있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단, 고객제표는 막연히 ‘고객 만족’ 따위의 어설픈 구호가 아니라 고객상태표, 고객손익계산서, 고객흐름표 등 식별이 가능한, 일종의 ‘자본고객’을 말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