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 긴축 공포로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따사로운 봄바람’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질로(Zillow)’는 8월까지 1.2%의 소폭 상승을 예상했으며, 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코어로직스’도 3.2%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승’보다 ‘조정’ 국면으로의 진입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을 지배할 키워드로는 ‘크랙(crack)’이 아니라 ‘커렉트(correct)’. 주택 공급이 많지 않기에 시장이 붕괴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웰스 파고도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집값이 5% 떨어질 것으로 봤으며, 골드만삭스는 5~10%의 하락 폭을 예상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금리가 있다.
현재 FRB가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여 부동산 담보의 저당금융제도인 ‘모기지 이자율(mortgage loan)’도 더 출렁일 수 있다. 조정 국면이 지속되는 지금이야말로 워런 버핏이 말한 ‘장기적 전망 속에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투자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2020년부터 촉발된 팬데믹 사태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달콤하고 핫한 부동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바로 도심 주택이 아닌 해안가나 스키장 부근의 별장 같은 ‘세컨드 홈’이 그 대상인데 휴가와 힐링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것이다. 플로리다의 골프 리조트를 거주지로 삼고 있는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세컨드 홈’ 시장을 이끄는 주체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자산가나 전문직 고소득자들.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결합)’을 추구하는 이들은 메인 홈(주로 거주하는 주택) 이외에 대도시에서 가기 편한 곳에 세컨드 홈을 마련했다. 2021년 미국에서는 이런 ‘세컨드 홈’ 매매가 1년 사이에 128%나 늘어났다고 한다. 본인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원거리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에 이런 세컨드 홈은 투자 가치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세컨드 홈 붐을 일으킨 곳으로 유타주를 들 수 있다. 유타주는 2002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솔트레이크 시티 등이 있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곳. 콜로라도, 와이오밍, 애리조나, 네바다, 아이다호 등에 둘러싸였는데 로키산맥이 주의 동북부에서 중남부로 관통하고 있다. 등산하기 적합하면서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골프장은 전 세계 골퍼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하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운영하는 회사 TCR디자인은 최근 유타주 파트시티의 마르셀라 골프클럽 설계를 맡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산과 호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스키 리조트와 세컨드 홈의 분양은 팬데믹 기간에 이루어졌는데 여윳돈이 넉넉한 미국의 고소득 전문직들이 대거 달려들어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국내든 미국이든 세컨드 홈을 포함하여 미국 부동산을 사들일 때에는 별도의 세금이 없는 게 특징이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취득세가 없고 보유 또는 매각 시에만 관련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아울러 부동산 매도인만이 중개 수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부동산 매수에 따른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없다. 다만 살 때부터 팔 때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낱낱이 세무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세무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과태료가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신고 기한에 따라 해외 부동산 취득, 투자운용 및 처분 명세서를 정해진 기간 안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외국환거래법 위반 건수가 1408건에 달했다고 한다. 부동산 매입가에 비례하여 엄청난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수사기관에 통보되는 등 외환관리법 위반에 따르는 국내의 자산 반출 외화 송금과 관련한 신고 사항들이 잇따르므로 반드시 숙지하여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임원인 홍 모 씨는 지난해부터 가격이 상당히 추락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택을 사면서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상당한 과태료를 물었다고 한다. 바로 미국에 유학 중인 딸에게 유학 자금으로 송금한 자금을 미국의 주택을 매입하는 데 사용해서 문제가 된 것. 또 국내에 거주하는 정 모 씨도 마찬가지 케이스로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하게 되었다. 정 씨의 배우자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 그런데 지난해 말 배우자가 미국 내에서 배우자 명의로 주택을 매입하였다고 한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 취득이어서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부동산을 사들인 자금의 출처가 한국에 거주하는 정 씨인 것이 문제였다.
국내에서 미국 부동산을 살 때에 요구되는 절차로는 외환관리법상 해외송금을 위해 먼저 외국환은행에 취득 전 신고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취득 후 3개월 내에는 해외 부동산 취득보고를 하여야 한다. 또한 세법상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인 5월에는 해외 부동산 취득 및 투자 운용(임대) 명세서를 제출하면 된다. 물론 임대소득이 있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신고 납부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비과세 대상이다.
최근 5년 내에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는 개인은 25만달러, 부부 기준은 50만달러까지 비과세 대상이 된다. 부부 가운데 한 명의 명의로만 부동산이 등록되었어도 같이 사는 게 확인되면 역시 50만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외국환거래법상 미국에 부동산 자금을 송금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국적자로 한국 거주자이다. 두 번째로는 재외동포로 해외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인 경우이다. 첫 번째의 경우는 해외 부동산 취득 또는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자산 반출을 할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재외동포 재산 반출의 방법으로 내보낼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지위가 달라짐에 따라 해외 부동산 취득 자금 송금 방법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국적자로 한국 거주자인 경우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대상은 주거용 부동산과 투자용 부동산으로 나뉜다. 그런데 미국 체류 목적으로 주거용 주택을 살 경우에는 부부 공동명의로 구매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은 주택만 가능하다. 단, 이 경우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합법적인 체류 비자가 필요하다. 부동산 투자 금액의 제한은 없지만 주거용 해외 부동산의 경우 대한민국 거주자에 한정되며 법인은 제외된다. 하지만 투자용 부동산의 경우 공동명의는 불가하지만 법인도 투자가 가능하다.
해외 부동산 취득과 관련해서는 취득, 보유 그리고 처분에 관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 절차와 필요한 서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계약금이나 가계약금 송금을 위해서는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를 지정한 외국환은행에 예비신고가 필수이다. 이때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은 취득 예정금액의 100분의 10 이내이다.
그 다음에는 ‘에스크로(escrow)’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에스크로’는 부동산 매도자와 매수자 중간에서 매매 보증금이나 관련 서류 일체에 대해 계약이 끝날 때까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이 에스크로 계좌가 개설되어야만 해외 부동산 취득 본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 부동산 취득 본신고 시에는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수리)서 ▲신고인 실명확인증표 사본 ▲부동산 매매 계약서 또는 분양 계약서 사본 ▲매도인의 실체 확인 서류 ▲부동산 감정평가서 ▲납세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체제 목적 입증 서류 (주거 목적의 경우)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신고 절차를 밟으면 지정된 외국환은행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잔금을 다 치르고 매매 절차가 끝난 뒤에는 취득 자금 송금 후 3개월 이내에 취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취득 보고서에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취득을 입증하는 서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2년마다 수시로 보유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가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부동산 처분 때에도 처분신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산 처분 후에는 3개월 이내에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 해외부동산 처분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부동산 자금을 내보내는 경우를 알아보자. 이 경우 부동산 투자자는 대부분 현지 법인인 유한 책임회사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설립하여 이뤄진다. 이때 현지 법인에 출자 총액의 10% 이상 투자가 이뤄졌으면 해외 직접투자 신고를 해야 한다. 이 역시 송금 한도는 없다. 해외 직접투자의 경우도 신고가 필수적으로 따라오는데 관련 서류로는 ▲해외직접투자신고(수리)서 ▲사업계획서 ▲납세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해외 직접투자도 역시 투자자가 지정한 외국환은행에서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부동산을 소유한 현지법인 지분 취득 후에는 외화 증권 취득 보고서를 투자금이나 대여금 제공 후 6개월 이내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송금 보고서와 회계기간 종료 후 5개월 이내에 연간사업 실적보고서(회계 결산서)를 내야 한다. 현지 법인을 청산하는 경우에도 즉시 해외 직접투자사업 청산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 내의 부동산은 경제학자들이나 투자 전문가들도 늘 안전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료로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경제의 긴축 움직임에 따른 ‘강달러’ 트렌드와 그에 따른 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예견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에서 언급한 부동산 취득에 따른 복잡한 신고 절차가 있어서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그야말로 멋모르고 구매하였다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과태료를 무는 경우가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경 국민이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