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오른다. 허리와 등을 꽉 잡아주는 시트의 감촉이 싫지 않다.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인지 바깥 시야가 탁 트였다. 달라진 외관 때문일까. 지나는 이들의 시선도 느껴진다. 이런 걸 하차감이라고 해야 하나. 시동 버튼을 누른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다. 부드러운 움직임에 별다른 소음이 없다. 물론 전기차가 갖춘 미덕 중 하나다. 도로에 들어선 후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조용하다. 이건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차고 나가는 힘은 묵직하다. 스티어링휠 왼쪽에 빼꼼한 부스터 모드를 작동하니 스포츠카로 변신한다. 아, 이 차는 세단일까 스포츠카일까. BMW의 순수전기차 ‘i5 eDrive40 M Sport Pro’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야속했다.
‘i5’는 BMW의 준대형 세단 ‘뉴 5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순수전기차다. 외관은 5시리즈의 모양새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전기차라고 해서 미래지향적인 무언가를 더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점이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전면부와 후면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좀 더 웅장해졌다. 7시리즈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실내로 들어서면 7시리즈에서 선보인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수평형 대시보드, 크리스털 디자인이 적용된 인터랙션바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BMW가 개발한 완전 비건 소재인 ‘베간자(Veganza)’를 적용했다는데, 굳이 알려고 하지 않으면 가죽과 별 차이가 없다. 센터 콘솔에 자리한 새로운 기어 셀렉터는 그리 낯설지 않다. 최근 등장하는 신차들의 기어 트렌드라고 할까. 처음엔 생경할 수 있으나 한번 사용해보면 간결한 버튼 사용이 오히려 편하다. 뒷좌석은 살짝 불만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휠베이스가 20㎜ 길어지면서 동급 차량 대비 가장 큰 공간을 자랑한다는데, 좌석의 각도를 조절할 수 없어 몸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i5에는 5세대 BMW eDrive 기술이 적용됐다. 1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되는 후륜구동 모델 BMW i5 eDrive40의 최고출력은 340마력, 최대토크는 40.8㎏·m, 제로백은 6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84㎞다. 이론적인 수치는 나열된 그대로지만 실제 도로상에서 주행해보니 제로백은 그 이상이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부스터 모드를 작동하면 100㎞/h까지 눈 두 번 껌뻑이면 도달한다. 주행거리도 풀로 충전한 후 계기반에 나온 수치는 400㎞를 훌쩍 넘겼다. 물론 실내 히터나 시트 열선 등 어떤 버튼을 누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서울에서 부산에 이르는 장거리 운행이 아니라면 큰 부담 없이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진일보한 편의사양에 눈이 동그래진다. 운전자가 다가오면 3m 거리부터 내외부 조명을 밝히며 맞이하고 1.5m 거리에 접근하면 차량 문의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차에 오르면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환영 인사말과 함께 시동 애니메이션도 구현되는데, 이게 꽤 눈길을 사로잡는다. 뉴 5시리즈가 출시되며 BMW가 선보인 프로액티브 케어 서비스도 볼거리. 차량 데이터 원격 수집을 통해 타이어, 배터리, 오일 등 일반 정비와 고장이나 사고에 이르기까지, 차량 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고객에게 안내한다는데, 말만 들어도 신통방통한 서비스다. i5 eDrive40의 가격은 9390만원부터. 시승에 나선 i5 eDrive40 M Sport Pro는 1억170만원이다.
[안재형 기자]