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해?
한 해가 저물어가면 어김없이 새해 운세를 논하는 책과 글들이 쏟아진다. 소비 전망을 예언하는 김난도 교수의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라고 하였다. 언뜻 보면 점쟁이 책이다.
맞든 안 맞든 사람들은 내년의 운세를 궁금해한다. 특히 내년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이다. 여대야소가 될지 여소야대가 될지 궁금하다. 단순한 궁금함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이 힘을 받을지 아니면 레임덕으로 갈지를 가름할 결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용은 임금을 뜻한다.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란 문구를 보면 대통령실은 용기를 얻겠다. <주역> 건괘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 문장을 연상시킨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니, 큰 어른(大人)을 만나는 것이 좋다.” 대통령이 비약할 시기인데, 이때 대인을 만나면 좋다는 뜻이다. 과연 누구일까? 과연 용은 대인을 만나려 할까?
한국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중국·대만에서도 이미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운세를 예언·예측하는 서적들이 출간되었다. 이들은 무엇을 근거로 해마다 새로운 운세를 예측할까?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띠’로 보는 운세이다. 2024년은 용띠이다. 용이란 상상 속 동물의 속성을 이야기하여 운세를 풀이한다. 주요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에서 띠를 바탕으로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둘째, 2024년 갑진(甲辰)년이란 글자 속에서 甲과 辰의 관계가 어떠한가를 바탕으로 운세를 이야기한다.
셋째, 주역을 좀 공부했다는 사람들은 갑진년의 甲과 辰의 속성을 팔괘로 변환해 64괘를 만든 후 운세를 점친다.
넷째, 중국 역대 황실 비전으로 알려진 <지모경(地母經)>에서 말하는 예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이다.
대체로 이와 같은 방법들을 섞어서 풀이하기도 하고 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들이 같은 내용의 운세를 말해야 하는데, 같기는커녕 상반되거나 상충한다는 점이다. ‘누구 말이 맞는가?’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년이 어떤 해가 될지 궁금해한다.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오래된 문화 혹은 민속이다. 2024년을 맞이하기 전 그 ‘예언’을 잠깐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해석보다는 우선 일본과 중국이 술사들이 풀이한 2024년 운세를 소개하기로 한다. 이웃 나라의 해석 방법도 궁금하지 않은가?
‘야후 재팬’에 소개된 2024년 운세풀이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용의 해다.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탈선하기 쉽다. 자아를 누르고 근면하게 한다면 목적하는 바 신용을 얻어 발전하는 해이다. 갑진(甲辰)년의 갑(甲)은 십간 중 첫 번째 자리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남들에게 과시하며 큰 나무와 같은 당당함을 또한 드러내고자 한다. 갑진(甲辰)의 진(辰)은 상상의 동물 용을 의미한다. 강과 바다의 신으로 회오리를 일으키거나 천둥을 쳐서 대자연을 흔들어 놓는다. 출세와 권력을 상징한다. 야심가로서 어떤 일을 성사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내년에 총선이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언뜻 그럴듯한 점사(占辭)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로 인해 회오리가 일 것이다. 대만과 중국의 2024년 운세 예측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특이한 것은 중국 역대 황실에서 비밀리에 전해졌다는 <지모경>을 크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열거한 ‘운세 예측 방법’ 가운데 넷째 방법이다. <지모경>이 말하는 2024년 갑진년 운세는 어떤 것일까?
“갑진년 용머리(龍頭屬甲辰),
좋고 나쁨이 반반이라(高低共五分),
곡식은 알갱이가 없고(豆麥無成實),
축산 또한 어렵구나(六畜亦遭迍),
동지가 지난 뒤에도(更看冬至後),
눈서리 흩날리네(霜雪落紛紛).”
우리와 풍토가 다른 중국의 운세 풀이지만, ‘용머리(용두·龍頭)’를 앞세웠다는 것이 흥미롭다. 용머리는 대통령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2024년 총선의 승자도 지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마다 ‘용머리’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지방과 나라 운세가 달라질 것이다. <지모경> 점사는 썩 좋은 내용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것 말고 우리나라에서 역술인들의 운세 풀이 방식대로 2024년을 풀어보자.
띠로 보는 방법이다. 내년은 용띠 해이다. 용은 권력의 상징이기에 내년에 권력다툼이 치열할 것이다. 용은 암수가 없다. 남녀 구별이나 내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용이 되려 함에 부끄러움을 모른다. 갑진(甲辰)에서 갑(甲)은 오행상 목(木)이고, 색상으로는 파란색이다. 진(辰)은 띠로는 용이요, 오행상 흙(土)에 배속한다. 청룡에 해당한다. 청룡은 동쪽에 자리한다. 좌청룡·우백호가 말하듯이 동쪽을 주관한다. 힘은 동쪽에서 온다. 갑은 오행상 목이며, 진은 오행상 토(土)로서 이 둘의 관계는 목이 흙을 이기는 관계이다(木克土). 이를 역술인들은 치우친(편·偏) 재물(재·財)이라고 한다. 편재운 세상은 사람들이 모두 ‘길거리에서 돈을 주우려 한다’. 정직한 노동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일확천금을 꿈꾼다. 부동산과 주식도 길거리에서 돈 줍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주로 사주술을 바탕으로 하는 역술인들의 해석이다.
주역을 공부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풀이할까? 2가지로말할 것이다. 갑진년은 납음오행으로 복등화(覆燈火)이다. 복등화는 옥등화(玉燈火·옥으로 만든 등잔)라고도 하는데 등잔불을 말한다. 태양과 같이 널리 온 세상을 밝히지는 않지만,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이 될 것이다. 정치보다는 학문·예술·기술·문화 분야에서 재능이 발휘될 것이다.
주역적 해석의 또 다른 방법이 있다. 甲을 木(나무), 辰은 土(흙)에 배속함은 사주 술사와 같다. 그런데 주역 팔괘 상 목(木)은 손괘(巽卦)이며 바람을 상징한다. 토(土)는 곤괘(坤卦)이며 흙을 상징한다. 바람이 땅 위를 쓸고 지나가는 모습이다. 64괘로는 관괘(觀卦)이다. 관괘의 이미(象)는 무엇을 드러내고자 할까?
“그래서 옛날 왕들은 이를 보고서 각 지방을 순시하면서 민생을 살피고 교화를 펼쳤다(風行地觀, 先王以, 省方觀民設敎).” (김기현 역 <주역>).
위 풀이에서도 왕(지도자)이 등장한다. 용의 다른 표현이다. 대통령만 용이 아니다. 지방의 우두머리도 용이다(용두·龍頭). 이래저래 내년 총선으로 그 이후 권력에 바람이 부는 해일 듯하다. 내년 한 해 국운은? 바람이 땅 위에 분다(풍행지·風行地).
김두규 우석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풍수학자다. 현재 우석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풍수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