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MZ 세대가 구렁텅이에 빠졌던 미국 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26일 뉴욕타임스는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인 20~30대 초반의 미국 MZ 세대가 자기 집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해 높은 금리 속에서도 주택 가격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장기간 지속돼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했고 주택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주택대출 금리가 연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집을 구하기 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되레 주택구매 수요가 높은 상태가 이어졌고 뉴욕타임스는 특별히 마이애미, 탬파, 샬럿 등이 포함된 남부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강한 상승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39만6100달러로 전달 38만5900달러보다 2.6% 상승했다.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연방주택금융청(FHFA)도 미국의 1분기 주택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했고 2022년 4분기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크레이그 라자라 S&P 다우존스 상무는 “두 달 연속 상승세가 완전한 집값 회복세를 의미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지난 2022년 6월부터 시작됐던 하락장이 끝나가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중요한 경기선행 지표로서 미국 경제의 방향과 흐름을 짚어주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모기지 금리가 이제 고점을 지난 건 분명해 보이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집값은 왜 오르는 걸까? 뉴욕타임스는 집값 상승의 첫 번째 이유로 젊은층의 강한 수요에 주목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미국 MZ 세대가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가져보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근무로의 전환은 부모 집에 얹혀 살거나 룸메이트와 거주하고 살았을 사람들이 홀로 삶을 살도록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집에서 일하는 원격근무가 자기만의 공간인 집에 대한 가치를 올렸다고 본 것이다.
한마디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내 집 마련 열풍’이 고금리 속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진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고 있지 않아서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모기지 금리가 지금은 6~7%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기존 주택자들이 집을 구매할 당시 금리는 적어도 최소한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결국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판 뒤에 다른 주택으로 이사를 하려면 기존 낮은 금리의 대출을 포기하고 급등한 최근의 모기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존 주택 구입 당시의 2~3% 금리로 집을 샀던 가구들의 경우 현재 6%가 넘는 금리 수준에서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이사를 할 유인이 매우 약하다는것이다. 결국 2배 이상 늘어난 이자 부담 때문에 기존 주택자들이 주택을 내놓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런 상황도 주택 가격의 상승을 견인한 요인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미국 주택재고 부족은 장기간 누적돼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주택 가격이 반등하는 속도에 비해서 공급은 더디게 회복했다. 팬데믹 이후 금리의 하락과 재택근무 증가가 촉발한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의 주택착공 허가와 신규 착공은 각각 전월 대비 +5.2%, +21.7% 급등했다. 신규주택 판매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하락했던 NAHB 주택시장 지수가 6월에는 55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마디로 미국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바닥을 치고 오르는 국면인 것이 확실하며 앞으로도 금리 하락과 공급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기지 금리가 고점을 지났다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과 하반기 고용시장의 둔화가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반등세는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경 국민이주 미국변호사
미국 이민전문 변호사. 미국투자이민, 고학력 독립이민, 사업가비자 등을 담당하며 미국 내 부동산 거래 관련 실무 및 상담을 하고 있다. 관련된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이민변호사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