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호화로울 수는 없다!”
7월 12일,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이 인도 뭄바이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는 앙코르 헬스케어 창업자의 딸 라디카 머천트로, 결혼식과 피로연은 4일에 걸쳐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하객 초청을 위한 전세기 운항에만 1380억원이 투입되었고, 결혼식 총 비용은 4500억 원에 달해 그 규모를 실감케 한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일하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암바니 회장은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아낌없이 준비해왔다. 3월에는 구자라트 잠나가르의 저택에서 리한나가 공연한 프리웨딩 파티를 개최했고, 5월에는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 파티가 이어졌다. 이러한 특별한 행사들은 하이패션과 하이 주얼리가 어우러진 결혼식에 대한 기대를 더욱 고조시켰는데, 특히 암바니 가문의 여성들이 프리웨딩 파티에서 선보인 매혹적인 주얼리가 큰 주목을 받았다. 물론 결혼식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사진과 영상들은 현장의 찬란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었다.
결혼식에서 수많은 하객들이 다양한 주얼리로 치장했지만, 그 중에서도 신부 라디카의 주얼리가 단연 돋보였다. 라디카는 친정어머니가 결혼식에서 착용했던 앤티크 초커와 인도 주얼리 디자이너 니샤 메타가 디자인한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목걸이를 조화롭게 매치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다섯줄로 구성된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펜던트 목걸이는 귀걸이, 핸드 주얼리, 팔찌, 그리고 이마 중앙에 착용하는 전통 인도 장신구인 마앙 티카와 어우러져 한층 더 풍성한 매력을 발산했다. 거대한 잠비아산 에메랄드와 폴키(가공되지 않은 천연 다이아몬드) 장식이 조화된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인도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결합된 스타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에메랄드는 인도의 결혼식에서 새로운 시작과 행운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보석이다. 한편, 신랑 아난트는 웅장한 표범이 720캐럿의 잠비아 에메랄드 위에 웅크린 브로치를 착용하며 예식의 서막을 열었다. 이 브로치는 인도의 주얼러 히라마넥 앤 선(Heeramaneck & Son)에서 제작한 것으로, 구자라트의 반타라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상징한다. 동물 애호가인 아난트는 사자, 뱅골 호랑이, 코끼리 모양의 다양한 브로치를 착용해 야생 동물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의상의 단추마다 정교하게 세팅된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는 그의 세련된 안목을 드러냈으며, 터번에 장식된 다이아몬드 브로치와 진주,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목걸이는 고급스러운 취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결혼식 이후에도 아난트의 브로치 컬렉션은 오랫동안 화제를 모았다.
암바니 가문의 여성들은 이번 결혼식에서도 주얼리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신랑의 어머니 니타 암바니는 지난 3월 프리웨딩 파티에서 ‘벽돌 크기의 에메랄드’ 목걸이를 착용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4개월 후 결혼식에서도 다시 한 번 에메랄드를 선택해 암바니 가의 안주인으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목걸이부터 빈디(이마에 착용하는 점 모양의 장식), 귀걸이, 반지, 팔찌까지 다양한 주얼리에 페어, 오벌, 라운드 컷의 거대한 에메랄드가 화려하게 세팅되었다. 다음 날에는 뭄바이의 주얼리 디자이너 칸틸랄 초탈랄(Kantilal Chhotalal)이 제작한 100캐럿과 80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목걸이와 세트 귀걸이, 티카, 헤어핀으로 럭셔리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한편, 신랑의 누나 이샤 암바니는 인도의 하이 주얼리 디자이너 비렌 바갓이 디자인한 나브라트나(Navratna) 초커로 눈길을 끌었다. 나브라트나는 인도 문화에서 착용자를 보호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증진시킨다고 알려진 9개의 보석을 의미한다. 이 초커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루비, 달을 상징하는 진주, 화성을 상징하는 산호, 수성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목성을 상징하는 옐로 사파이어, 금성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토성을 상징하는 사파이어, 라후를 나타내는 헤소나이트 가넷, 그리고 케투를 의미하는 캣츠아이가 포함되었다.
이번 결혼식은 인도판 Met Gala로 불릴 만큼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아시아 최고 부호의 아들이 173m 높이의 자택 ‘안틸리아’에서 ‘지오 월드 컨벤션 센터’로 이동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이 뭄바이 거리로 모였고, 수백만 명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하객으로 참석한 킴 카다시안과 클로이 카다시안 자매가 전통 인도 복장을 입은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스틴 비버의 공연이 펼쳐진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BBC를 비롯한 주요 언론 매체들이 기자들을 파견해 이 행사를 취재했고, 타블로이드지들은 가족의 모든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했다. 글로벌 스타들의 화려한 패션과 주얼리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킴 카다시안은 세 번의 의상 교체와 각 스타일에 어울리는 눈부신 주얼리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값비싼 주얼리뿐만 아니라, 물려받은 빈티지 주얼리와 맞춤 제작된 독창적인 작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지나친 호사스러움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암바니 가족은 인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주로 착용해 인도의 전통과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로 삼았다.
인도의 결혼식은 단순한 의식을 넘어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부가 착용하는 주얼리는 그녀의 가문이 대대로 전해온 유산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그 가치를 재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인도 결혼식에서 주얼리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신부의 새로운 삶에 행운과 번영을 기원하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인도의 주얼리 문화는 무굴 제국 시대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당시 왕족과 귀족들은 에메랄드, 스피넬, 다이아몬드, 금으로 장식된 주얼리를 통해 부와 권위를 과시했다. 이러한 특정 보석에 대한 선호는 현대 인도의 결혼식에서도 여전히 강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신부들은 전통적인 장신구와 최신 스타일을 결합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